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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냉키, 영란은행 전망체계 검토 보고서 공개
“BOE, 단일한 금리경로 제시하는 게 적절”
日도 점도표 도입 회의적… “미국만 가능”
한은 ‘한국형 점도표 확대’ 논란 가속될 듯

한국은행이 2022년 말 도입한 ‘한국형 점도표(dot plot·개별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의 금리 전망치를 취합한 표)’를 확대하려고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이 제도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가열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점도표를 처음으로 도입한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마저 최근 영란은행(BOE)에 개별 위원의 금리 전망치를 공개하는 것을 권고하지 않은 것이 대표적인 예다.

버냉키 전 연준 의장 “점도표 도입은 공격적인 접근”
7일 한국은행 런던사무소가 최근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12일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은 BOE의 전망체계를 검토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작년 7월 BOE 의뢰로 진행된 것으로, ▲경제전망 모형 ▲경제전망 프로세스 ▲경제전망 커뮤니케이션 방식 등 세 분야에서 총 12가지 권고사항을 담고 있다.

벤 버냉키 전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지난 4월 12일 영국 런던 영국중앙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 뉴스1

영국에서는 지난 2022년 이후 BOE가 내놓은 물가 전망과 달리 주요국 대비 높은 물가 수준이 지속되면서 BOE가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일반인의 BOE에 대한 물가안정 신뢰도는 1999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2022년 5월 순만족도(만족-불만족)가 마이너스(-)를 기록했으며, 지난달까지도 플러스(+)로 돌아서지 못했다.

BOE는 시장기대(선도금리 시장 등)에서 유도된 미래 정책금리 경로를 제시하는 방식으로 차후 정책금리 결정에 대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 나아가 이 금리 경로를 기반으로 소비자물가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실업률 경로 전망을 제시한다. 그런데 물가 경로의 예측력이 떨어지면서 금리수준 등 전제조건에 대한 판단이 잘못됐을 수 있다는 비판이 커졌다.

이에 전망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작년 6월 영국 의회는 긴급 점검을 요청했다. BOE는 이를 받아들여 작년 7월 버냉키 전 연준 의장에게 외부 종합검토를 의뢰했다. 물가안정 목표제와 점도표 등 굵직굵직한 제도를 연준에 도입한 버냉키의 공로를 높이 산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그가 BOE에 점도표 방식의 포워드 가이던스 도입을 제안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그러나 시장의 예상을 깨고 버냉키는 BOE 통화정책위원회(MPC)의 각 위원이 자체적으로 예측한 정책금리 수준을 공개하는 것을 권고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현재의 전망 방식을 보완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고 ▲정책위원과 직원 간 정기적 논의 절차 마련 ▲전망 초기 단계에서부터 대안적 시나리오 논의·결정 등을 권고했다.

버냉키는 정책금리 수준을 공개하는 것이 “영란은행 운영상 중대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공격적인 접근 방식”이라면서 후속 논의가 필요한 사항으로만 언급했다. 아울러 추후 영란은행이 자체금리 예측 경로를 제시한다면, 미국의 점도표 방식이 아닌 북유럽 중앙은행 방식처럼 위원들의 논의를 거쳐 합의된 금리경로 전망을 제시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韓 포워드 가이던스 확장 가능할까… 금통위 의견도 분분
버냉키마저 점도표 도입에 대해 신중한 자세를 취하면서, ‘한국형 점도표’로 불리는 ‘조건부 포워드 가이던스’를 운영하는 한은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현재 향후 3개월 시계에서 각 금통위원의 금리 전망치를 취합해 언론에 공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를 보다 더 넓은 시계로 확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올해 1월 11일 서울 중구 한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기 전 물을 마시고 있다. /뉴스1

그러나 일각에서는 포워드 가이던스를 확장하는 것이 시장에 더 큰 혼란을 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앙은행의 예측대로 금리가 움직이지 않을 경우 통화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지난 2022년 이후 전 세계 중앙은행이 금리를 급격히 올리는 과정에서 불거진 ‘포워드 가이던스 무용론’이 그 사례다. 당시 연준과 유럽중앙은행(ECB)은 시장의 예측을 깨고 금리 인상을 단행했고, 시장에서는 포워드 가이던스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졌다. “포워드 가이던스가 끝났다”는 비판도 나왔다.

조사인력 부족 등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각 위원은 미국 각지에 설치된 지역 연방준비은행(연은) 12곳의 행장으로서 해당 지역에 있는 민간 상업은행들을 통솔하는 역할을 한다. 지역 연은의 역할이 큰 만큼 행장을 보좌하는 별도의 조사 인력과 조직도 갖추고 있다. 반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7명의 금통위원을 보좌하는 금융통화위원회실 인력이 19명에 그친다.

이런 이유에서 일본 등 주요국에서도 점도표 방식의 포워드 가이던스 도입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는 작년 12월 금융정책결정회의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연준처럼 점도표를 공개하는 방안에 대해 “아마도 미국만 그럴(가능할) 것”이라면서 “평소에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정중하게 설명하려고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통위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지난 20일 임기가 종료된 서영경 전 금통위원은 포워드 가이던스가 시장의 기준금리에 대한 예측력을 높였다고 평가하면서 6개월 또는 1년으로 시계열을 확장하는 방안이 경제주체의 의사결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 그러나 서 위원과 함께 퇴임한 조윤제 전 금통위원은 “(미국과 달리)우리는 주도적으로 긴 시계에서 포워드 가이던스를 하는 건 한계가 있다”면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은 관계자는 “포워드 가이던스는 장점과 단점이 명확히 있는 제도”라면서 “한은도 이를 인지하고 있고, 단점에 대해서도 충분한 시간을 두고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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