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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무역협회는 최근 이차전지 수출 감소에 ‘착시 효과’가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기업들의 국외 생산이 늘면서 일부 판매액이 수출 통계에 잡히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보다 통계가 과소 집계됐을 가능성이다. 지난해 국내 이차전지 3사(엘지(LG)에너지솔루션·에스케이(SK)온·삼성에스디아이(SDI))의 국외 생산 비중은 92.4%에 이른다.

국내 대기업의 국외 투자가 급증하자 주요 경제 지표에 착시 현상까지 생기고 있다. 국외 공장에서 생산돼 바로 국외에서 판매되면 통관 기준 수출 통계엔 잡히지 않는 탓이다. 기존 통계가 잘 포착하지 못할 정도로 기업들의 국외 생산이 많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기대하지만 국내투자 둔화 및 기술·인재 유출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6일 기획재정부의 ‘해외 직접 투자 동향’을 보면, 지난해 해외직접투자(FDI)액은 633억8천만달러다. 역대 최대인 2022년 815억1천만달러보다 줄었으나 여전히 큰 규모다. 5년 전만 해도 500억달러대에 불과했다. 해외직접투자는 외국에 영업소를 설치하거나 외국인이 주주로 있는 법인의 주식 10% 이상을 취득한 경우 등을 일컫는다. 국내 반도체·자동차·이차전지 대기업들이 빠르게 국외 투자를 늘리는 게 이 지표를 통해 확인된다. 특히 미국 정부가 북미에 핵심 공급망을 구축해야 보조금을 주는 내용을 뼈대로 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법을 시행하면서 투자는 북미로 쏠리고 있다. 미국은 한국의 해외직접투자액 1위 국가로 지난해 277억2천만달러 투자가 이뤄졌다.

규모가 커지자 경제 지표에도 영향을 주는 모습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이차전지 수출액이 98억3천만달러로 전년 대비 1.5%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2015년 이후 첫 감소세다. 그러나 무역협회는 지난달 “이차전지 수출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해외 생산 확대에 따른 수출액 미집계”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산업부 수출 통계는 관세청 통관인 ‘관세선’ 기준이다. 국외 공장에서 생산돼 한국을 거치지 않고 국외에서 판매되는 건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이에 산업부 통계에선 지난해 이차전지 수출이 줄었으나, 같은 기간 국내 3개 업체가 만든 이차전지의 글로벌 사용량이 29.6% 증가한 것을 보면 과소 집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무역협회 쪽 설명이다. 2011년까지만 해도 국내 기업들은 이차전지 전량을 한국에서 생산했으나 미국, 유럽 등으로 점차 생산 거점을 옮긴 상태다.

수출 통계 착시는 2022년에도 부각된 바 있다. 똑같이 수출액과 수입액 차이를 집계함에도 월별 관세청 기준 무역수지는 적자, 한국은행 기준 경상수지 내 상품수지는 흑자로 통계가 엇갈린 것이다. 그 사이에도 기업의 국외 생산이 있었다. 한은 경상수지는 ‘소유권 이전’이 기준이라 국외에서 생산해 국외에 판매한 것도 수출 통계에 잡혀 흑자로 집계된 것이다. 이런 중계무역순수출은 반도체 기업 등을 중심으로 2018년부터 4년 연속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우며 급증했다.

국외 생산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 에스케이(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와 이차전지 3사 등은 미국을 중심으로 국외 공장 신설 계획을 줄줄이 발표한 상태다. 수출 통계는 정부가 경제 정책 방향을 정할 때 잣대로 삼는 중요한 수치인데, 이같은 변화를 고려하면 국외 생산까지 정확히 반영할 보조 통계 개발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기업이 국외에 현지 생산라인을 구축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전 세계적으로 자국 위주 산업정책 시대가 열리면서 통상 압박 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국내투자 둔화와 기술·인재유출, 외국의 정치상황 변화에 따른 투자 위험 등은 걱정되는 요소다. 백서인 한양대 교수(중국학)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우리 첨단 산업이 미국 등으로 모두 넘어가 국내가 공동화될 위험은 경계해야 한다. 해외 투자 때 국내 대학이나 연구소 인력들을 함께 데리고 나가는 방안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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