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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7일 “민심 청취 기능이 너무 취약했다”며 취임 2년 만에 민정수석실을 공식 부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윤석열 대통령이 총선 패배 후 약화되는 사정기관 장악력을 높이려는 의도”(최민석 대변인)라고 반발했다. 대체 민정수석이 뭐길래 폐지와 부활을 두고 논란이 벌어질까.

2022년 5월 14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감원 연수원에 마련된 당선인 집무실에서 티타임을 갖고 있다. 윤 당선인은 이 자리에서 민정수석실 폐지 의사를 밝혔다. 국회사진기자단


역대 민정수석 34명 중 22명이 검사…중수부장만 4명


민정수석실은 역대 정권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국정 현안에 관한 민심 청취 기능(민정) ▶대통령실 내부 감찰 기능(공직기강) ▶대통령실 외부 행정기관에 대한 사정 기능(반부패) ▶대통령의 법률 보좌 기능(법률)을 요체로 한다. 민정수석의 직급은 차관급이지만, 검찰·경찰·국정원·국세청·국군방첩사령부(옛 기무사) 등 이른바 권력기관 인사와 업무를 조율하는 등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터라 ‘ㄱ자 기관을 관할하는 조직’이라고도 불린다. 박정희 정부 때인 1968년 신설됐다.

민정수석 밑에 비서관을 여럿 두고 검찰, 경찰, 국세청, 국정원 등 주로 사정기관에서 ‘에이스’로 알려진 행정관급 실무직원들을 데려온다. 이들 실무직원들은 내부적으로 통상 ‘국장’ 등의 호칭을 쓰며 ‘2인 1조’로 편성돼 광범위한 형태의 정보수집에 종사한다. 공직자들의 비위는 물론이고, 정치적 성향, 평소 언행, 갑질 여부 등을 모아서 검찰과 경찰 등 사정기관에 넘기거나 인사 자료로 활용한다. 때로는 공직자의 배우자들의 정치 성향까지 수집했다. “민정수석실의 감찰과 사찰의 경계는 모호하다”며 “과거엔 미행과 불법녹음에 능할 수록 유능한 직원으로 인정받았다”(전 민정수석실 직원)는 증언도 있다.

민정수석실을 총괄하는 민정수석에는 그간 주로 검사 출신들이 기용됐다. 사정(司正)에 특장점이 있고 권력기관 관리에 용이해서다. 노태우 정부 이래 역대 민정수석은 34명(사정수석 및 중복 포함)이었는데, 이 중 22명(64.7%)이 검사 출신이었다. 노태우 정부 초대 민정수석인 한영석 전 수석 이래 김대중 정부 신광옥 전 수석, 이명박 정부 이종찬 전 수석, 박근혜 정부 최재경 전 수석 등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 출신도 네 명이었다. 검사 경력이 없는 법조인 출신을 기용한 건 노무현 정부에서 세 차례(문재인 2회, 전해철 1회), 문재인 정부에서 두 차례(김진국·김영식) 있었다.

검찰개혁을 추진한 문재인 정부에서는 초대 민정수석에 조국 전 서울대 로스쿨 교수를 발탁한 데 이어 김조원, 김종호 등 감사원 출신을 임명하기도 했지만, 역대 대통령들은 법조인 특히 그 중에서도 검사 출신 민정수석을 선호했다. “민정수석실은 능동적으로 세평 정보를 수집해야하는데, 비검사 출신 민정수석의 경우 그런 능동성이 부족한 면이 있었다”(문재인 정부 민정수석실 출신 직원)고 한다.
2019년 1월 3일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묵인 혐의와 국가정보원을 통한 불법사찰 혐의로 각각 기소돼 재판 중인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구속기한 만료로 석방돼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우 전 수석이 풀려나는 건 2017년 12월 15일 불법사찰 사건으로 구속된 이래 384일 만이다. 연합뉴스


민정수석의 힘은 ‘인사’에서 나왔다

민정수석과 그 산하 비서관은 자연스럽게 강력한 힘을 가질 수밖에 없다. “민정수석이 인사 검증을 하기 때문에 장·차관들은 민정수석과 그 관련 비서관들에게 감히 눈도 마주치지 못했다. 어느 공직자든지 한 두 가지 흠을 가지고 있는데, 그걸 갑자기 압박 카드로 사용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박근혜정부 민정수석실 소속 비서관)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민정수석실의 힘을 구성하는 건 단순한 인사정보 수집 기능에만 그치지 않았다. 일반적인 정부부처 인사는 인사수석 또는 인사비서관이 인사업무를 맡는 반면에 검경과 국가정보원 등 사정 및 정보기관의 인사는 민정수석이 직접 맡는 게 관례였다. “사정기관 사람들이 승진이나 좋은 보직에 가려면 자기네 기관장이 아니라 민정수석에게 잘 보여야했다”(전 민정수석실 근무자)고 한다. 사정기관의 모든 눈이 민정수석으로 쏠리는 구조였던 것이다.
2017년 5월 11일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민정수석이 오찬을 함께하는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번엔 기획통 김주현…“검찰 인사 고려한 듯”


이날 윤석열 정부 초대 민정수석에 발탁된 김주현(63·사법연수원 18기) 신임 민정수석은 법무부 검찰과 검사·검찰과장·검찰국장·차관을 두루 지낸 기획통으로 분류된다. 기획통은 주로 대국회 업무, 수사 지휘, 인사·예산·정책 등 법무·검찰 행정에 정통한 검사를 말한다. 그런 면에서 역대 검찰 출신 민정수석이 대부분 ‘특수통’이었던 점과 대비된다.

윤 대통령과 김주현 민정수석의 악연도 회자된다. 윤 대통령이 2014년 1월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로 대구고검으로 좌천될 당시 김 수석은 검사 인사를 총괄하는 법무부 검찰국장이었다.

법조계에선 민정수석에 기획통을 발탁한 데 대해 “대통령실이 곧 있을 검찰 인사를 제일 중요하게 고려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총선 참패로 검찰 장악력이 떨어질 수 있으니 인사권으로 이를 방지하겠다는 해석이다. 올해 초부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관련 김건희 여사 소환 여부를 두고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은 물론 이원석 검찰총장도 용산과 소원해졌단 지적도 나오는 상황에서다.

사실 특수통 출신 민정수석은 양날의 칼이었다. 민심 청취라는 본연의 기능이 때로 광범위한 정적 사찰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었고, 사정기관 관리 기능은 장악과 동의어였다. 민정수석이 친정인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된 일도 많았다. 김대중 정부 신광옥 전 수석은 재임 시절 뇌물 수수 혐의로 구속됐고, 노무현 정부 박정규 전 수석은 이명박 정부에서 구속됐다. 박근혜 정부 우병우 전 수석은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불법 사찰 등 혐의로 구속기소해 유죄를 받아냈다.

여권은 민정수석실 부활에 사정기관 장악 의도는 없다고 강조한다. 사정기관을 담당하는 반부패비서관은 두지 않고, 기존 공직기강비서관실과 법률비서관실을 이관하고, 민정비서관실을 신설하는 것뿐이란 것이다. 윤 대통령도 이날 “민심 정보라 하지만 결국 정보를 수집하고 다루는 일이기 때문에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정보를 다루는 부서는 꼭 법률가가 지휘하면서 법치주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주현 전 법무부 차관. 연합뉴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검사 출신을 임명하면 민심 청취라는 주장이 색이 바랠 수 있다”며 “향후 수석실 진용을 짤 때, 대통령 입장에서 불편한 사람을 발탁해야 중장기적으로는 대통령에 득이 더 크다. 권력 장악의 칼로 쓰려는 순간, 앞선 사례처럼 언젠간 대통령을 향한 부메랑으로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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