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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李 회담 앞서 '비공식 특사' 라인 가동
함성득 원장, 임혁백 교수 물밑 조율 나서
'피의자 李 만남은 굴복' 지지자들 반대에
회동 거부해온 尹, 총선 참패에 인식 전환 
"정치, 국회 도움 없이 좋은 정책도 안돼" 
"李 더 이상 경쟁자 아닌 국정 동반자로"
"이 대표 수사 文정부서 시작하지 않았나"
'이 대표가 총리 추천해달라' 선제 제안도
李 "총선 승리, 막중한 책임감" 협치 공감
"尹 국정 기조 변화 의지부터 먼저 보여야"
함 원장, 임 교수 "尹-李 후속 회담 이어가야"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영수회담에 앞서 비공식 특사 라인을 가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함성득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장과 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가 물밑 협상을 도맡았다. 두 사람은 2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과 이 대표 모두 영수회담의 필요성에 진심이었다"며 "그 초심을 잊지 말고 후속 회담을 이어갔으면 한다"면서 그간의 과정을 공개했다.

윤 대통령은 여덟 차례에 걸친 이 대표의 회담 제안을 묵살했다. '피의자인 이 대표를 왜 만나느냐', '회동 자체가 굴복'이라는 강성 지지층과 일부 참모들의 반대가 워낙 강경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달 총선 참패로 생각을 바꿨다. 함 원장은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이 대표의 도움이 절실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야당과 국회의 도움 없이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위대한 업적을 남기기 위해선 지지층도 때로는 배신해야 한다"며 임기가 3년 남은 대통령의 사명감을 강조했다고 한다.

함성득(왼쪽)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장과 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가 2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 사옥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 전후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두 사람은 각각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대리인(메신저) 자격으로 영수회담 조율을 위한 비공식 특사 역할을 했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 간의 대화의 정치가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두 사람은 넥타이 색깔도 일부러 맞췄다. 함 원장은 국민의힘을 상징하는 빨간색 넥타이를, 임 명예교수는 민주당의 색깔인 파란색 넥타이로 조화를 꾀했다. 신용주 인턴기자


진정성을 담은 메시지로 이 대표에게 공을 들였다. 윤 대통령은 "대선 때는 경쟁자였지만 이제는 더 이상 싸울 일이 없지 않느냐"면서 "더 이상 경쟁자가 아닌 만큼 국정의 동반자로 대하겠다"고 했다. 특히 "나는 어차피 단임 대통령으로 끝나지 않느냐"며 "소모적 정쟁이 아니라 생산적 정치로 가면 이 대표의 대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는 게 함 원장 설명이다. 국정 협치는 윤 대통령 본인과 이 대표를 위해 '윈윈'이라는 취지다.

검찰 수사를 받는 이 대표를 향한 정서적 공감대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를 둘러싼 각종 수사는 내 정부가 아니라 문재인 정부 시절 시작된 것 아니냐"면서 "내 가족도 다 수사를 받았고, 다 끝난 문제로 다시 불려왔다"고 강조했다. 또 이 대표에게 후임 국무총리 후보 추천을 선제적으로 요청하며 영수회담에서 총리 인선을 마무리하자는 얘기도 오갔다.

그래픽=신동준 기자


그러나 지난달 29일 열린 영수회담은 뚜렷한 성과 없이 끝났다. 이 대표가 단순히 인선 문제가 아닌 윤 대통령의 근본적 태도 변화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그래야 후속 논의도 진전시킬 수 있다고 맞받았다. 임 명예교수는 "이 대표 요구는 한결같았다"면서 "윤 대통령이 총선 민심을 받들어 국정기조를 바꾸겠다는 가시적 조치를 보이면서 서로 간 신뢰를 회복하는 게 우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이 대표는 이태원 참사와 채 상병 순직 사건에 연루된 내각과 대통령실 인사들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답을 내놓지 않았다. 이 대표는 영수회담 이후 이태원참사 특별법이 여야 합의로 국회에서 통과되자 "윤 대통령이 회담 때 합의해주셨으면 윤 대통령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았겠느냐"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함 원장에게 보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이 더 전향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우회적 당부였다. 함 원장과 임 명예교수는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면서 "초심을 살려 후속 회담의 동력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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