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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2028년까지 유학생 3만명 유치
‘노인과 바다’ 오명 벗고 인구 감소 대응
” 차별 없는 교육·비자 발급 요건 완화해야”

지난달 30일 부산 부산글로벌도시재단 사무실에서 베트남 출신 쩐 티 응옥 뀌엔씨가 남편과 아이를 안고 있다. /홍다영 기자

지난해 말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은 총 250만7584명. 전체 인구(5132만명)에서 4.89%를 차지했다. 경제협력기구(OECD)는 이 비율이 5%를 넘어가면 ‘다문화·다인종 국가’로 분류한다. 올해부터 한국은 ‘다문화·다인종 국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력이 부족해 외국인 근로자를 도입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서다. 외국인 근로자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인지, 이들은 어떻게 한국 사회에 적응하고 있는지, 다른 국가와 비교해 국내 제도를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 짚어본다.[편집자 주]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유학 와서 남편을 만나 결혼하고 아이 2명을 낳았습니다.”

어느덧 한국 생활 7년차가 된 쩐 티 응옥 꾸잉(33·한국명 김주란)씨가 지난달 30일 부산 부산글로벌도시재단 사무실에서 갓난아이를 두 팔로 안고 한 말이다. 그는 한국의 대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따고, 같은 베트남 출신 유학생을 만나 사랑에 빠져 결혼해 아이를 낳고 일하고 정착했다. 쩐씨는 젊은이가 수도권으로 빠져나가 바다와 노인만 남았다며 ‘노인과 바다’라는 자조적인 별명까지 얻은 부산에서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한국 유학 와서 공부하고 결혼까지…비자 문제로 첫째와 생이별 중
쩐씨는 한국에 와서 정착하게 된 과정을 설명했다. 10대 시절 베트남에서는 한국 아이돌 ‘소녀시대’와 잘생긴 주인공 4명이 나오는 드라마 ‘꽃보다 남자’가 인기였다.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았는데 어느 날 한국어 발음이 “귀엽게” 들렸다고 한다. 2009년 베트남 호찌민시 국립대학 한국학과에 입학했다.

졸업 후 베트남에 있는 어학당에서 몇 년간 근무하다 2018년 유학생 비자(D-2)로 한국에 입국, 부산 동아대 대학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에 입학했다. 그는 “한국에 대해 공부했으니 기왕이면 한국에서 살아봐야겠다는 생각이 있어 정착했다”고 말했다.

일러스트=손민균

처음에는 서울 유학을 생각했으나 추위를 많이 타 상대적으로 따뜻한 남쪽 도시에 내려왔다. 이 선택은 쩐씨에게 신의 한 수가 됐다. 부산에서 함께할 남편 보 두 후이(28)씨를 만났다. 보씨는 당시 동아대 커뮤니케이션학과 학사 과정에 재학 중이었다. 두 사람은 사랑에 빠졌고 2020년 결혼했다. 이듬해 첫째를 낳았고, 올해 초 둘째가 생겼다.

부부는 한국에 정착하기 위해 작년 7월 지역특화형 지역우수인재 비자(F-2-R)를 받았다. 외국인이 인구 감소 지역에서 5년 이상 일하면 장기 거주하고 가족도 초청할 수 있는 비자다. 정부가 지역 소멸을 막으려 발급하고 있다. 부산은 서구·동구·영도구가 지역특화형 비자 발급 대상이다. 부부는 부산 서구에 거주하고 있다. 아내 쩐씨는 영어 교육 업체에 취직해 일하다 현재 출산 휴가 중이고, 남편 보씨는 부산에 있는 어묵 공장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들 부부는 외국인이 한국에 정착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으로 ①일자리 ②자녀 교육 ③비자 발급 완화를 꼽았다. “한국에 일자리는 많지만 좋은 일자리는 부족합니다. 주변에서 급여를 못 받는 외국인 이야기도 간혹 들려요. 외국인 아이가 학교에서 놀림 받지 않고 차별 없이 교육받을 수 있는 환경도 필요합니다. 비자 발급 요건도 완화되면 좋겠어요.”

유학 비자를 지역특화형 비자로 바꾸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어린 자식과 생이별하는 슬픔도 겪었다. 쩐씨의 말이다. “첫째를 낳을 때 대학원 논문도 쓰고 아이도 돌봐줘야 했습니다. 저도 엄마가 처음이고 아무 경험이 없었는데… 코로나19로 주변에서 도움을 구하기 어려웠어요. 첫째가 16개월쯤 됐을 때 베트남에 있는 친정집에 보냈는데 비자 문제로 아직까지 돌아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아이 2명을 초·중·고교, 대학까지 보내고 싶습니다. 첫째를 빨리 데려와야 어릴 때부터 한국어를 습득하고 한국살이에 적응하지 않을까요? 아이가 보고 싶습니다.”

30일 부산 12개국 유학생. /홍다영 기자

부산시 “아메리칸 드림처럼 코리안 드림 이루길”
부산시 인구는 지난 2018년 344만1453명에서 올해 2월 328만9401명으로 감소했다. 인구가 줄면 그만큼 소비도 위축되고 지역 경제가 어려워진다. 부산시는 쩐씨처럼 한국에서 교육받고 일자리를 얻어 정착해 살고 싶은 외국인 유학생들을 지원하고 있다.

이날 늦은 오후 부산글로벌도시재단 사무실에는 미얀마, 에티오피아, 인도네시아, 이란, 우즈베키스탄 등 12개국에서 온 유학생 18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부산에 있는 대학교에서 공부하는 유학생들로 전공은 컴퓨터공학과, 전자로봇학과, 분자생물학과, 식품영양학과 등 다양하다. 이들은 부산에서 8개월간 사회 공헌 활동을 하고 1인당 200만원씩 장학금을 받는다.

아프리카 적도기니에서 온 부산외대 3학년 온유씨의 전공은 국제개발협력이다. 그는 “부산은 바다가 있어 고향과 자연 환경이 비슷하다”며 “한국이 어떻게 경제 성장을 했는지 공부해서 (자국에) 적용하고 싶다”고 했다. 이어 “200만원 중 150만원은 현재 준비하고 있는 국제개발협력 관련 자격증을 따기 위해 사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산은 인구 감소를 막으려 2028년까지 유학생 3만명(이공계 비율 30%)을 유치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유학생들이 본국으로 떠나지 않도록 장학금을 주고, 지역 조선소와 제조업체 등에 취업을 연계해 정착하도록 할 계획이다. 부산시는 부산글로벌도시재단을 통해 올해 하반기 일본, 베트남 등에서 유학생 박람회를 연다. 우수 인재 6명을 선발해 항공권과 체류비 등 1인당 400만원씩 장학금을 지급한다.

부산글로벌도시재단 관계자는 “부산은 대학이 많아 교육 환경이 좋고 교통도 편리하다. 자연 환경도 아름답고, 서울보다 물가도 싸다”며 “현재 부산에 거주하는 외국인 7만여 명 중 유학생은 1만2000명쯤 된다. 유학생들이 아메리칸 드림처럼 코리안 드림을 이루도록 지역 일자리를 잘 연계하겠다”고 말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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