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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의 케이블에 걸리는 사고 빈발
관리감독 부서 “일손 없다” 팔짱
운전자 “하늘까지 어떻게 보고 다니나”
한 대형 레미콘 차량이 7일 서울 강남구의 한 골목에서 아래로 늘어진 공중선을 피해 지나가고 있다.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골목에서 4m 높이의 레미콘 차량이 언덕길을 내려가다 갑자기 멈춰 섰다. 공중에서 아래쪽으로 축 늘어진 통신선에 걸린 것이다. 이 충격으로 전선이 걸려 있던 기둥이 통째로 뽑혀나가며 그대로 건물 외벽을 덮쳤다. 당시 작업 중이던 공사장 관계자 2명이 재빨리 몸을 피해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위험천만한 상황이었다.

사고 직후 레미콘 차량은 그대로 도주했다. 공사장 작업자들이 200m가량 뒤쫓아 차량 앞을 가로막고 나서야 멈췄다. 레미콘 운전자는 ‘전선줄이 낮은 걸 내가 어떻게 보느냐’고 되레 큰소리를 냈다. 사고 현장에 있던 유모씨는 “기둥이 조금만 다른 방향으로 쓰러졌더라면 큰 사고가 날 뻔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최근 공중에 난립한 케이블에 차체가 높은 공사 차량이 걸리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사고 충격으로 쓰러진 전선주가 도로와 건물을 덮치면서 인명피해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정비 책임이 있는 통신사업자와 관리 감독을 해야 할 당국 모두 비용 부담과 인력 부족을 이유로 제대로 된 예방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7일 취재진이 사고 현장 인근 공사장 5곳을 살펴본 결과 아래로 늘어진 공중선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상당수 공중선의 높이가 지면에서 2.3m가량에 불과했다. 현행법상 공중선은 땅에서부터 4.5m 이상 높이로 설치해야 한다. 실제 화물차의 경우 차체에 화물 높이까지 더하면 4.5m 높이에 쉽게 다다른다. 이날도 레미콘 차량이 늘어진 공중선을 아슬아슬하게 피해 지나가는 장면이 반복됐다.

비슷한 사고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4월 경기 안산시에서도 덤프트럭이 늘어진 통신케이블을 보지 못하고 도로로 나오던 중 사고가 발생했다. 가로등과 케이블 지지대 10개가 쓰러져 4개 차로 중 3개 차로를 덮쳤다. 사람은 다치지 않았지만 자칫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최근 3년간 해지된 회선이 방치되거나 늘어진 경우 등 방송통신발전기본법령 위반으로 시정명령을 받은 통신선은 3272건에 달한다. 다만 과기정통부가 통신사업자 측에 과태료 처분을 내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일차적인 정비 책임이 있는 통신사업자들은 비용 부담 탓에 정비가 어렵다고 해명한다. 과기정통부는 한 차례 정비를 하더라도 케이블 설치와 해지가 계속 발생해 금방 케이블 난립 사태가 벌어진다고 설명하고 있다. 점검 주체인 중앙전파관리소 인력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더 큰 사고 예방을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좀 더 자주 점검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문수 공중선정비연구소장은 “법이 있는데도 지켜지지 않는 상황”이라며 “정비사업 예산이 어떻게 쓰이는지 감독하고, 담당 부서와 공무원이 자주 바뀌는 구조적인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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