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전투기 KF-21 공동 개발국인 인도네시아가 “기술 이전을 덜 받을 테니 분담금을 깎아 달라”고 제안해 파장이 일고 있다. 한국에 파견된 자국 기술진이 관련 기술을 빼돌린 혐의로 수사를 받는 중에 이런 제안을 한 것 자체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인도네시아로 이미 주요 기술이 유출됐을 가능성이 우려되는 가운데 사실상 ‘먹튀’ 의도가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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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니 “1조원 깎아주면 우리도 그만큼의 기술 포기하겠다”
복수의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인도네시아는 “한국과 당초 합의했던 분담금을 KF-21 개발이 완료되는 2026년까지 내기 어렵다”고 통보했다. “올해부터 2026년까지 매년 약 1000억원씩 3년간 3000억원을 추가로 낼 수 있다”면서다. 당초 인도네시아가 2026년까지 내야 하는 KF-21의 개발 분담금은 1조6000억원으로, 전체 개발비 8조8000억원 중 약 20% 규모다.
하지만 현재까지 인도네시아가 납부한 비용은 약 3000억원에 불과하다. 여기에 3000억원을 더해 모두 6000억원만 내고, 한국과 거래를 끝내겠다는 취지다.
인도네시아는 약속한 액수의 30~40%만 내는 대신 기술도 비슷한 수준으로 덜 받겠다고 제안했다. 한마디로 한국이 1조원을 포기하면 자신들도 그 만큼의 기술 가치를 포기하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방산업계에선 핵심 기술이 얼마나 넘어갔는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제안이라는 시각이 상당하다.
실제 KF-21 기술 유출을 둘러싼 우려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파견된 인도네시아 기술진 A씨가 지난 1월 비인가 USB 여러 개를 지닌 채 외부로 나가려다 적발되면서 현실이 됐다. USB에는 6600건의 자료가 담긴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월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A씨뿐 아니라 휴대전화를 이용해 설계도면을 무단으로 촬영한 혐의로 인도네시아 국적 B씨도 입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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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기술 빼돌렸으면 “덜 받겠다”는 제안 무의미
특히 경찰이 들여다보는 KF-21의 3차원 모델링 프로그램 ‘카티아’ 유출 여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설계도면을 입체화한 해당 프로그램은 KF-21 개발의 노하우가 집약돼있다는 점에서 핵심 기술 자료로 꼽힌다. 카티아를 확보하면 설계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고, 시제품 개발 기간 역시 대폭 단축할 수 있다.
그간 KAI는 ‘인도네시아 기술진이 KF-21 기술을 자체 학습하는 과정에서 카티아나 이와 유사한 프로그램을 만들어볼 수는 있어도 KAI의 기술을 직접 유출하는 건 엄격한 통제 시스템상 불가능하다’는 취지로 설명해 왔다. 철저한 보안 상황을 강조하는 맥락이었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인도네시아 기술진의 기술 학습 수준이 그만큼 상당한 수준에 올라와 있다는 방증이 될 수도 있다. 어떤 식으로든 인도네시아가 이미 핵심 기술을 습득했다면 “덜 받고 덜 내겠다”는 제안 자체가 무의미하다. “인도네시아가 분담금은 내지 않으면서 기술만 빼가려 한다”는 지적은 그래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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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니 구멍 낸 1조원 누가 메울지도 문제
인도네시아의 느닷없는 제안에 정부는 고심에 빠졌다. KF-21 개발의 골칫거리인 인도네시아와 하루 빨리 관계를 정리하는 게 낫다는 의견과 일방적인 손해를 감수하는 선례를 남기는 것은 결과적으로 더 큰 손실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비등하다.
방위사업청이 지난해 6월 28일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보라매)의 마지막 시제기인 6호기가 경남 사천 제3훈련비행단에서 오후 3시 49분 이륙해 33분 동안 비행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KF-21 시제 6호기. 방위사업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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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니 “1조원 깎아주면 우리도 그만큼의 기술 포기하겠다”
복수의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인도네시아는 “한국과 당초 합의했던 분담금을 KF-21 개발이 완료되는 2026년까지 내기 어렵다”고 통보했다. “올해부터 2026년까지 매년 약 1000억원씩 3년간 3000억원을 추가로 낼 수 있다”면서다. 당초 인도네시아가 2026년까지 내야 하는 KF-21의 개발 분담금은 1조6000억원으로, 전체 개발비 8조8000억원 중 약 20% 규모다.
하지만 현재까지 인도네시아가 납부한 비용은 약 3000억원에 불과하다. 여기에 3000억원을 더해 모두 6000억원만 내고, 한국과 거래를 끝내겠다는 취지다.
인도네시아는 약속한 액수의 30~40%만 내는 대신 기술도 비슷한 수준으로 덜 받겠다고 제안했다. 한마디로 한국이 1조원을 포기하면 자신들도 그 만큼의 기술 가치를 포기하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방산업계에선 핵심 기술이 얼마나 넘어갔는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제안이라는 시각이 상당하다.
실제 KF-21 기술 유출을 둘러싼 우려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파견된 인도네시아 기술진 A씨가 지난 1월 비인가 USB 여러 개를 지닌 채 외부로 나가려다 적발되면서 현실이 됐다. USB에는 6600건의 자료가 담긴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월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A씨뿐 아니라 휴대전화를 이용해 설계도면을 무단으로 촬영한 혐의로 인도네시아 국적 B씨도 입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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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기술 빼돌렸으면 “덜 받겠다”는 제안 무의미
지난해 10월 17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아덱스(ADEX) 2023' 행사장에 국산 전투기 KF-21이 전시돼 있다. KF-21 공동개발국 인도네시아 국기가 태극기 옆에 새겨져있다. 연합뉴스
정부 안팎에선 인도네시아 기술진의 KF-21 기술 유출 시도가 조직적·계획적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적발된 USB에서 인도네시아어로 작성된 다수의 보고서가 발견된 데다 A씨가 “USB를 전임자에게 인계받았을 뿐 USB를 KAI에서 사용한 적은 없다”고 진술한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오랜 기간 기술을 빼돌려 본국과 공유해왔다는 정황 증거로 해석될 수도 있다. 특히 경찰이 들여다보는 KF-21의 3차원 모델링 프로그램 ‘카티아’ 유출 여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설계도면을 입체화한 해당 프로그램은 KF-21 개발의 노하우가 집약돼있다는 점에서 핵심 기술 자료로 꼽힌다. 카티아를 확보하면 설계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고, 시제품 개발 기간 역시 대폭 단축할 수 있다.
그간 KAI는 ‘인도네시아 기술진이 KF-21 기술을 자체 학습하는 과정에서 카티아나 이와 유사한 프로그램을 만들어볼 수는 있어도 KAI의 기술을 직접 유출하는 건 엄격한 통제 시스템상 불가능하다’는 취지로 설명해 왔다. 철저한 보안 상황을 강조하는 맥락이었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인도네시아 기술진의 기술 학습 수준이 그만큼 상당한 수준에 올라와 있다는 방증이 될 수도 있다. 어떤 식으로든 인도네시아가 이미 핵심 기술을 습득했다면 “덜 받고 덜 내겠다”는 제안 자체가 무의미하다. “인도네시아가 분담금은 내지 않으면서 기술만 빼가려 한다”는 지적은 그래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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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니 구멍 낸 1조원 누가 메울지도 문제
인도네시아의 느닷없는 제안에 정부는 고심에 빠졌다. KF-21 개발의 골칫거리인 인도네시아와 하루 빨리 관계를 정리하는 게 낫다는 의견과 일방적인 손해를 감수하는 선례를 남기는 것은 결과적으로 더 큰 손실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비등하다.
방위사업청이 지난해 6월 28일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보라매)의 마지막 시제기인 6호기가 경남 사천 제3훈련비행단에서 오후 3시 49분 이륙해 33분 동안 비행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KF-21 시제 6호기의 모습. 방위사업청
인도네시아의 제안을 받아들일 경우 구멍 난 1조원을 메울 방법도 따져봐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총 개발비 8조8000억원은 정부 60%, 업체 20%, 인도네시아 20% 구조로 구성됐다”며 “1조원을 메울 주체가 정부인지, 업체인지를 놓고 분쟁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방위사업청은 인도네시아의 제안을 최종 검토한 뒤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 정식 안건으로 올려 의결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