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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 대피 명령에 트럭·당나귀 등 타고 필사의 탈출
‘구호품 진입로’ 라파 초토화 땐 가자지구 구호 활동 ‘붕괴’
국제사회, 이 향해 “민간인 강제 이주 명령, 전쟁범죄” 비판
피란 행렬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 동부 주민들이 6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의 대피 명령에 따라 피란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중재국들이 제안한 휴전 협상안을 수용하겠다고 밝힌 6일(현지시간), 7개월간 포성이 끊이지 않았던 가자지구에선 오랜만에 환호의 함성이 터져나왔다. 그러나 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 절망으로 변했다. 이스라엘이 휴전안을 거부하고 ‘최후의 피란처’ 라파에 탱크를 진격시키며 지상전을 강행하자 희망은 순식간에 사그라졌다.

이스라엘군이 라파 동부지역 민간인들에게 대피 명령을 내리면서 라파를 탈출하는 피란 행렬이 이어졌다. 곳곳에서 폭격으로 인한 굉음이 들리는 상황에서 주민들은 픽업트럭과 당나귀, 수레 등에 몸을 싣거나 도보로 길을 나섰다. 라파 동부에 있는 CNN 통신원은 이스라엘군의 대피 명령 후 주민들이 ‘공황 상태’에 빠졌다고 전했다.

자전거를 타고 피란길에 오른 파이살 바르바흐는 “가족 7명이 뿔뿔이 흩어졌고, 인생의 끝에 와 있는 기분”이라며 “끔찍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아미나 아드완은 로이터통신에 “앞으로 심각한 집단학살이 일어날 것”이라며 “라파에서 가장 큰 재앙이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쟁 전 인구 27만5000여명이던 라파에는 전체 가자지구 인구(230만명)의 절반 이상인 140만명이 머물고 있다. 이 가운데 60만명 정도는 어린이로 추산된다.

이스라엘군은 라파 동부지역 주민들에게 라파 북쪽 도시 칸유니스와 북서쪽 해안 도시 알마와시에 마련된 ‘인도주의 구역’으로 대피하라고 명령했지만, 이곳 역시 안전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슬람 구호단체는 “알마와시에 대피해 있는 민간인들은 계속 공격을 받아왔으며 식량과 물, 기타 구호품이 심각하게 부족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피 지역인 칸유니스는 올해 수개월간 계속된 폭격과 지상전으로 사실상 초토화돼 구호 활동가들은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라 말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대피 명령을 내리는 동시에 공습을 가하는 등 ‘안전 보장’이 무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AP통신은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북부와 남부 칸유니스의 상당 부분을 초토화할 때도 해당 지역에 대피 명령을 내렸지만 광범위한 민간인 사망을 초래했다”고 짚었다.

이스라엘군은 라파 피란민들을 위해 칸유니스 인근에 텐트당 12명씩 수용할 수 있는 텐트 4만여개를 세웠지만, 이는 전체 피란민 수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고,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신속한 대피를 할 수 있을지도 불분명하다. 이슬람 구호단체 관계자는 “대피 과정에서 사람들이 필연적으로 목숨을 잃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은 구호품 진입로인 라파가 초토화될 경우 가자지구 전체의 구호 활동이 붕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해상으로 구호품을 반입할 항구가 현재 건설되고 있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구호품은 이집트 국경을 넘어 라파를 통해 가자지구로 들어간다. 구호품이 반입되던 라파 검문소와 인근 케렘 샬롬 검문소는 전날부터 폐쇄됐다. 군사작전 중엔 구호품 이송이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

국제사회는 일제히 이스라엘군의 대피 명령과 지상전 강행을 비판했다.

볼커 투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민간인에 대한 강제 이주 명령은 국제인도법에 의해 금지돼 있으며, 엄격한 법적 요건을 충족하지 않을 경우 강제 이주는 전쟁범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이스라엘군은 지상 공세를 포기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이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집트와 요르단 등 협상 중재국뿐만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 프랑스, 독일 등도 이스라엘에 공격 중단을 촉구했다.

가자지구에서 구호 활동을 벌여온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는 지상전이 시작되더라도 라파를 떠나지 않겠다고 밝혔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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