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지질학적 가치 높고 천연기념물도 서식
“방치된 쓰레기 치우고 해변 관리해야”
지난달 29일 사곶해변에서 수거한 해안쓰레기가 해변 초입에 쌓여있다. 이승욱기자

관광객 출입이 빈번한 ‘핫플’ 해변을 벗어나자 어디서 왔는지 모를 쓰레기 더미가 모습을 드러냈다. 플라스틱 부표와 녹슨 철제 닻을 대형 밧줄과 폐그물을 어지럽게 휘감고 있었다. 해변에 쌓인 쓰레기 더미를 헤집었더니 페트병과 통조림, 부탄 가스통, 라면 용기, 찢긴 비닐 포대 등이 나왔다. 4일 백령도 사곶해변에서 만난 40대 주민 장아무개씨는 “자고 나면 해안에 밀려와 있다.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다”고 혀를 찼다.

백령도는 한반도에서 보기 드문 7억∼10억년 전 신원생대 암석들이 있는 곳이다. 황해남도와도 가까워 옹진반도와 비슷한 지질 특성이 나타나기도 한다. 5년 전인 2019년 6월 백령도 해안 전체가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된 이유다.

이날 하루 사곶해변에서 시작해 콩돌해변, 중화동 해변을 거쳐 두무진까지 백령도 남쪽 해안을 동서로 일주하며 상태를 확인했다. 온전한 곳은 없었다. 특히 콩돌해안과 중화동 해변이 심각했다. 한눈에 봐도 중국산인 생수병과 음료수병들이 서해바다를 건너와 버려진 폐그물과 어구 틈에 점점이 박혀 있었다.

군사 보호구역이라 일반인 출입이 통제된 북쪽 해안에서도 쓰레기는 어김없이 발견됐다. 지난달 중순 백령도 몽운사부터 고봉포구로 이어지는 진촌리 해변을 모니터링한 가톨릭환경연대 최진형 대표는 “비닐 무더기와 버려진 스티로폼 부표가 괭이갈매기의 산란장이나 쉼터로 사용될 정도”라며 “더 늦기 전에 국방부와 행정당국이 나서서 이곳의 방치된 해안쓰레기를 수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촌리 해변은 괭이갈매기와 천연기념물인 검은머리물떼새 등의 서식처이자 산란장이다.

4일 백령도 사곶해변에서 발견된 해안쓰레기. 이승욱기자

백령도와 함께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된 서해 대청도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인천환경운동연합이 지난달 5일 대청도 일대를 조사한 결과 북쪽 농여해변을 중심으로 해안쓰레기가 넘쳐나고 있었다. 농여해변은 모래가 쌓여 석호로 변하는 과정을 관찰할 수 있고, 바깥쪽에는 풀등(물속에 모래가 쌓이고 그 위에 풀이 수북하게 난 곳)도 형성돼 지질학적 가치가 높은 곳이다. 인천 지역 해변을 정기적으로 해안가를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해온 박옥희 인천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국가가 지정·관리하는 국가지질공원이 해안쓰레기장이 됐다”고 개탄했다.

29일 사곶해변에서 수거한 해안쓰레기가 해변 초입에 쌓여있다. 이승욱기자

환경부는 11월 말까지 백령·대청 국가지질공원의 세계지질공원 지정을 유네스코에 신청할 계획이다. 하지만 지역 환경단체들은 싸늘하다. 인천환경운동연합은 “쓰레기로 뒤덮인 지질공원을 방치한다면 누가 백령·대청의 지질학적 가치를 인정하겠나”라며 “접근이 어려운 사각지대는 차치하더라도 접근이 쉬운 곳이라도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청정해변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옹진군이 백령·대청 국가지질공원에서 수거한 해안쓰레기는 2022년 243t, 지난해에는 300t이었다. 하지만 이는 옹진군이 자체적으로 수거한 양으로, 실제 해안쓰레기는 더욱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겨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19537 홍준표 “한동훈 용서하기 어렵다… 또 ‘갑툭튀’는 안돼” 랭크뉴스 2024.05.10
19536 잠수교, ‘가장 긴 미술관’으로 재탄생…2026년 첫 한강 보행전용 다리로 랭크뉴스 2024.05.10
19535 '쥬라기 공원'에 나온 음악 아냐?…파리올림픽 주제가 표절 논란 랭크뉴스 2024.05.10
19534 문 열자마자 경찰 총격에 미 흑인 장병 사망 ‘과잉 진압’ 의혹 랭크뉴스 2024.05.10
19533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 외국인 투자자금 6개월째 순유입 랭크뉴스 2024.05.10
19532 “15년 영업한 치킨집도 문 닫아”… 고물가 속 ‘줄폐업’에 고심하는 자영업자 랭크뉴스 2024.05.10
19531 [현장] 이차전지·미래차·신재생 품은 새만금…“기업 땅 모자라” 랭크뉴스 2024.05.10
19530 남의 결혼식서 동물 복장에 고양이 흉내낸 여성…“한번 뿐인 결혼식 망쳤다” 랭크뉴스 2024.05.10
19529 60대女 몰던 '왕초보' 차량 인도로 돌진…엄마·딸 덮쳤다 랭크뉴스 2024.05.10
19528 ‘노도강의 숙원’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착공 앞둬 랭크뉴스 2024.05.10
19527 “윤 대통령의 유일한 결단, 연금개혁 미루자는 것” 랭크뉴스 2024.05.10
19526 4년 만 부활한 디지털교도소... 의대생·부산 칼부림 유튜버 얼굴 공개했다 랭크뉴스 2024.05.10
19525 우크라 드론, 1천500㎞ 날아 러 정유시설 '쾅'…최장거리 타격 랭크뉴스 2024.05.10
19524 23년차 교사는 교권 침해 기사 쏟아지는 ‘스승의 날’이 두렵다 랭크뉴스 2024.05.10
19523 민주 초선 당선자 60여명 ‘채상병 특검 관철’ 천막농성 돌입 랭크뉴스 2024.05.10
19522 미국, AI 기술 중국 수출 막는 규제 검토한다 랭크뉴스 2024.05.10
19521 [단독] '의대생 살인' 최 모 씨, 경찰 첫 출동 때 범행 현장 반대 방향으로 투신 시도 랭크뉴스 2024.05.10
19520 [주식 초고수는 지금]‘불닭볶음면’ 실적 날아오르자…삼양식품 순매수 1위 랭크뉴스 2024.05.10
19519 [일본에 배신 당한 네이버]③ ‘50:50’ 합작인데 소프트뱅크에 이사회 내준 라인야후… 손정의 계략이었나 랭크뉴스 2024.05.10
19518 ‘여친 살해’ 의대생, 퇴학 수순…소속 대학 “징계한다” 랭크뉴스 2024.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