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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으로 의과대학 개강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22일 오전 개강을 시작한 대전 을지대학교 의과대학 강의실에 학생들의 빈 자리가 보이고 있다. 뉴스1
" ‘휴학’ 중인 의대생들에겐 아카라카 티켓 단체예약권도 주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닌가요. "
7일 오전 서울 연세대 신촌캠퍼스에서 만난 3학년 전모씨는 증원에 반대해 학교에 나오지 않는 의대생들을 비판하며 이렇게 말했다. 아카라카는 같은 이름의 연세대 응원단이 주최하는 학교 축제다. 티켓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학과나 동아리 등 재학생 단체부터 티켓을 우선 배부한다. 전씨는 “강의 하루만 빠져도 전공 수업은 진도를 따라가기가 힘들고 교양은 점수가 깎이는데 의대생의 결석에만 학교나 정부가 너그러운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교육부와 각 대학이 의대생들의 집단유급을 막기 위해 학년제 전환 등을 검토하자 대학생들 사이에서 “지나친 특혜”라는 불만이 나온다. 두 달 넘게 결석하고 중간고사까지 치르지 않는데도 아무런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박탈감 커지는 학생들 “예비군도 출석 인정도 힘든데”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에 반발한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으로 학사 일정이 계속 차질을 빚고 있는 가운데 17일 대전의 한 의과대학이 학생들의 수업 거부로 강의실은 텅 비어 썰렁했다. 이날 의대 건물 출입문에 중간고사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중앙포토
특혜 논란은 중간고사 기간인 지난달 말부터 일부 대학생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한 서울 소재 대학생은 지난 6일 익명 게시판에 “의대생이 중간고사를 대체하는 팀플 과제를 놓고 ‘수업 거부 때문에 발표 참여는 못 하지만 자료 제작은 도와주겠다’고 하는데, 이런 식으로만 해도 성적이 나온다면 말이 되나”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의대생들의 출석인정 여부를 놓고도 부정적 의견이 나왔다. 연세대 4학년생 유모씨는 “요즘엔 예비군 훈련받으러 갔다가 강의에서 결석 처리 당할까봐 모르는 사람끼리도 익명 게시판을 통해 훈련 날짜를 바꿔가며 수업을 듣는다”며 “적어도 다른 과 학생들이 다 같이 듣는 교양 수업에서는 원칙대로 낮은 성적이 나와야 하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서울대·한국외대 등에서는 예비군 훈련을 다녀온 학생이 장학금을 못 받거나 독후감 작성 등 과제를 부여받아 논란이 됐다.

대학가에서는 의대생을 ‘천룡인’이라고 부르는 밈(Meme·인터넷 유행어)도 생겼다. 천룡인은 일본 인기 애니메이션 ‘원피스’에 등장하는 종족으로, 인간 위에 군림하는 특권계층을 일컫는다. 경북대 공과대학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비가 오나 몸이 아프나 열심히 학교에 출석하며 수업을 들은 학생들만 괜히 초라해지는 느낌”이라고 했다.



“의대생에 학사 일정 맞추면 불만 나올 수밖에”
서울아산병원과 서울성모병원 교수 일부가 과로로 인한 피로 누적 등을 이유로 휴진하는 3일 오전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서울아산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울산의대 교수들이 의대 증원 정책 철회를 요구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대학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무작정 개강일을 늦추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이 대학 안팎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사립대 교무처장은 “8월 개강을 하게 되면 여름·겨울방학도 없이 수업을 내년 2월 말까지 계속해야 한다”며 “의대생 때문에 교수, 교직원들도 쉬는 날 없이 계속 근무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고 말했다. 의대를 운영하는 한 사립대 총장은 “의대생에게만 학사운영 일정을 맞추면 다른 단과대 입장에선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의대 증원을 둘러싼 학내 갈등도 여전히 불씨로 남아있다. 교육부가 의대 증원을 위한 학내 의견수렴 절차를 모집정원 확정 뒤로 미뤘기 때문이다. 부산대 교수회는 이날 대학평의원회와 교수평의회에서 의대 증원을 위한 학칙 개정을 만장일치로 부결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들은 심의 기구일 뿐 의결 권한이 없다. 학칙 개정은 총장이 참여한 교무회의에서 최종적으로 승인된다.

서울의 한 사립대 총장은 “의정갈등이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대학이 무엇을 할 수 있겠나”라며 “학생들의 휴학계도 받아주지 말라고 하고 학생들은 학교로 돌아올 유인이 없는데, 차라리 내년에 좀 더 많은 수의 학생을 제대로 가르칠 방법을 구상하는 게 더 좋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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