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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의 역사는 19세기 중반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후 석유화학 기술이 발전하면서, 상대적으로 단단하며 저렴한 장점이 부각돼 사용량이 폭증했습니다.

2019년 기준 세계 플라스틱 사용량은 4.6억 톤으로 1950년대에 비해 200배 넘게 증가했습니다. 가파른 증가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데, 2022년 OECD보고서에 따르면 2060년 세계 플라스틱 사용량은 12.31억 톤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 생산은 늘어나는데…'행방불명' 되는 플라스틱

환경적 관점에서 봤을 때 플라스틱의 가장 큰 문제는 '비순환적' 사용주기입니다. 쉽게 얘기해 생산량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데, 사용한 플라스틱은 제대로 관리나 처리가 안 되고 있다는 겁니다.

세계 플라스틱 폐기물은 2019년 기준 3.53억 톤인데, 이 가운데 9%만 재활용됐습니다. 전체 폐기물의 50%가 매립됐고 19%는 소각됐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22%는 어떻게 됐는지 파악조차 어렵습니다.

세계 플라스틱 사용량 증가 시나리오(2022년 OECD 글로벌 플라스틱 전망)

'행방 불명'된 플라스틱은 대부분이 썩지 않고 그대로 남아 환경오염을 일으키거나, 미세플라스틱으로 바뀌어 2차 피해를 일으킵니다.

최근 연구들을 보면, 미세플라스틱은 바다와 하천, 토양, 대기까지 광범위하게 퍼져나가면서 동식물은 물론 인간의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런 플라스틱 오염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면서 2022년 2월 열린 제5차 유엔환경총회에서는 플라스틱 오염을 줄이기 위한 국제협약을 만들자는 제안이 나왔습니다.

유엔 회원국들은 모두 5차례의 정부간협상위원회(INC) 회의를 통해 2024년까지 법적 구속력이 있는 협약 성안, 이른바 '플라스틱 국제 협약'을 만들자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생산 억제냐? 폐기물 관리냐? 국가별 이해관계 엇갈려

이후 2022년 11월 우루과이 푼타 델 에스테(1차)부터 2023년 5월 프랑스 파리(2차), 2023년 11월 케냐 나이로비(3차)에서 정부 간 협상이 있었고, 가장 최근에는 지난달 캐나다 오타와에서 4차 협상이 진행됐습니다. 하지만 지난달 4차 협상에서도 회원국들은 합의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가장 큰 걸림돌은 1차 플라스틱 폴리머(플라스틱 제품 원료)의 생산 제한에 관한 겁니다.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 그룹은 생산단계부터 플라스틱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플라스틱 폐기물의 최종 종착지가 되고 있는 아프리카 국가들도 생산 억제에 찬성하는 분위기입니다. 생산을 줄이면 자연스럽게 오염도 줄어들 거란 겁니다.

반면, 플라스틱의 원료가 되는 석유를 생산하는 중동국가와 러시아, 또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중국은 격렬히 반대하고 있습니다. 협약의 취지 자체가 지구의 '플라스틱 오염'을 막기 위한 것인 만큼, 생산을 손대는 것이 아닌 오염을 줄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게 반대 국가들의 주장입니다.

이와 관련해 4차 협상에 참석했던 우리 정부 관계자는 "1차 플라스틱 폴리머의 생산과 관계된 국가들이 강경한 목소리를 냈다"면서 "같은 이해관계를 가진 국가끼리 모여서 제동을 거니까 협상 자체가 진전이 안 됐던 측면이 있다"고 협상장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선진국 그룹에 속하면서도 석유화학 강국으로서 플라스틱 제품을 많이 생산, 소비하는 이중적인 처지에 놓여있습니다. 이 때문에 1차 플라스틱 폴리머 생산억제와 관련해 별다른 찬반 의견을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협상의 또 다른 쟁점은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입니다.

생산자에게 소비자가 사용한 플라스틱품의 처리에 대한 책임을 지우는 건데, 생산 억제와 별개로 이미 사용된 플라스틱 폐기물을 잘 관리하자는 취지입니다.

한국과 유럽 일부 국가들은 EPR 제도가 상당히 잘 정착된 국가로 분류됩니다. EPR 제도가 잘 운영되면 생산자가 낸 분담금을 통해 폐기물 선별과 재활용을 원활하게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일부 선진국들과 달리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국가에서는 도입이 쉽지 않다는 반발이 있습니다.

이밖에 플라스틱 수거과 매립지 관리 등 폐기물 인프라를 개선해 플라스틱 폐기물의 무차별적인 환경 누출을 막기 위한 방안들도 국제 협약에서 논의되고 있습니다.


■부산으로 쏠리는 시선..극적 합의 이를까?

정부는 이번 4차 협상이 아무 성과 없이 끝난 것만은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당장 구체적인 성과는 없지만 오는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5차 협상 전까지 '회기 간 작업'을 진행하게 된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부분이라는 겁니다.

'회기 간 작업'이란 국가별 전문가들이 참여해 쟁점 사안을 조율하는 것을 뜻합니다. 실무자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만큼 정치적인 줄다리기보다는 과학적인 연구결과와 숫자를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진다고 합니다.

환경부 관계자는 "회기 간 작업을 통해 플라스틱이 인체나 환경에 끼치는 영향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국제적 차원의 금지 물질 목록을 만들고 강제할 수 있을 지도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습니다.

1차 플라스틱 폴리머 생산 억제 등에 대해 국가 간 합의가 쉽지 않은 만큼, 플라스틱 오염을 줄이기 위한 현실적인 과제에 집중하고 부산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자는 게 우리 정부의 의도인 것으로 풀이됩니다.


환경단체들은 한국 정부의 '조용한 입장'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내면서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4차 캐나다 오타와 협상에 참관인 자격으로 참여했던 김나라 그린피스 활동가는 "회의가 점점 진행될수록 한국이 어떤 발언을 하고, 어떤 주장을 하는지를 알고 싶어하는 분위기였다"면서 "4차 회의에서 성과가 없었던 만큼 마지막 5차 회의가 정말 중요해졌다"고 말했습니다.

또, "플라스틱 국제 협약을 모든 국가들이 만들겠다고 처음 동의를 했을 때와 현재의 협상 상황이 너무 달라진 것 같아 안타까웠다"면서 "한국 정부는 협약이 본래의 목적 안에서 강력한 내용으로 만들어질 수 있도록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오는 11월 부산에서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한 '인류의 약속'이 마련될 수 있을지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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