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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28일 서울의 한 산후조리원 신생아실에서 간호사 등 관계자들이 신생아들을 돌보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의 산후조리원 문화를 두고 중국과 ‘원조(元祖)’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최근 기획재정부가 발간한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용역 보고서「산후조리원 해외진출 활성화를 위한 시장조사 및 지원방안 연구」에서다.

6일 보고서에 따르면 산후조리원은 1996년 한국에서 탄생했다. 그 전에는 산모가 가정에서 산후 3주까지 친정 어머니 등의 도움을 받으며 휴식을 취하는 전통이 있었는데, 핵가족화로 가족의 도움을 받기 어렵게 되자 가정 밖에서 산후조리원 산업이 발전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1999년 중국에도 산후조리원이 생기기 시작했다. 한국의 산후조리원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 중국 산모가 베이징에 ‘신마마 산후조리원(北京新妈妈产后护理中⼼)’을 차린 게 시초다.

이후 빠르게 확산하며 한국보다 많은 산후조리원을 보유하게 됐고, 2016년(중국 1640개, 한국 612개)부터 그 격차를 크게 벌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중국 내 산후조리원 수는 5454개로 한국(469개)의 11배가 넘는다. 2021년 현재 중국의 산후조리원 시장 규모는 1조8000억원가량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 인구(14억2517여명)가 한국(5175만여명)보다 28배에 육박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 시장의 성장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김경진 기자

명칭을 ‘산후조리원’ 대신 ‘위에즈센터(⽉⼦中⼼)’로 바꾼 중국은 산후조리원 문화를 자국의 고유 문화 시설인 것처럼 내세우고 있다. 위에즈센터는 중국에서 산모가 출산 후 한 달 동안 집에 머무르며 쉬게 하는 전통인 ‘줘위에즈(坐⽉⼦)’에서 파생된 이름이다.

보고서에선 “중국 내 산후조리원 대부분은 중국 업체가 한국의 운영 노하우만 빼앗아 독자적인 문화 시설인 것으로 강조하고 있다”며 “향후 중국과 원조 논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2010년대 한국의 김치를 두고 중국에서 ‘파오차이(泡菜)’로 부르며 자국의 고유 음식인 것처럼 조작한다는 논란과 비슷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중국은 폭발하는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전세계에 기업화한 산후조리원을 수출하고 있다. 중국의 유명 산후조리원 체인인 세인트벨라 산후조리원은 1300억원가량을 투자 받아 지난해 10월부터 싱가포르에 호텔형 산후조리원을 운영 중이다. 이 기업에는 중국 자본뿐만 아니라 한국의 미래에셋투자까지 돈을 댔다. 보고서에선 중국의 산후조리원 기업들에 대해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의 잠재적인 경쟁자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반면 한국은 2010년 만성적인 서비스 수지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산후조리원을 ‘10대 유망 중소 해외진출’에 포함하고 수출을 독려해왔지만, 변변한 성과를 내지 못 하고 있다. 저출산 현상에 따라 내수 시장이 축소하고 있어서다. 국내 산후조리원 대다수가 기업화 돼 있지 않은 점도 불리한 조건이다.

이재희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중국이 ‘위에즈센터’를 세계지식재산기구에 등록하기 전에 한국이 ‘산후조리원’을 등록해 지식재산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점적으로 수출 타깃으로 삼을 국가로는 한류(韓流) 문화에 친숙한 인도네시아·베트남·몽골 등이 지목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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