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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서울 송파구에서 직장을 다니는 고모(33)씨는 최근 점심식사 중 고물가를 새삼 실감했다. 부담 없이 점심을 먹으러 간 식당의 메뉴판을 보면서다. 그가 찾은 식당의 콩나물국밥 한 그릇 가격은 1만원이었다.

고씨는 “점심값을 아껴보려 평소 즐기지 않는 국밥을 먹으러 갔다가 메뉴판을 보고 너무 놀랐다”며 “서민 음식인 콩나물국밥도 1만원인 세상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국밥 한 그릇도 1만원을 내야 먹을 수 있는 시대다. 고물가가 ‘뉴노멀’이 됐다. 우리나라는 2021년부터 2~5%대의 물가상승률을 경험하고 있다(그래프 참조). 이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2013년부터 2020년까지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0~1%대를 유지했으나, 8년간 지나온 ‘저물가 시대’는 이렇게 저물었다.

우리나라의 인플레이션은 먹거리 물가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식품·외식 가격 인상에 따른 인플레이션이 어떻게 진행돼 왔는지 확인하기 위해 국민일보는 2021년 6월부터 이달까지 3년 치 주요 식품·외식 프랜차이즈업계의 가격 변동을 조사했다. 36개월 동안 여섯 차례를 제외하고 매달 가격 인상 소식이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지난 3년간 가격 인상이 진행되지 않은 시기는 2021년 6월, 2022년 5월, 2023년 5월과 9월, 올해 1월과 3월 이렇게 6번뿐이었다. 그러나 가공식품과 외식 가격이 변동되지 않은 때에도 과일 채소 등 신선식품 가격 급등 소식이 끊이지 않았다.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가격 인상 내역과 신선식품 물가 인상을 포함하면 3년간 사실상 매달 식품·외식 가격 인상을 겪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고물가 스트레스’가 단번에 이해되는 지점이다.

올해도 상황은 녹록잖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9%로 3개월 만에 3% 아래로 떨어졌으나 신선식품 물가상승률은 전년 대비 10.6% 상승했다. 식품 가격이 물가를 밀어 올리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외식물가상승률은 3.0%로 전체 소비자물가상승률(2.9%)보다 0.1% 포인트 높다. 외식물가상승률이 소비자물가상승률 평균을 웃도는 현상은 2021년 6월부터 35개월째 계속됐다.

외식 물가 급등은 한국소비자원이 매달 조사하는 8개 주요 외식 품목 가격으로 확인된다. 지난 3월 기준 서울에서 판매되는 삼겹살(200g) 1인분 평균 가격은 1만9981원이다.

삼계탕(1만6923원), 냉면(1만1538원), 비빔밥(1만769원)까지 4개 품목의 1인분 가격이 평균 1만원을 넘어섰다. 칼국수(9115원), 김치찌개백반(8038원), 짜장면(7069원) 가격도 1만원에 육박한다.

특히 냉면 가격 변동은 한국 외식물가의 급등세를 한눈에 보여준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2014년 서울 지역 냉면 가격은 평균 7897원이었다. 올해 3월 냉면 평균가격은 1만1538원이다.

10년 새 서울의 냉면 가격은 1.5배 가까이 뛰었다. 1만원을 처음 넘어선 것은 2022년이었다. 전년(9423원) 대비 9.2% 상승했다. 최근 10년간 냉면 가격 상승률 중 가장 높은 수치였다.

서울 중구 평양냉면집 ‘우래옥’과 전국에 체인점을 두고 있는 ‘봉피양’의 물냉면 가격은 1만6000원이다. 서울 종로구 ‘을지면옥’과 마포구 ‘을밀대’의 물냉면 가격은 1만5000원이다. 서울의 유명 식당 냉면 가격은 1만5000원 안팎에 형성돼 있다.

서울에서는 점심 한 끼 가격은 2만원을 향해가고 있다. 삼겹살 1인분 평균 가격은 올해 2만원을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삼계탕도 1~2년 안에 2만원 돌파가 예상된다.


냉면은 2020년 이후 연평균 6.0%씩 가격이 올랐다. 이런 추세라면 5년 뒤인 2029년엔 평균 1만5000원을 돌파한다. 가격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9.2%의 상승률을 적용하면, 서울지역 평균 냉면 가격은 2027년 1만5025원으로 전망된다. 2만원을 돌파하는 시점은 7년 뒤인 2031년(2만1364원)으로 추산할 수 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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