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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국제시스템이 새로운 긴장에 직면한 이 시기 우리 외교의 올바른 좌표 설정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40년간 현장을 지킨 외교전략가의 '실사구시' 시각을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워싱턴 일부의 북한 비핵화 '중간조치' 논의
치명적 후폭풍 예상되는 국제사회 제재완화
확장억제와 재래식 군비강화 계속 진행해야
김정은(왼쪽)이 지난해 9월 13일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은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중요한 정책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를 하고 새로운 입장을 정립하고는 한다. 이 과정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북한 핵문제에 대한 검토이다. 대통령 선거가 있는 올해에는 비교적 일찍 이 문제가 워싱턴에서 논의되는 것을 관찰하게 된다.

트럼프가 재선될 경우 국방부 장관 기용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크리스 밀러는 국내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북핵 동결과 제재 완화를 교환하는 것을 검토해 볼 만하고, 군축 협상도 안 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추후에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이 근거 없다고 평가하기는 했으나, 바이든 대통령의 아·태담당 선임 보좌관인 미라 후퍼는 미국의 목표는 여전히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이지만 그 과정에서 중간 조치(interim steps)를 고려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떤 배경에서, 왜 이 시점에 워싱턴에서 이러한 논의가 재현되고 있나? 최근 서울을 방문한 전직 미국 외교관, 학자들에게 이러한 질문을 던져 보았고, 이들의 답변을 옮겨 본다.

첫째,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초기부터 '외교와 단호한 확장 억제'를 통하여 북한 핵문제를 다루어 나가겠다고 했고, 윤정부 출범 이후 확장 억제 분야에서 많은 진전을 이루었다. 그런데 외교 분야에서는 그렇지 못했으므로 바이든 2기 정부에서의 추진 방향을 제시한 측면이 강하다.

둘째, 비핵화 가능성은 당장 높지 않은데, 반면 전쟁 방지가 보다 현실적이고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었으므로 이에 대응하는 측면이 있다.

셋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가 매우 위험한 방향으로 흘러 가고 있으므로 북한과의 통로를 마련할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본다.

북한 비핵화를 위한 대화와 외교 노력이 번번이 좌절되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계속 악화되는 데 대한 좌절감이 느껴지는 설명이다. 그러나 여러 가지 상황을 볼 때 '중간 조치'의 유혹이 오히려 도발 위협을 높일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북한이 2019년 2월 하노이 회담에서 요구한 반대 급부는 유엔 안보리 제재 중 북한에 치명적인 부담을 안기는 6개 결의안을 철회하라는 것이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이후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경제 협력이 심화된 현 상황에서 유엔 결의안이 철회되면 이것은 북한의 재래식 군비 강화로 이어지고, 이에 따라 한반도의 안보 상황이 오히려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러한 사태 진전은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 그리고 전 세계 안보 지형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러시아는 최근 북한 핵 확산을 억제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해 온 기구인 북핵 제재 전문가 그룹의 임기 연장에 반대함으로써 이 그룹의 활동을 무력화시켰다. 만에 하나 북한에 대한 안보리 제재가 철회된다면 이것은 '규범에 기초한 국제 질서'를 와해시키려는 국가들에 또 하나의 큰 성과로 인식될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지난해 9월 보스토치니 러·북 정상회담을 전후한 시기부터 러시아에 대규모 포탄, 미사일 등을 제공하면서 에너지, 물자, 심지어 방산기술까지 제공 받는다는 우려가 있으나, 북한의 경제, 그리고 재래식 군비 능력은 매우 낙후되어 있다. 게다가 외부정보의 유입이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남한과 외부 세계에 대한 동경, 북한 체제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지고 있는 많은 사례가 관찰된다.

자신감을 갖고 북핵 문제에 대응해야 한다. 대화 노력을 계속하되, 한반도에서의 전쟁 방지를 위한 두 가지 핵심 요소, 즉 확장억제 강화와 함께 재래식 군비에서의 압도적 우위를 유지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안호영 전 주미대사·경남대 석좌교수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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