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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發 경기침체 우려 확산 속
美가 달러 풀며 유동성 과잉 시달려
러-우 전쟁에 유가·농산물값 치솟아
중동 정세·美 대선 등 악재 아직 여전
사진=연합뉴스

지난 3년여간 대한민국은 고물가 시대를 살아왔다. ‘○○플레이션’이라는 단어를 숱하게 마주했다. 애그플레이션(농업+인플레이션·농산물 가격 급등으로 일반 물가 상승)과 원유(原乳) 가격연동제에 따라 매년 겪고 있는 밀크플레이션(원유 가격 인상에 따른 물가 상승)처럼 기존에 흔히 쓰이던 용어만 등장한 게 아니었다.

사탕수수 작황 부진에 다른 설탕 가격 급등으로 발생한 슈거플레이션, 이상 기후 탓에 사과 생산량 급감으로 과일 가격이 급등한 애플레이션(사과값+인플레이션), 식품 원재료 가격 급등으로 외식 물가가 크게 오르며 등장한 런치플레이션(점심값+인플레이션) 등 ‘물가 상승의 원인’을 딱 집어내 설명해주는 신조어들이 난무했다. 최근 3년여 동안 한국 사회가 복잡하고 다양한 원인에서 비롯된 고물가에 시달렸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정부는 기업들이 물가 부담을 나눠지길 독려하며 식품·외식 분야의 가격 상승을 막으려 했다. 고위 관료들이 식품·외식업계 임원들을 만나 가격 인상 자제를 당부했다. 실제 라면 생수 등 일부 생필품 가격이 동결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의 압박은 풍선효과를 불러 왔다. 근본적인 원인이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물가를 붙잡아 두는 데 한계가 있었다. 그렇게 등장한 게 슈링크플레이션(가격은 그대로지만 중량을 줄여 사실상 가격 인상 효과를 내는 방식)과 스킴플레이션(가격 압박에 상품·서비스의 양이나 질을 낮추는 현상)이었다. 어떻게도 막아지지 않은 게 물가상승이었다.


고물가는 ‘뉴 노멀’이 됐다. 국민일보가 2021년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3년 치 주요 식품·외식 프랜차이즈업계의 가격 변동을 조사한 결과, 36개월 중 30개월 동안 가격 인상 소식이 전해진 것으로 확인됐다(그래프 참조). 밀가루, 식용유, 설탕 등 원재료 가격 급등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제품들뿐 아니라 그에 파생한 식품과 외식 가격이 사실상 다달이 올랐다.

기업들은 가격을 올리며 매번 ‘비용 상승’을 이유로 들었다. 코로나19 엔데믹에 따른 기저효과,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 또는 이상기후에서 비롯된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 고금리와 고환율, 전기요금·가스요금 등 공공요금 급등, 임대료 상승 등이 가격 인상의 요인으로 거론됐다.

우리가 지난 36개월간 거의 매달 가격 인상 소식을 듣고, 장바구니 물가 상승을 절감하며 지내게 되기까지 각종 ○○플레이션으로 연결된 ‘결정적 장면들’이 있었다. 결정적인 순간들은 우리 경제에 복합적인 영향을 미쳤고, 여전히 어느 것 하나 명쾌하게 해결되지 않았다. 오늘날 물가 상승의 핵심 원인은, 앞날의 물가 상승 원인으로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고물가 시대의 밑바탕에는 코로나19 팬데믹이 깔려 있다. 2019년 2월 시작된 팬데믹은 현시점 인플레이션의 원인이 되는 팬데믹 기저효과가 시작된 때다. 팬데믹이 한창이던 2019년과 2020년에는 우리나라 연간 소비자물가상승률이 각각 0.4%, 0.5%였다. 그 무렵에는 디플레이션(경기침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잖았다.

팬데믹 2년 차인 2020년 하반기부터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미국이 달러를 시중에 풀면서 유동성 과잉이 생겨났다. 넘쳐나는 돈이 에틸렌, 철광석, 원유 등 원자재로 흘러갔다. 원자재에 수요가 몰리며 가격이 올랐고, 글로벌 시장의 물류비 급등으로 연결됐다. 그 무렵 옥수수 대두 등 국제곡물가격도 뛰기 시작했다. 주요 산지의 이상기후로 생산량이 줄어들었고 물류비 상승의 영향도 받았다.


2021년 초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올라가면서 경기가 회복되고 미국 물가가 오르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도 그 영향을 받아 그해 4월 소비자물가상승률 2.5%를 기록했다. 저물가 기조를 이어가던 2013년 이후 처음으로 월간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대를 돌파한 시기다. 이후 물가상승 추세는 가파르게 이어졌다. 6개월 뒤인 2021년 10월(3.2%) 3%대를 돌파했고, 5개월 뒤인 2022년 3월(4.2%) 4%대마저 넘었다. 2개월 뒤인 그해 5월 5.3%, 다시 한 달 뒤인 2022년 6월 6.0%를 기록하며 가파른 물가 급등을 겪었다. 2022년 7월은 소비자물가상승률 6.3%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2022년 물가 급등은 지정학적 리스크 영향이 크다. 그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또한 고물가 시대의 결정적 장면 중 하나다. 전쟁은 기름값을 올렸고, 세계 최대 곡창지대에서 벌어진 싸움은 밀가루와 해바라기씨유 가격을 치솟게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라면, 빵, 과자, 식용유 등의 가격이 크게 올랐고 밀가루와 유지류를 원재료로 삼는 외식 물가도 뛰었다. 애그플레이션과 런치플레이션이 그 무렵 등장했다.

전쟁의 영향은 달러 강세로 이어졌다. 2022년 초부터 고환율 기조가 만들어졌다. 원·달러 환율은 그해 10월 1440원을 넘어서며 정점을 찍었다. 식품 원재료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환율 때문에 생산 단가가 크게 오르는 상황을 맞게 됐다. 고환율 문제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이상기후는 상시적인 요인이 됐다. 초콜릿의 원재료인 카카오, 커피의 원재료인 생두, 김의 원재료인 원초 가격 급등은 ‘기후플레이션’으로 설명된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물가 상승의 원인 가운데 어떤 것도 해소되지 않았다. 리스크가 상시로 존재하니 투자는 위축되고 기업들은 가격 인상으로 안정적인 경영 환경을 만들려고 할 것”이라며 “중동 정세가 악화하고 미국 대선까지 앞두고 있어서 상황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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