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트랜스젠더 권리는 인권이라는 내용의 팻말. 경향신문 자료사진


트랜스젠더들이 성별 변경 기준을 정한 법률이 없어 법원으로부터 성별 정정을 받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방 법원과 재판부에 따라 ‘성확정수술’을 허가 요건으로 보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최근 성확정 수술을 받지 않은 트랜스젠더 5명의 성별 정정을 허가한 한 법원은 “성전환(성확정) 수술 강요는 위헌”이라고 비판하면서 입법 공백을 지적해 주목을 받고 있다.

청주지법 영동지원의 한 재판부는 지난달 4일 성확정수술을 받지 않은 트랜스젠더 여성 A씨 등 5명의 성별 정정을 허가하며 성별 변경 기준을 정한 법률이 없는 현 상황을 짚었다. 재판부는 “트랜스젠더의 성별 정정과 관련해 성전환수술을 요건으로 두는 것은 헌법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행복추구권·성적 자기결정권 등에 대한 중대한 제한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관련된 법원 판결의 근거로 쓰이는 현행 대법원 예규에 대해선 “법률이 아닌 지침으로 규정한 것은 ‘법률유보원칙’에 반하며 당사자의 기본권을 중대하게 침해해 비례원칙에도 위반하여 위헌”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성전환자의 성별 정정 허가신청 사건 등 사무처리지침(가족관계등록예규)’에서 허가기준으로 삼아온 생식능력 제거수술·외부성기 형성수술 여부를 2011년 ‘허가기준’에서 ‘조사사항’으로, 2020년에는 ‘참고사항’으로 개정했다. 최근 대법원에서는 해당 조항을 폐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아직 대법원 예규가 개정되지는 않았으나 생식능력 제거수술이나 외부성기 형성 수술 등을 (법적인) 성별 정정 허가 요건으로 보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성전환수술을 받도록 강제하는 것은 성전환자에게 자신의 신체의 온전성을 스스로 침해할 것을 부당히 강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법적으로 성확정수술 여부가 성별 정정을 위한 ‘필수 요건’이 아니지만 이를 허가 기준으로 해석하고 판결을 내리는 법원은 여전히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성확정수술을 받지 않은 트랜스젠더들은 이른바 ‘수술 없이도 허가를 잘 내주는’ 지방법원을 찾아 자신의 등록기준지를 변경하는 식으로 성별 정정에 나선다고 한다. A씨 등 5명도 청주지법 관할이 원래 등록기준지가 아니었다. 이번 사건의 법률대리인단은 “이 사건의 판사 이름이 알려지면 성별 정정 신청이 몰릴 것이 우려된다”며 재판장 성명을 공개하지 않는다고 전하기도 했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 행동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2021년 11월16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트랜스젠더 성별정정 수술 요건 폐지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한수빈 기자


성별 정정을 결심한 트랜스젠더들은 주로 당사자들이 이용하는 커뮤니티와 오픈 채팅방에서 법적 절차와 최근 판례 동향 정보를 찾는다. “이 재판부에서는 호르몬 투여를 몇 개월 정도 했는지 묻더라”, “OO지법이 정정 판결을 잘 내준다” 등을 공유하는 식이다.

이번 사건을 대리한 청소년성소수자지원센터 띵동의 송지은 변호사는 “제도적으로 명확히 마련된 기준이 없다 보니 당사자들은 정보를 찾기 위해 커뮤니티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커뮤니티를 이용하지 않는 이들은 이마저도 알지 못해 정보 격차가 생기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2021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조사’를 보면 조사에 참여한 트랜스젠더 591명 중 법적 성별 정정을 하지 않은 응답자는 86%(508명)다. 응답자들은 성별 정정을 시도하지 않은 이유로 ‘성전환 관련 의료 조치에 드는 비용’, ‘성전환 관련 의료 조치에 따른 건강상 부담’ 등을 꼽았다. 이번 사건의 당사자인 B씨도 성별 정정수술 비용 부담으로 법적 성별 정정을 미뤄왔다고 전했다.

법적 성별 정정에 필요한 요건과 절차 등을 명확히 정한 법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지난해 11월 성확정수술을 받지 않아도 성별을 바꿀 수 있도록 하는 ‘성별의 법적 인정에 관한 법률’을 입법 예고했으나 발의에 필요한 의원 수를 충족하지 못해 발의에 실패했다.

[단독]“법적 성별 바꿔달라” 지난해 200명 넘었다[내 몸과 잘 살고 있습니다⑤]지난해 국내에서 법적 성별 정정을 신청한 사람이 200명 이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성별 정정 신청 및 처리 건수가 공식 확인된 건 처음이다. 성별 정정 관련 국가 통계는 시민...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02130600031

경향신문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16064 빌라 전세보증 '공시가 126%룰' 유지... 업계 "현행보다 악화" 랭크뉴스 2024.06.13
16063 지리산서 가족 산삼 17뿌리 ‘심봤다’…감정가 1억3600만원 랭크뉴스 2024.06.13
16062 공정위 “‘검색순위 조작’ 쿠팡에 과징금 1400억 원” 랭크뉴스 2024.06.13
16061 소비자원 “용량 ‘슬쩍’ 줄인 제품 33개”…8월부터 과태료 랭크뉴스 2024.06.13
16060 41년만에 청약통장 月납입 인정액, 10만→25만원으로 늘어난다 랭크뉴스 2024.06.13
16059 중대본 “집단 진료거부, 의료법 위반될 수 있어…엄정 대응할 것” 랭크뉴스 2024.06.13
16058 청약통장 월납입 인정액 41년 만에 10만→25만원 상향 랭크뉴스 2024.06.13
16057 국회 7개 상임위원장 선출, 다음 주로 미뤄질 듯 랭크뉴스 2024.06.13
16056 오늘 본회의 무산‥7개 상임위원장 선출도 연기 랭크뉴스 2024.06.13
16055 G7 앞둔 미국, 대러 제재 확대…중국 은행들 노렸다 랭크뉴스 2024.06.13
16054 "한국 사람 맞냐" 두눈을 의심…인천공항서 테니스 친 '민폐 커플' 랭크뉴스 2024.06.13
16053 산업부, '동해 가스전 개발' 석유공사에 "융자지원 재개 검토" 랭크뉴스 2024.06.13
16052 “무서워서 투자 못하겠네”...또 터진 스타·소속사 갈등에 ‘K팝 산업’도 위기 랭크뉴스 2024.06.13
16051 정부, 사직 전공의 '1년 내 재수련 불가' 완화 검토 랭크뉴스 2024.06.13
16050 3호선 女승객 돈 뜯는 '여장 남자'…"나도 봤다" 목격담 속출 랭크뉴스 2024.06.13
16049 “한국 완전 망했네” 그 교수 “돈 준다고 아이 낳지 않는다” 랭크뉴스 2024.06.13
16048 5개월 만에 100만봉 팔고 美수출까지…'서울라면' 열풍 왜 랭크뉴스 2024.06.13
16047 권익위 ‘명품백 종결’…야 ‘공직자 배우자도 처벌’ 청탁금지법 개정 추진 랭크뉴스 2024.06.13
16046 주민 30%가 고령자인데... 15층 아파트 엘리베이터 24대 다 멈췄다 랭크뉴스 2024.06.13
16045 "회사 다니기 너무 좋다" MZ들 환호하는 '이 회사' 복지 봤더니… 랭크뉴스 2024.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