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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명 서울대생, 1명은 관악구 주민
2020년 사업 종료 이후 ‘관리 부실’
동판이 설치된 장소를 찾아 걷는 코스가 안내된 ‘관악, 민주주의 길을 걷다’ 홈페이지(왼쪽). 현재 홈페이지는 폐쇄됐다. 오른쪽 사진은 김상진 열사 동판의 모습이다. 역사에지도를새기는사람들 제공.


민주열사를 기리기 위해 서울 관악구 곳곳에 설치된 동판 14개 가운데 6개가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6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관악구청은 ‘관악, 민주주의 길을 걷다’란 주제로 설치된 민주·노동열사 동판 14개 가운데 6개가 유실된 사실을 최근 확인하고 재설치를 추진 중이다. 이 동판은 관악구마을관광사업단이 2020년 구청의 보조금 지원을 받아 설치했다.

동판에 이름을 올린 이들은 김상진·김성수·조성만·조정식·김공림·안치웅·최우혁·김용권·한희철·심재환·김태훈·황정하·김흥겸·허세욱 등 열사 14명이다. 13명은 사망 당시 관악구에 있는 서울대학교 재학생 또는 졸업생이었고, 1명은 관악구 주민이었다.

김상진 열사는 1975년 유신독재에 항의하다 할복해 숨졌다. 김성수 열사는 1986년 학생운동을 하다 실종돼 사흘 뒤 부산 앞바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안치웅 열사는 전두환 정권에서 민주화운동을 하다 징역 1년을 살았고, 출소 뒤에도 지속적으로 수사기관의 감시를 받다가 실종됐다.

동판은 열사의 생애와 관련이 있는 장소 근처에 설치됐다. 사업단은 동판이 설치된 길을 ‘민주순례길’로 이름 붙이고 관광 자원으로 활용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2020년 사업이 종료되면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그 결과 김공림·안치웅·최우혁·김용권·한희철·심재환 열사 동판이 유실됐다. 민주주의 길 홍보 사이트도 폐쇄된 상태다. 사업단 관계자는 “사업 종료 후에도 2022년까지 자체적으로 투어를 진행했다”면서 “홈페이지는 지난해 말 박종철 센터를 개관하기 전까지 운영했다”고 말했다.

관악구청은 지난달 민원인의 문제 제기가 있자 전수조사에 나서 일부 동판이 유실된 사실을 뒤늦게 파악했다. 구청은 2022년부터 지난해 사이에 보도블록 교체 공사를 하면서 동판이 유실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구청 관계자는 “사업단과 해당 사안을 논의 중이며 예산을 확보해 되도록 상반기 내에 재설치할 예정”이라며 “앞으로는 구청에서 관리·홍보를 적극적으로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역사적 장소를 알리는 동판이 유실된 것은 이번이 처음 아니다. 종로구 종각역 인근에 설치된 장준하 선생의 사상계 터 동판은 상수도공사로 유실된 지 8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유실 사실이 알려졌다. 2016년 청계천 평화시장에 설치된 전태일 열사 동판도 지난해까지 두 차례 유실됐다.

이 같은 일이 반복되는 것은 지자체가 동판을 설치하기만 하고 사후 관리에 소홀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동판 유실을 제보한 안욱현 지도에역사를새기는사람들 대표는 “역사를 시민들에게 알리자는 취지로 시작된 동판 사업이 설치 후 방치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일종의 전시행정이 되어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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