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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 민원 늘어 업무과중 심화
보험사기범 민원 악용해 부당이득
판결 불만에 불필요한 정책 건의도
민원처리 48일 소요···4년새 2배↑
업계 "악성 분류할 기준 마련해야"
[서울경제]

# 2017년 교차로 좌회전 중 마주오는 차와 부딪힌 사고를 당한 A 씨는 병원에서 ‘경추간판장애(목 디스크)’로 2주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A 씨는 상대방에게 대인 접수를 요구(지불보증)하지 않고 자신이 직접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진료비를 청구했다. 더 나아가 A 씨는 대형 종합병원에서 허리 디스크 수술을 받는 등 7년 동안 약국 40건, 한방병원 12건, 양방병원 4곳 등 치료를 받으면서 영수증 등을 위조해 보험사에 치료비 1억 4000만여 원을 청구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보험사가 조사를 하자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넣어 보험사를 압박하기까지 했다. 현재 A 씨는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



악성 민원이 사회문제로 떠오르는 상황에서 보험사들도 ‘블랙컨슈머’들의 과도한 민원 제기에 몸살을 앓고 있다. 일부 보험 가입자에 해당하는 일이지만 악성 민원인들 때문에 선량한 대부분의 보험 가입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특히 보험 사기범들이 민원을 통해 보험사들에 압박을 가하며 부당이득을 취하는 사례까지 나타나 악성 보험 민원에 대한 실태 파악과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7일 보험 업계에 따르면 A손해보험사는 2022년 1만 5000여 건의 자동차보험 민원 건수 중 249건(1.6%)이 보험사기로 적발돼 감독 당국에 보고했다. 2021년에도 비슷한 수준의 자동차 보험 민원이 접수됐는데 201건이 보험사기로 판명 났다. 아직 집계가 끝나지 않은 지난해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 만큼 이 보험사에서 최근 3년간 제기된 민원 중 보험사기로 적발된 민원 건수만 해도 현재(5월 초 기준) 530여 건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이 보험사는 지난해 5월 차선 변경에 따른 경미한 사고로 전치 2주의 견관절염좌 진단을 받은 한 가입자에 대해 보험사기가 의심돼 조사를 진행한 뒤 보험사기 건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이 가입자는 사고 이후 입원 치료(13일)와 통원 치료(101일)를 진행하면서 금융감독원에 16차례 민원을 제기했고 보험사기 수사를 하던 경찰을 대상으로도 다수의 민원을 제기했다. 이 과정에서 해당 가입자는 500만 원의 합의금을 주지 않으면 타 병원으로 전원해 치료를 장기화시켜 보험사의 손해액을 늘리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A손해보험사의 한 관계자는 “보험사기가 예상되는 사고에도 과도한 보험금을 요구하며 민원으로 압박이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며 “민원이 증가하면 보험사 입장에서는 평판이 악화되고 소비자들은 ‘나쁜’ 보험사로 오인하게 되니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악성’ 민원뿐만 아니라 단순 불만 사항도 대거 민원으로 제기되면서 보험사와 금융 당국이 민원 처리에 과도하게 시간과 인력을 소모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제기되는 모든 민원을 접수·처리하는 것이 원칙이어서 소비자들이 제기하는 민원을 누락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보험 업계에서는 연간 접수되는 민원 중 12~13% 정도가 보험사에 책임을 물을 수 없는 민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실제로 손해보험 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이 지난해 접수한 손해보험 관련 민원 3만 6238건 중 4691건이 단순 불만 등 보험사에 제기하는 게 적절하지 않은 사례로 나타났다. 이들 민원 중에서는 정책을 건의하거나 진행 중인 재판 혹은 확정된 재판 결과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기도 하고 특히 상대방에게 주는 보험금이 너무 많다고 불만을 터뜨리는 민원들도 적지 않았다.

보험사나 금융 당국에 무분별하게 제기되는 악성 민원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선량한 대다수의 일반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민원 담당자들은 악성 민원을 우선 처리할 수밖에 없으니 일반 소비자가 제기하는 민원은 처리가 느려지게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의 민원 처리 평균 기간은 2019년 24.8일이었지만 2021년 41.2일로 40일을 돌파한 데 이어 지난해는 48.2일로 4년 전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라임 사태 등 각종 금융 사고와 관련된 민원이 늘어 처리 기간이 증가한 것이 큰 영향을 미쳤지만 민원의 절대량이 확대된 것도 무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금감원에 제기된 금융 민원 건수는 2019년 8만 2209건이었지만 지난해 9만 3842건까지 증가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민원이 많이 제기되면 악성 민원에 대해 법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이들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면서 협상하는 경우도 분명히 있다”며 “이로 인해 또 다른 악성 민원이 양상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보험 업계에서는 악성 민원에 대한 실태를 파악하고 명확한 기준을 세워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험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악성 민원인에 대한 법적 기준부터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며 이후 이를 바탕으로 악성 민원인을 분류하고 통계를 만들어 지속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면서 “악성 민원은 민원 건수에서 제외하고 단순 민원들은 협회 등을 통해 접수해 보험사들이 제대로 민원을 관리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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