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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 캐릭터를 성적으로 표현한
일러스트레이션 패널 “성인 대상 전시”
규제 대상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서
오프라인에 게시된 그림은 제외돼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 내 전시장에서 판매된 것으로 알려진 ‘어린이 런치세트’ 홍보물. X(구 트위터) 갈무리


미성년자 캐릭터를 성적으로 묘사한 듯한 그림이 행사에서 전시돼 경찰이 출동하고 비난 여론이 들끓었지만 현행 법률상 관련자들을 처벌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관련 법 조항이 규제 대상으로 명시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에서 오프라인에 게시된 그림은 제외돼 있기 때문이다.

6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 일산서부경찰서는 전날 신고가 접수된 킨텍스 전시장에서의 ‘아동 성착취물 패널 전시’ 건에 대해 형법상 음화반포,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위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번 행사는 만화·애니메이션 동호인들이 연합해 이틀간 개최한 전시회다. 행사 중 ‘어른의 특별존’이라는 이름으로 열린 부스에서는 ‘어린이사랑꾼’ ‘어린이런치세트’ 등 어린이를 내세우며 미성년자 캐릭터를 성적으로 표현한 일러스트레이션 패널을 전시했다. 주최 측은 해당 전시가 외부에서 차단된 공간에서 진행됐고 신분증 검사를 통해 성인으로 확인된 사람에게만 관람을 허용했다면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은 아날로그 매체에는 적용되지 않기에 법적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행사 이미지 실추 및 참가 작가 보호를 위해 어른의 특별존 운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는 비난 여론과 함께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이 쏟아졌다. 실제로 전시물 중 일부가 ‘어린이’라는 단어를 명시해 아동·청소년을 표현했다는 사실엔 논란의 여지가 없다. 이동훈 법무법인YK 형사전문변호사는 “어린이를 언급하고, 교복을 입거나 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등을 고려할 때 ‘아동·청소년’에는 해당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사건을 아청법으로 제재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견이 나뉜다. 아청법 2조 5는 성착취물을 ‘필름·비디오물·게임물 또는 컴퓨터나 그 밖의 통신매체를 통한 화상·영상 등’으로 규정했다. 서아람 법무법인 SC 변호사는 “(패널이라는) 실물을 제외한다는 내용이 법에 없어서 아청법 적용 대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며 “이런 그림으로 수익을 내는 사람이 많고, 판매 창구도 생긴 만큼 규제의 영역에 들어오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아동·청소년 사건 전문가인 신수경 변호사는 “법률 명확성의 원칙대로 한다면 평면 패널은 법 적용 대상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도 “아청법상 성착취물 규정이 ‘N번방 사건’을 계기로 개정되다보니 오프라인 영역을 명확히 규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규제 범위를 오프라인에 게시된 이미지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경찰 수사가 행사 관련 상품의 온라인 판매 등으로까지 확대된다면 아청법이 적용될 여지가 생긴다는 분석도 있다. 일부 상품의 경우 인터넷 등 통신매체를 통한 사전 판매를 위해 신체 노출 수위가 높은 이미지와 함께 소개됐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킨텍스에서 전시·판매한 내용만 확인됐지만 수사 과정에서 다른 혐의가 확인된다면 그 부분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최 측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통화하면서 “문제가 된 작가들을 옹호하는 것은 전혀 아니고, 국내법을 기반으로 ‘사회적으로 논란이 될 수 있을 정도의 범죄는 어른의 특별존에서도 취급이 제한될 수 있다’고 안내했다”면서 “800개가 넘는 팀들을 일일히 확인할 행정력을 갖추지 못한 부분은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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