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지난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1대 국회 임기 종료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와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이 폐기될 위기에 놓여 있다며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에 조속히 나서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또 죽었습니다. 벌써 8명입니다. 집권여당이 특별법 개정 요구에 귀 닫고 있는 동안 벌어진 일입니다. 대체 정부란 건 왜 있는 겁니까?”

7일 정태운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 대구대책위원장이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울분에 찬 목소리로 쏟아낸 말이다. 대구 남구 대명동의 한 빌라에서 지난 1일 전세사기 피해자 ㄱ(38)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이 알려진 직후다. 전세사기 피해자 자살 사건은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것만 8번째다. 정 위원장은 “유가족들이 공개를 원치 않는 사례를 포함하면 실제로는 더 많다”고 전했다.

ㄱ씨가 남구 대명동의 한 빌라에 입주한 건 2019년이다. 전세보증금은 8400만원을 냈다. 그가 전세금을 떼일 수 있다는 불안에 시달린 건 지난 2월 건물에 근저당이 잡힌 사실을 알고 나서다. 모두 13가구 사는 다가구 건물인데 ㄱ씨는 보증금반환 후순위 임차인이었다. 소액임차보증금 기준(6000만원)을 넘겨 우선 변제 제도의 도움도 받을 수 없었다. ㄱ씨는 전세사기 피해를 입었다고 신고했지만,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이 정한 4가지 피해자 요건 가운데 ‘경매개시결정 등’ 내용을 충족하지 못했다. 정 위원장이 ㄱ씨를 알게 된 것도 그즈음이다.

문제를 풀어보려 혼자서 동분서주하던 ㄱ씨가 대책위에 연락을 해왔다. ㄱ씨는 대책위 기자회견에도 참석하는 등 문제 해결에 적극적이었다고 한다. “여장부였죠. 입주해 살던 빌라에서 가장 먼저 피해를 인지했어요. 그런데 혼자만 알음알음 구제받으려고 하지 않고, 주변 피해자들에게 어떻게해야 하는지를 앞장서 알렸습니다.”

지난달 9일 살던 건물의 경매 개시가 결정됐다. 건물이 경매에 넘어가면 보증금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고 쫓겨나게 된다. ㄱ씨는 드디어 피해자 요건을 모두 갖췄다고 보고 이의신청을 냈다.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는 지난 1일 오후에야 ㄱ씨에게 피해자로 인정된다고 통보했다. 불안에 시달리던 ㄱ씨가 이날 새벽 목숨을 끊은 뒤였다. 정 위원장은 “피해자로 인정받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엄청난 심리적 영향을 준다”고 했다.

대책위는 ㄱ씨가 살던 건물을 포함해 임대인 일가가 소유한 건물 14채 입주자들 대부분 ㄱ씨와 비슷한 전세사기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책위의 실무 지원을 맡은 김성년 녹색정의당 대구시당 사무처장은 “건물 수와 가구 수를 봤을 때 피해 인원은 150여명, 피해 금액은 100억원 이상으로 추정한다. 전세계약을 맺을 때 근저당 사실을 숨기거나 속이고 계약을 맺은 것 같다”고 했다. 이 사건은 대구 남부경찰서가 수사 중이다.

대책위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정부와 국회는 지금이라도 전 재산을 잃고 전세대출금 상환, 퇴거 압박에 시달리는 전세사기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해 특별법 개정과 대책 마련에 모든 수단을 동원하라”고 촉구했다.

한겨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17285 국민이 임기 절반도 못 참은 초유의 대통령, 윤석열이 가야 할 길 랭크뉴스 2024.06.16
17284 재생 어려운 치아 되살리는 소재 기업 하스, 코스닥 도전장 [전예진의 마켓 인사이트] 랭크뉴스 2024.06.16
17283 'KTX 첫 수출' 가능케 한 2750억짜리 대외경제협력기금 랭크뉴스 2024.06.16
17282 중앙아 순방 마친 尹대통령…'거야공세'·'의사파업' 난제 산적 랭크뉴스 2024.06.16
17281 서울의대 비대위 "교수 529명 휴진 참여"‥"수술장 가동률 33.5%까지 떨어질 것" 랭크뉴스 2024.06.16
17280 17일 서울대 집단휴진, 18일 의협 총파업…의료대란 어느 수준? 동네의원 ‘올스톱’까진 안갈듯 랭크뉴스 2024.06.16
17279 “소변 받아먹어”… 90대 요양환자 학대한 80대 간병인 랭크뉴스 2024.06.16
17278 나는 휴진 반대하는 의대교수…“증원이 사람 목숨보다 중요한가” 랭크뉴스 2024.06.16
17277 “가족 건드리지 마라”...이승기, 장인 ‘주가 조작’ 논란에 입 열었다 랭크뉴스 2024.06.16
17276 아사히 “日 정부, 폐로 대체할 원전 증설 허용할 듯” 랭크뉴스 2024.06.16
17275 [단독] ‘순위 조작’ 쿠팡, 미국에 “공정위가 국제 관행 제재” 랭크뉴스 2024.06.16
17274 "언론, 檢 받아쓰기 분주"…野의원들 이재명 '기자 애완견' 발언 옹호 랭크뉴스 2024.06.16
17273 ‘박정희 국제공항’ 만들기 TK 정치권 한몸…신공항 명칭 점입가경 랭크뉴스 2024.06.16
17272 제4이통 좌초 언제까지…스테이지엑스 ‘자격 취소’가 남긴 질문들 랭크뉴스 2024.06.16
17271 쿠팡·공정위, 줄줄이 ‘장외 공방’ 예고···김범석 의장 고발 이어질까? 랭크뉴스 2024.06.16
17270 자본 검증 없이 ‘제4이통’ 밀어붙인 정부…정책 신뢰까지 날렸다 랭크뉴스 2024.06.16
17269 원·달러 외환시장 새벽 2시까지 연다···런던서도 실시간 거래 랭크뉴스 2024.06.16
17268 집주인 ‘물막이판=침수 인증’ 설치 꺼려…반지하 폭우 대책 ‘구멍’ 랭크뉴스 2024.06.16
17267 서학개미 '액면분할' 엔비디아 쓸어 담았다… 한주간 4400억원어치 순매수 랭크뉴스 2024.06.16
17266 국민의힘 "이재명, 사법부에서 뺨 맞고 언론에 화풀이" 맹공 랭크뉴스 2024.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