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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후, 중국인 밀집지인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의 한 먹자골목 분전함에 붙어 있는 요우시팅(유희청·游戏厅) 홍보 전단. 요우시팅은 777슬롯머신인 삼칠기(三七机) 등 불법 게임기를 들여 은밀히 운영되고 있다. 이영근 기자

5일 오후, 서울 가리봉동. 먹자골목 초입에 놓인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 손바닥 크기의 스티커 전단이 붙어 있었다. 전단에는 중국어로 유희청(游戏厅·오락실), 삼칠기(三七机·777 슬롯머신), 타어기(打鱼机·낚시게임기)라고 적혀 있었다. 정체불명의 QR코드도 함께였다.

30분간 근처를 돌아다녀 보니 전봇대, 볼라드, 분전함, 상가 등에서 유희청을 홍보하는 전단이 발견됐다. 한 중국동포(조선족) 상인에게 유희청의 정체를 물었다. 그는 “아, 요우시팅(유희청)? 불법 도박장인데 안 가는 게 좋다. 기계를 조작해서 어차피 돈 못 딴다”며 담뱃불을 붙였다.



불법 도박장, ‘요우시팅’을 아시나요?
경찰 등에 따르면, 수도권의 중국인 밀집지에 이같은 불법 도박장이 스며든 것으로 6일 나타났다. 요우시팅은 은밀히 운영된다. 중국어를 못하면 입장조차 할 수 없다. 전단에 있는 QR코드를 스캔하면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위챗’으로 연결된다. “도박을 하고 싶다”고 하면 도박장 위치를 알려주는 대신 접선 장소와 시간을 알려준다고 한다. 그곳으로 가면 중국인 직원이 마중을 나와 허름한 상가 지하에 있는 도박장으로 데려가는 식이다.
5일 오후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의 한 주택가의 배관에 불법 도박장 스티커 전단이 붙어 있다. 이외에도 전봇대, ATM, 볼라드 등 곳곳에서 도박장 홍보 전단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영근 기자

운영자는 주로 귀화한 중국 동포다. 중국 커뮤니티에 밝은 한 경찰 관계자는 “3년 전부터 생겨난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인이 마작 등 놀이를 즐기다 보니 불법 도박장까지 나타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경기 부천시 심곡본동에서도 요우시팅 홍보물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스티커 전단 대신 주차표지판 양면에 QR코드가 있는 스티커 전단을 붙인 게 차이점이었다. 100m 남짓한 골목길의 가게 입구마다 요우시팅 홍보 주차표지판 13개가 놓여 있었다. QR코드를 통해 해당 업장에 접촉해봤더니 온라인 원격도박장으로 연결됐다. 가게 주인 공모(33)씨는 “누가 허락도 없이 갖다놨길래 의아했는데 도박장 홍보라니 황당하다”고 말했다.

온라인 홍보도 활발하다.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에 한자로 유희청이나 삼칠기를 검색해보니 “수원 삼칠기” 등 문구가 적힌 계정이 검색됐다. 5일 게시된 영상에서는 유명 격투기 선수 캐릭터가 등장하는 삼칠기가 구동되고 있었다. 이외에도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등장하는 삼칠기 여러 대를 갖췄다고 홍보 중이었다.



가게 앞에 뜬금없이 중국어 주차표지판
서울 구로경찰서는 지난해 4월 가리봉동에서 불법 도박장을 운영한 A씨를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검거했다. 현행법은 등급분류가 거부된 사행성 게임물을 진열·보관한 자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경찰은 당시 단속에서 삼칠기 등 사행성 게임기 32개를 압수했다. 장부에 적힌 하루 매출이 600~1000만원에 달한 곳도 있었다. 이들은 추적을 피하기 위해 위챗페이로 돈을 주고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중고 삼칠기의 경우 30~50만원이면 살 수 있어 소액으로도 불법 도박장을 만들 수 있는 구조”라고 전했다.

지난달 30일, 경기 부천시 심곡본동 먹자골목에 삼칠기를 홍보하는 주차표지판이 늘어서 있다. 상인들은 "표지판을 누가 갖다 놓았는지 모르겠다"며 영문을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영근 기자


외사경찰 축소…외국인 범죄 치안 공백 우려
불법 도박장 등 신흥 범죄가 스며들고 있지만, 경찰 안팎에선 외국인 범죄 대응 역량 약화를 우려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 국내 체류 외국인 정보 수집 등 활동을 하는 외사경찰의 기능이 축소됐기 때문이다. 경찰은 지난해 흉악범죄가 잇따라 발생하자 범죄 예방을 핵심으로 한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지역 경찰서의 정보·외사 등 부서를 통폐합한 대신 기동순찰대를 신설했다.

10년 이상 외사 업무를 수행한 경찰은 “외국인 범죄 예방과 대응에 지역 외사경찰이 가진 네트워크와 정보가 큰 역할을 할 때도 있다”며 “적어도 외국인 인구 1만명 이상인 지역의 경찰서에는 외사 조직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영희 이민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이민 확대 기조를 밝힌 상황에서 경찰은 정반대로 가고 있는 것”이라며 “경찰 등 관련 기관이 사후적 체류관리가 아닌 예방 중심의 협력적 대응 체계를 갖춰야 이민자 유입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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