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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비자원 농수산물 가격정보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양배추(상품) 한 포기의 가격은 6357원으로 1개월 전(4155원) 대비 53%, 1년 전(3946원) 대비 61% 상승했다. 사진은 29일 서울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양배추. | 연합뉴스


강원도 원주에서 닭갈빗집은 하는 자영업자 류모씨(54)는 얼마 전 텃밭에 양배추를 심었다. 양배추 가격이 나날이 오르자 ‘차라리 내가 직접 키워보는 게 좋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류씨가 다니는 시장에서 양배추 한 망(3통)은 한 달 전까지만 해도 6900~9900원이었는데, 최근에는 2만7900원까지 뛰었다.

류씨는 “양배추만 오른 게 아니다. 청양고추랑 오이도 가격이 어마어마하게 올랐다”며 “올해는 보니까 양배추도 그렇고 다른 농산물도 가격이 내릴 것 같지 않다. 텃밭도 있으니 내가 직접 키우는 것이 마음이 편할 것 같아서 300통 정도를 심었다”고 밝혔다.

1인가구인 이모씨(52)는 아파트 베란다에 대파를 키우고 있다. 요리해 먹고 남은 대파 뿌리를 화분에 심었더니 푸른잎줄기가 다시 자랐다. 최근에는 꽃상추 씨앗을 심어 싹이 텄다. 이 씨는 “양념채소 가격이 만만찮은데 소량으로는 팔 지 않아 직접 키워 보기로 한 것”이라며 “청경채 등 다른 채소들도 기회가 되는 데로 키워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애플레이션’, ‘금사과’ 등 신조어까지 낳았던 사과에 이어 양배추, 배추, 당근 등 식탁에 자주 오르는 농수산물의 가격이 오르며 밥상 물가를 위협하고 있다. 봄철 냉해와 가을 탄저병으로 지난해 사과 생산량이 크게 줄었던 것처럼 이번 겨울에도 이상 기후로 양배추 등 농산물의 생산량이 감소한 탓이다.

“날씨가 이러니 양배추가 다 썩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양배추 판매 사진 | SNS 갈무리


2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KAMIS)의 ‘간편가격정보’ 사이트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양배추 1통의 소매가격은 5977원이다. 양배추 가격은 전월(4914원)에 비하면 21.6% 상승했고, 전년(4041원)과 비교하면 47.9%가 올랐다. 양배추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1통에 1만원 내외에 판매되고 있는 사진이 올라오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럴 바에는 직접 키우는게 낫다’는 말까지 나오는 이유다.

양배추 가격이 오른 근본적인 이유는 이상기후로 작황이 좋지 않아 양배추 생산량 자체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서울 경동시장에서 청과물 가게를 운영하는 박모씨(80)는 “양배추를 보통 한 통에 3000원에 팔았는데 6000원까지 받았다가 그래도 지금은 좀 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박씨는 자신의 가게에서 양배추를 1통에 5000원에 팔고 있었다.

박씨는 “비가 많이 오고 날씨가 이러니까 양배추도 당근도 다 썩었다더라”라며 “양배추도 그렇고 물량이 워낙 없으니까 가격이 오르는 거지 상인들도 그러고 싶어서 가격을 올리는 게 아니다. 물가가 비싸니 장사도 안된다”고 밝혔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이번 겨울 양배추 생산량은 17만t으로 전년보다 11.2% 감소했다. 겨우내 비가 많이 오고 일조량이 부족해 양배추 농사가 잘 안된 것이 원인이다. 농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지난 2~3월 양배추 주산지에서는 154.4㎜의 비가 내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109.5㎜)에 비해서도 평년(128.8㎜)에 비해서도 많은 강수량이었다.

양파·당근·배추값도 올랐다

다른 농산물도 겨울철 이상 기후로 가격이 오르고 있다. KAMIS의 간편가격정보 사이트에 따르면 4월30일 기준 당근(상품) 1㎏의 소매 가격은 5766원이다. 당근 가격은 한 달 전 4331원을 기록했던 것에 비해 33.1% 올랐다. 1년 전과 비교해도 18.4% 올랐다. 당근도 양배추와 마찬기지로 지난 겨울 잦은 비로 작황이 좋지 못했다.

배추와 양파 가격도 올랐다. 같은 날 기준 배추 1포기의 소매가격은 4712원으로 전월(3774원), 전년(4196원)을 기록했던 것에 비해 각각 24.9%, 12.3% 올랐다. 양파 1㎏의 소매 가격은 2830원이다. 양파 가격은 전월(2712원), 전년(2337원)에 비해 각각 4.4%, 21.1% 올랐다.

이상기후로 농산물 가격이 치솟으면서 물가도 영향을 받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4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9% 올랐는데, 농축수산물은 1년 전보다 10.6% 상승했다. 특히 농산물은 20.3%나 올랐다.

농산물 가격이 좀처럼 내리지 않다 보니 식비를 조금이라도 아껴보려고 발품을 파는 사람들도 있다. 경기도 의정부에 사는 임모씨(66)는 이날 집에서 대중교통으로 1시간 거리인 서울 경동시장까지 장을 보러왔다. 임씨는 “아무래도 시장이 집 근처 마트에 비해서는 싸니까 시간이 오래 결려도 여기까지 오는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물론 발품을 아무리 팔아도 여전히 비싼 것도 있다. 임씨는 “오늘 사과를 좀 사보려고 했는데, 괜찮은 사과도 아니고 못난이 사과가 4개에 1만원이라서 포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 달 전에는 5개에 1만원이었던 것 같은데 그새 더 비싸진 것 같다”며 “7~8개에 1만원 정도면 사서 먹을 것 같은데”라고 말했다.

이상 기후가 농업에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세계 곳곳에서는 이상기후에 따른 식량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독일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는 기후변화로 인해 2035년에는 전 세계 식량 물가가 전년 대비 3.2%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코코아열매 등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커피가격도 상승할 전망이다. 기후대응에 어영부영한 결과 비싼 청구서가 소비자들에게 돌아오고 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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