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이, 국제사회 반대에도 공격 감행
정치조직·이데올로기 ‘궤멸’ 어려워
6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라파흐에서 한 여성이 이스라엘방위군(IDF)의 명령에 따라 다른 지역으로 피란을 가면서 절규하고 있다. 라파흐/AFP 연합뉴스

이스라엘이 국제사회 반대 여론이 가장 강했던 팔레스타인 최남부 라파흐에 대한 지상 공격을 7일(현지시각) 시작함으로써 가자 전쟁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이스라엘이 국제사회의 반대를 무시하고 라파흐를 공격한 가장 우선적인 이유는 이스라엘이 전쟁 목표로 내걸었던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궤멸에 필수적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라파흐에 피난한 140만명의 가자지구 주민 속에 하마스 지도부, 하마스의 4개 전투 부대, 하마스가 납치한 이스라엘 인질과 접경한 이집트와 연결되는 비밀통로가 있다고 이스라엘은 주장한다. 이 때문에 라파흐에 은거한 하마스의 전력을 절멸해야 하고, 지상 공격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해왔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10월7일 가자 전쟁 발발 이후 가자의 북부에서부터 초토화 전술을 사용해 가자 주민들을 남부로 몰아내왔다. 이스라엘은 주민 속에 섞여 지하터널 등에 은거하는 하마스 전투 병력을 소탕하기 위해서 작전 지역에서 주민들을 분산시키고 시설물을 완전히 파괴하는 전술을 채택해왔다. 가자 북부의 가자시티에 이어 남부 중심 도시 칸유니스는 거의 무인지대화됐고, 대부분의 주민들은 난민 신세로 남부의 이집트 접경 지역인 라파흐로 몰려들었다.

이스라엘은 올해부터 라파흐 지상 공격을 고집했으나 미국 등의 반대에 봉착해왔다. 특히, 자국 내에서 가자 전쟁 반대시위로 지지층이 이탈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라파흐 공격이 초래할 민간인 피해와 인도주의 위기를 극도로 우려했다. 이 때문에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달 중순 이후 이스라엘의 라파흐 공격에 앞서 휴전을 성사시키기 위해 외교력을 쏟아부었다.

이집트와 카타르가 중재한 휴전 협상은 지난달 말 이스라엘이 하마스에 요구하는 인질 석방 규모를 낮추고 “휴전 이후 항구적 평화를 위한 조처” 등이 언급되면서 타결의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달 30일 “(휴전 협상이) 타결되든 무산되든 우리는 라파흐에 들어가 하마스 부대를 모두 없앨 것”이라며 협상에 찬물을 끼얹었다.

하마스는 6일 휴전안에 동의했지만 이스라엘은 이를 무시하고 7일 라파흐 공격을 시작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5일 하마스의 무장단체 알카삼 여단이 라파흐 동쪽에서 이스라엘군에 로켓 공격을 해 이스라엘 병사 4명이 사망하자 이를 공격 명분으로 삼았다.

국제위기그룹의 선임분석가인 마이라브 존스제인은 알자지라 방송에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휴전을 거부한 모양새를 만들어내고 있다”며 “네타냐후는 휴전 협상이 타결될 수 있다고 느끼고는 이를 막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스라엘은 이번 공격을 위해 약 1만8천~3만명 병력의 6개 여단을 라파흐에 배치 중이다. 카타르 도하대학교의 오마르 아슈르 안보학 교수는 “이번 작전은 제한된 작전이 아니라 라파흐에 대한 2개 사단의 다방면 합동 군사공세”라고 지적하면서 포격, 공중 및 해상 지원에 전자기 및 정보 작전이 결합돼 앞으로 몇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마스는 단순히 군사조직이 아니라 정치조직, 이슬람주의운동 이데올로기이기 때문에 하마스 궤멸은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스라엘이 라파흐마저 공격하면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이 공격할 곳은 사실상 없어진다. 그러나 하마스가 궤멸했다는 평가가 나오기 힘들기 때문에 가자 전쟁의 출구는 더욱 멀어지고 꼬이고 있다.

한겨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19536 잠수교, ‘가장 긴 미술관’으로 재탄생…2026년 첫 한강 보행전용 다리로 랭크뉴스 2024.05.10
19535 '쥬라기 공원'에 나온 음악 아냐?…파리올림픽 주제가 표절 논란 랭크뉴스 2024.05.10
19534 문 열자마자 경찰 총격에 미 흑인 장병 사망 ‘과잉 진압’ 의혹 랭크뉴스 2024.05.10
19533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 외국인 투자자금 6개월째 순유입 랭크뉴스 2024.05.10
19532 “15년 영업한 치킨집도 문 닫아”… 고물가 속 ‘줄폐업’에 고심하는 자영업자 랭크뉴스 2024.05.10
19531 [현장] 이차전지·미래차·신재생 품은 새만금…“기업 땅 모자라” 랭크뉴스 2024.05.10
19530 남의 결혼식서 동물 복장에 고양이 흉내낸 여성…“한번 뿐인 결혼식 망쳤다” 랭크뉴스 2024.05.10
19529 60대女 몰던 '왕초보' 차량 인도로 돌진…엄마·딸 덮쳤다 랭크뉴스 2024.05.10
19528 ‘노도강의 숙원’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착공 앞둬 랭크뉴스 2024.05.10
19527 “윤 대통령의 유일한 결단, 연금개혁 미루자는 것” 랭크뉴스 2024.05.10
19526 4년 만 부활한 디지털교도소... 의대생·부산 칼부림 유튜버 얼굴 공개했다 랭크뉴스 2024.05.10
19525 우크라 드론, 1천500㎞ 날아 러 정유시설 '쾅'…최장거리 타격 랭크뉴스 2024.05.10
19524 23년차 교사는 교권 침해 기사 쏟아지는 ‘스승의 날’이 두렵다 랭크뉴스 2024.05.10
19523 민주 초선 당선자 60여명 ‘채상병 특검 관철’ 천막농성 돌입 랭크뉴스 2024.05.10
19522 미국, AI 기술 중국 수출 막는 규제 검토한다 랭크뉴스 2024.05.10
19521 [단독] '의대생 살인' 최 모 씨, 경찰 첫 출동 때 범행 현장 반대 방향으로 투신 시도 랭크뉴스 2024.05.10
19520 [주식 초고수는 지금]‘불닭볶음면’ 실적 날아오르자…삼양식품 순매수 1위 랭크뉴스 2024.05.10
19519 [일본에 배신 당한 네이버]③ ‘50:50’ 합작인데 소프트뱅크에 이사회 내준 라인야후… 손정의 계략이었나 랭크뉴스 2024.05.10
19518 ‘여친 살해’ 의대생, 퇴학 수순…소속 대학 “징계한다” 랭크뉴스 2024.05.10
19517 우크라 드론 ‘1500㎞ 비행’ 러시아 본토 최대 석유화학 단지 타격 랭크뉴스 2024.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