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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문을 열어주지 않자 현관문 우유 투입구에 불을 붙인 남성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남성은 일회용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사진 픽사베이
아내가 현관문을 열어주지 않자 우유 투입구에 불을 붙인 남편이 방화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조승우 부장판사)는 현주건조물방화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지난달 23일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작년 10월 술을 마시고 집에 갔지만 문을 열 수 없었다. A씨의 폭력을 우려한 아내가 현관문 비밀번호를 바꾸고 새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았다.

A씨는 "죽여버린다, 불 지른다"고 소리치며 일회용 라이터로 현관문 아래쪽 우유 투입구에 불을 붙였다.

배우자가 물을 부은 덕분에 불은 1분도 되지 않아 꺼졌다. 현관문 내부는 일부 그을렸다.

검찰은 A씨가 사람이 현존하는 건물에 불을 붙이려 했다고 보고 현주건조물 방화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에게 현주건조물방화의 고의가 없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현주건조물방화죄가 성립하려면 불이 매개물을 떠나 건물 자체에 독립해서 타오를 가능성을 인식·용인하는 '고의'가 입증돼야 하는데 A씨의 경우 그렇지 않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A씨가 불을 붙인 이유는 배우자에게 겁을 줘 현관문을 열고 주거지로 들어가기 위함이라고 봐야 한다"며 "아파트 건물에 독립적으로 타오를 정도의 불을 붙이는 것은 이 목적 달성에 적합하지 않다"고 짚었다.

아울러 재판부는 "A씨가 불을 붙인 당시 집에는 아내뿐 아니라 딸도 거주하고 있었고, 앞집에는 나이 든 어머니가 거주하고 있었다"면서 "A씨가 불을 질러 가족들을 위험에 빠뜨릴 의도가 있었을지는 의문"이라고 판단했다

또 "A 씨가 일으킨 불은 화력이 약해 건물 내부 화재방지 센서 등이 작동할 정도의 연기까진 나지 않았고 아내가 페트병에 담겨있는 물을 부어 쉽게 껐다"며 "현관문 근처에 소화기가 있다는 점도 A씨가 충분히 인식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앞서 A 씨는 수사기관에서 "불을 붙인 것은 아내가 현관문을 열도록 겁주기 위함이었다"고 진술했다. 아내 역시 "남편이 이전에 집에 불을 지르거나 지른다고 한 적은 없고, 제가 집에 있으니 바로 불을 끌 것이라 생각해서 겁주려고 대문에 불을 붙인 것 같다"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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