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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공백 장기화로 환자 수 급감
"매일 억단위 적자" 비상경영체제
서울의 한 병원에서 의료진이 근무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의료 공백 사태 장기화로 입원·외래 환자가 급감하면서 대학병원들이 경영난을 호소하는 가운데, 직원들에게 급여를 주기 힘들다고 호소하는 대형 대학병원까지 등장했다.

5일 의료계에 따르면 오주형 경희의료원장 겸 경희대병원장은 지난달 30일 경희의료원 교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의료원이 존폐의 위기에 처해 있다고 밝혔다. 오 원장은 "매일 억 단위의 적자 발생으로 누적 손실 폭이 커지고 있다"며 "개원 53년 이래 최악의 경영난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3월부터 비상 경영체제로 전환한 경희의료원은 무급휴가 시행, 교원성과급 반납, 관리 운영비 일괄 삭감, 자본투자 축소 등 자금 대책들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오 원장은 "현재 상황이 이어질 경우 개인 급여를 비롯한 각종 비용 지급 등에 필요한 자금이 부족할 것으로 예측된다"며 비용 절감 노력을 하고는 있어도 자금난을 해소하긴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어 오 원장은 "당장 다음 달부터 급여 지급 중단과 희망퇴직 시행을 고려해야 할 정도로 절체절명의 상황에 처했다"며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봉착하기 전에 의료원의 생존을 위한 각고의 노력을 함께해 달라"고 말했다.

의대 정원 문제를 두고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을 하고 일부 의대 교수들까지 휴진을 하는 상황에서, 경희의료원은 지속적인 경영난을 겪어 왔다. 의료원 산하 경희대병원과 강동경희대병원은 전공의 비율이 30~40%에 달하는데, 전공의 이탈 후 병상 가동률이 50% 이하로 떨어지며 의료 수익이 절반가량 감소한 것으로 전해진다.

경희의료원만 이런 건 아니다. 주요 상급종합병원 중 서울대병원은 의사를 제외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무급휴가 신청을 받고 1,000억 원 규모로 마이너스 통장 한도를 늘리는 등 비상 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세브란스병원과 서울아산병원도 무급 휴가를 시행하고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는 중이다. 제주대병원, 전남대병원, 조선대병원, 부산대병원 등 비롯한 지역병원들도 비상 경영체제를 선포하고 비용 절감에 나섰다. 이들 병원은 무급 휴가를 신청받고 입원 병동을 통폐합하는 등 방식으로 경영난에 대응하고 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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