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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저장성 이우 도매시장에 각 나라의 국기가 표시된 모자가 진열돼 있다. 시대정신 누리집 갈무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월 대선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2016년 미 대선의 깜짝 결과를 적중했던 중국의 ‘이우 지수’가 주목받고 있다.

중국 저장성 이우시는 거대 도매상이 집결한 지역으로, 세계 최대 도매 시장으로 불린다. 중국 전역에서 생산된 모자, 접시, 볼펜, 인형 등 잡화류가 이곳에 집결해 세계로 뻗어 나간다. 크리스마스 트리나 올림픽 응원 도구, 선거 운동 용품 등 특정 시기에 필요한 물품도 이우 시장을 거친다. 전 세계 크리스마스 용품의 3분의 2가 이우를 통한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다.

이우는 2016년 깜짝 이변을 일으킨 미 대선 결과를 예측해 주목받았다. 당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결에서, 거의 모든 언론과 여론조사, 정치 전문가들이 클린턴 후보의 승리를 예측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여론조사 55 대 45의 비율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한 것이다.

당시 이우의 상인들은 선거 운동 용품 수출 주문량이 압도적으로 많은 트럼프 후보의 당선을 예측했고, 결과는 적중했다. 일부 미국 언론과 중국 언론은 이를 ‘이우 지수’라고 부르며, 미국 대선 결과를 예측하는 또 하나의 비공식적 지표가 등장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2020년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결을 앞두고도 이우 상인들이 주목받았고, 이우 상인들은 트럼프의 승리를 예측했다. 2016년과 마찬가지로 트럼프 캠프의 선거 운동 용품 주문량이 바이든 캠프를 압도한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예측이 빗나가, 바이든 대통령이 승리했다.

이우의 예측이 빗나간 것을 두고 여러 분석이 나왔다. 2016년에는 우연히 예측이 들어맞았을 뿐, 선거 운동 용품 주문량과 실제 여론 사이에는 논리적인 인과 관계가 없다는 분석이 많았다. 흥미롭긴 하지만 과학적이지 않은 조잡한 예측이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2020년 미 대선이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일 때 진행됐고, 바이든 캠프가 온라인 캠페인을 주로 진행해 2016년과는 조건이 달랐다는 분석도 있다. 미 대선 선거 운동 용품이 중국 이우가 아닌 베트남이나 미얀마 등에서도 상당수 생산되고 있기도 하다.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AP 연합뉴스

중국 관영 매체 ‘시대재선’은 미국 대선을 7개월 앞둔 지난달 말 이우 시장을 취재해 분위기를 전했다. 시장에서는 트럼프 캠프의 트레이드 마크인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가 새겨진 모자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등 올해도 트럼프 캠프 쪽의 선거 운동 용품 주문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이우의 한 모자 도매 상인은 “트럼프 캠프에서 모자 100만개를 주문받아 잔업과 특근을 하고 있다”며 “바이든 캠프 쪽 모자 주문은 몇 종류에 불과한데, 트럼프 쪽은 20~30종에 이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우의 상인들은 미 대선 결과를 예측해 달라는 기자의 질문은 한사코 사양했다. 한 스포츠 용품 도매상은 “우리는 장사만 할 것”이라며 “미국 대선 ‘냄비’를 이우가 짊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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