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최근 전 세계에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치명적 폭우와 ‘살인 홍수’로 수백 명이 사망하고 세계 곳곳의 사회기반시설이 초토화됐다고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지난 4일(현지시간) 브라질 히우그란지두술주 카노아스에서 홍수가 발생한 후 한 남자가 군 소방관들에 의해 구조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최대 피해를 입은 곳은 동아프리카 최대 경제 국가인 케냐다. 지난 3월 이후 계속된 폭우로 현재까지 228명이 목숨을 잃고, 72명이 실종 상태다. 21만2630명이 이재민이 됐다. 특히 지난달 29일 나쿠루주(州)에 위치한 올드 키자베 댐이 무너지면서 한꺼번에 58명이 사망했다. 이 지역의 왕가리 투쿠(47)는 “내 집과 일터가 모두 휩쓸려 갔다”면서 “일곱 자녀와 함께 갈 곳이 없다. 정부의 도움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수도 나이로비에서는 최근 7일간 12인치(305㎜)의 비가 쏟아져 온 마을이 진흙탕에 파묻히고 도시 전체가 강으로 변했다.

케냐 기상부는 이번 폭우가 이달 들어 더욱 심해져 6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7일 일기예보에서 전국 여러 지역에 비가 계속되고 6개 지역엔 폭우가 발생할 수 있으며 저지대엔 홍수와 산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케냐에서 홍수로 이재민이 된 주민들이 한 초등학교에서 구호물자를 기다리고 있다.신화통신=연합뉴스



케냐·브라질·미국도 물폭탄
남미 국가 브라질 역시 남부 일대에 일주일 이상 폭우가 이어지며 5일 기준 최소 78명이 사망하고 105명이 실종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재민은 11만5000명에 달한다. 소셜미디어에는 지붕만 남은 채 온통 물에 잠긴 집 사이로 보트를 타고 이동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게재됐다. 실종자 구조를 위해 보트와 제트스키가 동원됐고, 수영이 가능한 자원봉사자를 모집하고 있다.

폭우로 인한 산사태로 소규모 수력발전소의 댐이 붕괴되면서, 5일 밤 40만 가구 이상에 전력이 끊겼다. 현재 남부 도시의 인구 3분의 1에 대한 물 공급도 끊긴 상태다.

포르투 알레그레의 과이바 호수는 사상 최고치의 수위를 기록했고, 제방이 일부 붕괴됐다. 이 지역 국제공항은 지난 3일부터 모든 항공편이 중단됐다. 이재민 임시 구조 센터에 거주하고 있는 캘리 모라에스는 “물이 집 2층까지 차올랐을 때 남편과 세 자녀와 함께 겨우 구조됐다”면서 “지난해 9월, 11월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 홍수인데 상황이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집 옥상에 대피했다가 자원봉사자에게 구조된 훌리오 마니케스크(76)는 “이렇게 많은 물은 평생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4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오그란지두술주 카노아스에서 폭우로 물에 잠긴 동네에서 사람들이 서핑보드를 타고 대피하고 있다.AP=연합뉴스

중동의 사막 도시 두바이에서도 하루에 10인치(254㎜) 이상의 폭우가 쏟아져 국제공항 활주로가 물에 잠겼다. 중국 남부 광둥성에선 한 달 동안 17인치(432㎜)의 물폭탄으로 발생한 산사태에 고속도로가 무너지면서 48명이 사망했다. 호주 최대 도시 시드니를 포함해 뉴사우스웨일즈주 전역에도 이례적인 폭우로 외출 자제령이 내려졌다. 호주 기상청은 4일부터 5일 오전까지 24시간 동안 시드니에 111㎜의 비가 내렸다고 전했다. 이 지역 한 달 강우량은 121.5㎜로, 이날 하루 만에 한달치 비가 쏟아진 셈이다.

미국 남부 텍사스주도 물난리를 겪고 있다. 지난 일주일간 내린 비로 텍사스주 전체의 3분의 1에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이번 비로 차량이 급류에 휩쓸리면서, 차에 타고 있던 5살 소년이 숨졌다.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에서 폭우로 집에 고립된 여성이 에어보트에 의해 구조되고 있다. AP=연합뉴스



폭우 원인은 지구온난화
전 세계에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폭우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고온 현상 때문이라고 WSJ은 전했다. 최근 10개월 연속으로 세계 평균 대기 기온이 상승했고, 세계 해양 평균 온도는 12개월 연속 상승 중이다. 지구 온도가 상승한 만큼 대기는 더 많은 습기를 머금게 돼 폭우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매체는 여기에 대륙별 특이한 기상 패턴이 결합하면서 비 피해가 더 커졌다고 전했다. 특히 케냐를 포함한 동아프리카 홍수는 ‘인도양 쌍극자’로 인해 증폭된 것으로 분석했다. 인도양 쌍극자란 인도양 서쪽(동아프리카)와 동쪽(호주·인도네시아)의 바다 온도가 번갈아 올라가는 현상이다. 기상학자들은 “올해 인도양 쌍극자 현상이 극단적으로 나타나면서, 예년보다 뜨거워진 바다 온도와 대기 증발 효과가 케냐의 대홍수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중앙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5865 아내 떠난 후 생애 첫 모차르트 앨범으로 돌아온 백건우 [주말엔] 랭크뉴스 2024.05.25
25864 ‘민중의 벗’ 신경림, 하늘로 떠나다…추모 물결 랭크뉴스 2024.05.25
25863 제왕절개 하다 아이 이마에 칼자국…의사는 "눌린 자국 같다" 랭크뉴스 2024.05.25
25862 '한국형 사드' L-SAM 개발 완료…"북한 장거리 미사일 요격" 랭크뉴스 2024.05.25
25861 '또 강형욱', 이번엔 임금체불 논란..."월급도 제때 안줬다" 랭크뉴스 2024.05.25
25860 뉴진스 ‘하우 스위트’ 첫날 81만장…민희진·하이브 갈등에도 인기 굳건 랭크뉴스 2024.05.25
25859 술 냄새 풀풀 나도 음주운전 무혐의?…김호중이 쏘아올린 '위드마크'란[폴리스라인] 랭크뉴스 2024.05.25
25858 5년 만에 재산 120조 증가...AI 덕분에 세계 최고 부자 된 '이 남자' 랭크뉴스 2024.05.25
25857 "전국민 일상지원금 신청하세요"…이 광고 보셨나요? '사기'입니다 랭크뉴스 2024.05.25
25856 한국에서 동포 등친 외국인…백여 명 상대 사기 25억 챙겼다 검거 랭크뉴스 2024.05.25
25855 135억 쏟은 남해 '다이어트 센터'…다 짓고도 수년째 표류, 왜 랭크뉴스 2024.05.25
25854 與, 野 '채상병특검법' 집회에 "떼쓰기 정치·탄핵 바람몰이" 랭크뉴스 2024.05.25
25853 한·일재계 '미래기금'에 일본 기업 18억 원 기부‥"징용 기업은 불참" 랭크뉴스 2024.05.25
25852 테라·루나 권도형 송환 ‘원점으로’…몬테네그로 항소법원 미국행 제동 랭크뉴스 2024.05.25
25851 한국서 필리핀 동포 115명 등쳐 먹은 여성…25억 편취 혐의 구속 랭크뉴스 2024.05.25
25850 BTS RM ‘로스트!’ 73개국 아이튠즈 ‘톱 송’ 차트 1위 랭크뉴스 2024.05.25
25849 ‘김정은, 내 배에 칼 꽂을 X’…트럼프 속내, 외신 보도 랭크뉴스 2024.05.25
25848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산행... 천왕봉 일출은 언제나 감동 [박준규의 기차여행, 버스여행] 랭크뉴스 2024.05.25
25847 북한 미사일 장거리 요격 가능한 'L-SAM' 개발 완료 랭크뉴스 2024.05.25
25846 범야권 7개 정당, 오늘 대규모 장외집회 참여‥채상병특검법 통과 촉구 랭크뉴스 2024.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