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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 부동산선임기자
집값을 부풀리지 못하고 한도도 깎였으니 이제 주택 세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까. 모두가 웃을 것 같지는 않다.

올해부터 주택 재산에 족쇄 둘이 채워진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 발표한 공시가격 현실화 폐지와 재산세 과세표준(과표)상한제 시행이다. 공시가격에 과표 현실화율인 공정시장가액비율 등을 적용해 산정한 금액이 과표다. 과표에 세율 등을 반영해 산출한 금액이 세금이다. 인풋(input)인 과표에 브레이크가 걸리면 아웃풋(output)인 세금은 과속하지 못한다.

재산세 과표상한제 올해 시행
최대 30% 늘던 재산세 급제동
공평성 과세 원칙 구현엔 한계
종부세 늘지만 전체 보유세 줄어
문재인 정부는 2019년 70%를 밑돌던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반영률)을 90%까지 올리는 현실화 로드맵을 세웠다. 현실화율이 올라가면 과표의 원재료인 공시가격이 과다계상돼 세금이 늘어난다. 집값은 10억원으로 같은데 현실화율이 70%에서 73.5%로 올라가면 공시가격이 7억원에서 7억3500만원으로 상승하고 세금도 5%가량 증가한다.

올해 공시가격이 10% 넘게 오른 서울 잠실 아파트가 새로 도입된 재산세 과표상한제 덕을 톡톡히 볼 전망이다. 사진은 잠실 일대 아파트. 연합뉴스
현실화 로드맵을 폐지하려면 공시제도 관련 법을 바꿔야 하지만 거대 야당이 반대하더라도 정부가 무력화할 수 있다. 현실화율을 계속 동결하면 된다. 현실화율은 공정시장가액비율과 마찬가지로 정부가 정한다.

세부담상한 최대 30%→과표상한 최대 5%
재산세 과표상한제는 지난해 보기 드물게 여야 합의를 거쳐 도입된 새 제도다. 법령 개정에 따른 시스템 변경 시간을 고려해 올해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올해 공시가격에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한 현행 과표와 지난해 과표에 5% 이내 과표상한률을 적용한 과표상한액 중 적은 금액이 올해 과표가 된다. 과표상한률은 매년 정부가 소비자물가변동률, 주택가격변동률, 지방재정 여건 등을 고려해 정한다. 정부는 올해 5%로 정하고 현재 입법예고 중이다.

공시가격이 지난해 10억원에서 올해 12억원으로 20% 오른 경우 1주택자(공정시장가액비율 45%) 과표가 현행대로라면 5억4000만원이지만 과표상한제에 따르면 4억7250만원(10억X45%X1.05)으로 내려간다. 10% 늘어나야 할 세금이 5%만 증가한다.

과표상한제는 용어가 비슷한 기존 세부담상한제보다 세금 증가 억제 효과가 크다. 2005년 전반적인 재산세제 개편과 함께 도입된 세부담상한제는 과표가 아닌 산출된 세금 액수에 상한률을 둔다. 전년도 세액 대비 공시가격에 따라 3억원 이하 5%, 3억~6억원 10%, 6억원 초과 30%다. 세율 등이 달라지지 않으면 과표상한제로 늘어나는 세액이 5%밖에 되지 않으니 공시가격 3억원 초과에선 과표상한제로 세금이 대폭 줄어든다.

세부담상한제는 ‘조삼모사’여서 실제 세금 할인 효과가 크지 않다. 세금이 한 번에 20% 늘어날 경우 상한률이 5%라면 4년으로 나눠 내는 셈이기 때문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세부담상한제가 한 해 늘어날 수 있는 세액 한도를 설정한 것이어서 세액 증가를 최대 4년 정도에 걸쳐 분산시켰을 뿐 세액 증가 자체를 막지는 못한다”고 설명했다.

과표상한제 도입으로 세부담상한제는 2028년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된 뒤 사라진다.

과표 계산에 같은 공정시장가액비율 적용
이제 도입된 과표상한제를 둘러싼 궁금증이 많다. 지난해 1주택자에서 올해 다주택자가 된 사람의 과표상한제는 어떻게 될까. 공시가격이 지난해 10억원에서 올해 12억원으로 오르는 경우 지난해 과표가 4억5000만원이다. 올해 다주택자 공정시장가액비율(60%)을 곱한 과표가 7억2000만원이고 지난해 과표에 상한률 5%를 적용한 과표상한액이 4억7250만원이다. 그런데 올해 과표는 4억7250만원이 아니다.

행안부 관계자는 “과표의 통일성을 위해 올해 과표상한액을 계산할 때 기준이 되는 지난해 과표는 지난해 공시가격에 지난해가 아닌 올해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적용한 금액으로 본다"고 말했다.

즉 지난해 공시가격 10억원에 올해와 같은 공정시장가액 60%를 적용한 6억원이 지난해 과표가 돼 올해 과표상한액은 6억3000만원이다.

거꾸로 다주택자가 1주택자가 되면 올해 과표상한액(10억X45%X1.05, 4억7250만원)이 지난해 과표(10억X60%, 6억원)보다 적어 세금이 줄어든다.

신축돼 올해 처음으로 과세되는 주택은 지난해 과표가 없기 때문에 과표상한제를 적용하지 않고 올해 공시가격에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적용한 과표로 과세한다.

김경진 기자

과표상한제는 세금 증가를 억제하는 효과는 크지만 과세 원칙인 공평성에는 한계가 있다. 주택 유형 간, 시세 간 현실화율 격차에 따른 세금 차이는 그대로 유지된다. 공시가격이 많이 올랐다면 과표상한제 적용을 받지 못하는 신축 주택이 불리하다. 집값이 많이 오른 주택이 세금 할인 혜택을 더 많이 본다. 공시가격이 10억원에서 11억원으로 오르든, 13억원으로 오르든 올해 과표(1주택자)는 모두 4억7250만원이다. 비싼 집이 세금을 덜 내는 셈이다. 올해 서울에서 잠실·목동·여의도 등의 아파트 공시가격이 5% 넘게 올랐다. 재건축을 추진하는 잠실주공5단지 공시가격은 30% 정도 상승했다.

종부세의 재산세 중복분 감소
과표상한제는 종부세에 불똥을 튄다. 종부세에서 공제되는 재산세 중복분이 줄기 때문이다. 공시가격이 지난해 15억원에서 올해 18억원으로 오른 경우를 보면 1주택자 기준으로 공제금액 12억원을 뺀 6억원이 올해 종부세 대상이다. 종부세를 계산할 때 공시가격 12억~18억원 구간의 재산세는 중복분으로 제외한다. 그런데 과표상한제로 지난해보다 5% 올라간 15억7500만원까지만 재산세를 낸다. 재산세 중복분에 해당하는 금액이 6억원(18억-12억원)에서 3억7500만원(15억7500만-12억원)으로 줄어든다. 재산세 중복분이 줄면서 종부세는 과표상한제를 적용하지 않을 때보다 늘어난다.

김경진 기자
그렇더라도 재산세와 종부세를 합친 전체 보유세는 재산세 감면 덕에 줄어든다. 김종필 세무사에 따르면 공시가격이 지난해 13억6500만원에서 올해 16억4500만원으로 21% 오르는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 84㎡의 올해 재산세(324만원)가 과표상한제 덕에 기존 방식대로 내야할 금액보다 59만원 줄어든다. 대신 종부세(130만원)는 27만원 늘어난다. 전체 보유세(454만원)는 32만원 감소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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