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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을 이틀 앞둔 지난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창신동 문구·완구 거리를 찾은 어린이들이 완구를 고르고 있다. 뉴스1
“체감할 수 있는 게 1도 없어요.” 부산에 살며 두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 조모씨(36)는 부산시의 다자녀 가구 확대 정책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부산 ‘다자녀 가구’ 기준이 기존 3자녀에서 2자녀 가구로 낮춰진 지 6개월 만의 평가다. 5살, 3살 남매를 키우는 조씨 집도 다자녀 가구에 포함됐지만, 주요 혜택은 여전히 ‘3자녀 가구’에만 주어진다. 조씨는 “다자녀 가구 스티커를 차에 붙이면 공영주차장 요금 50% 할인이 적용된다. 하지만 스티커를 확인할 사람이 없는 주요 공영 주차장 무인 결제기에서는 이마저 받을 수 없다”며 “주변 2자녀 가구에서는 ‘무늬만 다자녀 가구’에 포함된 걸 불쾌하게 느끼는 부모들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시민이 꼽은 베스트 시정, 반년 새 ‘속 빈 강정’

6일 부산시에 따르면 부산 다자녀 가구 기준은 조례 개정을 거쳐 지난해 10월 31일부터 완화됐다. 출산 및 보육을 돕기 위해 다자녀 가구를 지정하고 혜택을 주는데, 두 자녀를 둔 가정까지 문턱을 낮춰 수혜 범위를 넓힌다는 취지다. 지난해 말 부산시 설문에서 시민들은 이 시책을 ‘베스트 공감 시정’으로 뽑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부산시청 전경. 사진 부산시

기준 완화에 따라 부산의 다자녀 가구는 2만5000곳에서 15만7000곳으로 늘었다. 하지만 시행 6개월이 지나면서 조씨 가정 같은 두 자녀 가구에서는 ‘속 빈 강정’이라는 평가를 하는 부모들이 많다. 세 자녀 가구와 두 자녀 가구에 대한 우대 격차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다자녀 가구의 가장 큰 혜택으로 꼽히는 지하철 요금 50% 할인을 포함해 우유 급식 지원(자녀 1인당 1일 200㎖ 1팩ㆍ530원), 광안대교 통행료(소형 1000원, 대형 1500원) 면제 등은 모두 세 자녀 가구에만 적용된다.
대구 북구 엑스코 동관에서 열린 베이비&키즈페어를 찾은 이들이 다양한 유아용품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두 자녀 가구도 가족사랑카드를 발급해 가맹점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식당과 학원 등 가맹점 3000곳에서 무료 음료 1병이나 특정 요금 5% 할인을 받는 수준에 그친다. 이 카드를 이용해본 적이 있는 두 자녀 가구 부모들은 “가맹점이 적어 찾기도 어렵고, 해당 매장에서 할인 등 혜택을 요청하면 직원이 ‘(그런 혜택은) 모른다’고 답하기 일쑤”라고 말했다. 이달 들어 신청을 받는 교육복지포인트도 세 자녀 가구에는 연간 50만원, 두 자녀 가구엔 30만원으로 차등을 뒀다.

부산시 관계자는 “예산 등 문제로 한꺼번에 두 자녀 가구까지 혜택을 확대하기 어렵다. 다자녀 가구를 대상으로 만족도 등 설문조사를 벌이고, 향후 모든 다자녀 가구가 체감할 수 있도록 혜택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둥이 교수 아빠 “생색 그만, 수요자에 귀 기울여야”

하지만 부산에 살며 세 자녀를 기르는 백재파(43) 동아대 기초교양대학 교수는 이에 대해 “예산 등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는데, 굳이 기준을 낮춰 다자녀 가구 수를 늘린 건 생색내기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다자녀 가구 혜택 중 광안대교 통행료 감면이나 공영 주차장 할인 등은 출산ㆍ육아와 무관하다”며 “이런 사업들을 정리하고 한, 두 가지라도 실제 보육에 필요한 지원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짚었다.

백재파 동아대 교수와 자녀들. 사진 백재파 교수
자녀들이 모두 초등학생이지만, 백 교수는 “미취학 아동 가정에 더 많은 혜택을 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입원 등 자녀들이 더 어렸을때 병치레를 하면서 겪었던 곤란함을 생생히 기억하기 때문이다. 그는 “첫째가 입원하면 집에 남은 둘째, 셋째를 돌봐야 하는데 휴강도 못 해 진땀을 뺀 적이 많다”며 “부모들에게 실제로 필요한 건 이런 순간 지원될 수 있는 육아 도우미”라고 말했다. 이어 “부산시엔 ‘100인의 아빠단’ 등 조언해줄 수 있는 기구도 있다. 보육 정책 수립 때 이 같은 실수요자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고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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