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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묶인 돈” 도박 계속하게 해
소액만 돌려주고 큰돈 따면 차단도
공짜 사이버머니 주고 베팅 부추겨
국민일보DB


고등학교 1학년 A군은 최근 용돈으로 온라인 도박을 해 약 100만원을 땄다. 하지만 이를 실제 돈으로 환전할 수 없었다. 해당 사이트 측에서 “미성년자는 환전이 안 된다”고 공지하며 환전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10만원 정도를 땄을 땐 바로 환전해주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 하지만 A군은 어차피 손에 쥐지 못하는 돈이라는 생각에 해당 금액을 ‘판돈’ 삼아 온라인 도박을 계속 이어갔다.

온라인 도박 사이트들이 도박 참여자가 따낸 금액에 따라 환전 가부를 결정하는 등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청소년 도박 중독을 부추기고 있다. 정부가 불법 도박 사이트 제재 등을 통해 청소년 온라인 도박 문제 척결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경찰청 등에 따르면 불법 도박 사이트는 환전 관리뿐 아니라 ‘롤링’ 방식을 통해서도 청소년을 도박으로 유혹한다. 공짜로 사이버머니를 주겠다고 광고해 도박을 맛보게 한 뒤 일정 금액 이상을 따야 환전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베팅 금액을 계속 늘리고, 결국 추가 충전까지 유도하는 것이다. 성인보다 도박 자금이 적은 청소년이 넘어가기 쉬운 수법이다.

운 좋게 큰 수익을 낸 이용자를 차단해 이른바 ‘졸업’시키는 일도 잦다. 대박이 난 청소년이 환전을 하지 못하도록 사이트 접근을 차단하는 것이다. 고등학교 3학년 B군도 한 달 전쯤 비슷한 일을 겪었다. B군은 한 도박 사이트에서 5만원으로 1000만원 상당의 이득을 봤다. 흥분한 B군은 바로 환전을 하려 했으나 700만원은 돌려받지 못한 채 사이트 접근을 차단당했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괜찮은 도박 사이트가 빈번히 공유되는 분위기다. 고등학교 3학년 C군은 “온라인 도박을 하는 학생들끼리 ‘졸업’을 덜 시키거나 이익이 잘 나는 도박 사이트 링크도 공유하고 있다”며 “어차피 방문 기록은 터치 한 번으로 삭제할 수 있기 때문에 누군가가 실시간으로 휴대폰을 단속하는 것이 아니라면 걸릴 일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돈을 잃는 경우가 더 많지만 또 큰 수익이 날 수도 있기 때문에 주변 또래들은 그 쾌감을 맛보기 위해 도박에 빠져드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교묘한 방법으로 청소년의 온라인 도박을 부추기는 사이트를 차단하려면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정도진 도박문제예방치유원 비상임이사는 “청소년들의 뇌 구조는 성인에 비해 도박과 같은 자극 흡수율이 높다 보니 빠르게 결과가 나는 도박 사이트가 이들의 관심을 끄는 것”이라며 “기존의 제도나 형식적인 예방 교육 시스템에서 벗어나 이러한 청소년들의 특성을 고려한 제도적·시스템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영리법인 ‘도박없는학교’의 조호연 교장은 “온라인 도박을 하기 위해 청소년이 등록하는 계좌로 의심될 경우 은행과 협력해 해당 계좌를 정지하거나 한도를 확 낮춰 버려야 한다”며 “도박업자들의 돈줄을 끊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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