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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29일 한 의과대학 강의실이 텅 비어있다. 연합뉴스

입시 정책을 총괄하는 교육부가 또 한번 논란의 중심에 섰다. 애초 대학별 의대 증원분 배정을 결정한 ‘의과대학 학생정원 배정위원회’(배정위)의 위원 구성부터 회의 시기, 내용까지 모두 비밀에 부쳐 정책 투명성을 훼손한 바 있다. 최근엔 회의록 존재 여부를 놓고 ‘오락가락’ 해명을 내놓아 정책 신뢰마저 해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3월15일 보건복지부, 의료계 전문가 등과 배정위를 꾸려 첫 회의를 열었다. 이후 5일 뒤인 20일 대학별 배정 결과를 내놓았다. 당시 교육부는 비수도권 우선 배정, 지역 거점 국립대 의대 정원 200명 확보 등 원칙을 밝히면서도, 배정위의 주요 안건과 논의 내용, 위원 구성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국회 요청에도 ‘비밀’을 지켰다.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배정 결과가 발표된 뒤인 3월21일 교육부에 관련 자료를 요청했다. 배정위 회의가 열린 날짜와 위원 명단, 논의 횟수, 회의록 등에 대한 정보를 요구했지만, 교육부는 거절했다. “해당 자료가 공개될 경우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우려가 있어 공개가 어렵다”고 했다.

더욱이 배정위 회의록의 존재 유무에 대한 말도 뒤집었다. 교육부는 지난 3일 한겨레에 “전체 회의 내용과 위원들의 중요한 발언을 요약한 자료는 존재한다”고 했다. 하지만 7일에는 “의대 배정위원회와 관련해 현재 소송이 진행되고 있으므로 어떤 것도 확인해드릴 수 없다”고 말을 바꿨다. 작성 여부조차 확인이 어렵다고 한 것이다. 이 같은 자세는 정책 설득력을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배정 작업이 충분한 논의를 거쳐 이뤄진 게 맞는지 의구심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교육부는 이미 의대 증원에 대한 말을 바꾸면서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혼란을 일으켰다. 3월 대학별로 2천명 배정을 발표한 뒤 한달 만에 대학별 자율 감축을 허용하면서 증원분을 1500명 선으로 줄였다. 여기에 대입 수시모집 원서 접수를 코앞에 두고도 여전히 정원을 확정하지 못해, 1년 전에 대학 입시 전형을 확정하도록 하는 ‘대입 사전예고제’ 취지를 허물었다.

지난 4월19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입시를 총괄하는 교육부총리로서 학부모님들께 송구하단 말씀을 드린다. 그렇지만 이번 조치로 최대한 입시 불안을 최소화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불안을 해소하기는커녕 밀실 행정과 오락가락 해명으로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스스로 불러일으켰다. “입시 정책 혼란의 주범은 교육부”라는 수험생과 학부모의 비판에 교육부가 제대로 답해야 한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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