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경찰의 총격으로 사망한 40대 한인 남성의 유가족들이 사건 현장인 자택 부근에서 비통해 하고 있다. 김상진 기자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40대 한국 국적 남성이 경찰의 총격에 사망한 사건 관련해 경찰의 과잉 진압 의혹이 일고 있다.
4일(현지시간) LA 경찰국(LAPD)에 따르면 지난 2일 오전 11시쯤 LA 시내 한인타운의 한 주택에서 LA 카운티 정신건강국(DMH)의 지원 요청을 받고 출동한 경찰이 양모(40)씨와 대치하던 중 양씨에게 총격을 가했다. 쓰러진 양씨는 현장에서 사망 판정을 받았다.
경찰은 당시 양씨 부모의 요청으로 DMH 직원들이 양씨를 정신 치료 시설로 옮기려 했으나 양씨가 이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DMH 직원들은 조울증 진단을 받은 적이 있는 양씨가 타인에게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해 72시간 동안 시설에 두고 관찰하려 했다고 경찰에 말했다.
경찰은 양씨의 집 현관문 앞에서 출동 사실을 알리고 문을 열었을 때 거실에서 양씨가 흉기를 들고 경찰 쪽으로 다가와 총격을 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LA 경찰국은 경찰관들이 착용하고 있던 보디캠 등을 검토해 총기 사용이 적절했는지 조사 중이다. 특히 지난 3월 1일 LA 경찰국 역사상 아시안 최초로 한인인 도미니크 최 임시국장이 취임한 만큼 이번 사건에 대한 대응과 조치가 주목된다.
양씨는 한국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주한 뒤에도 한국 국적을 유지한 것으로 파악됐다. 주LA총영사관은 LA 경찰국에 철저하고 공정한 수사를 요청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사건 발생 인지 직후부터 유가족 지원과 경찰 당국에 철저하고 공정한 수사 요청 등 필요한 영사조력을 제공 중이라고 밝혔다.
LA 한인회는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피해자의 치료를 위해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고, 출동한 경관들이 이런 상황을 인지했음에도 총격으로 피해자를 사망케 한 일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당시 상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LAPD 측에 해당 경찰관들의 보디캠 공개를 요구할 것"이라고 했다.
양씨의 아버지 양민씨는 연합뉴스에 "DMH가 경찰에 지원을 요청했을 때는 경찰이 안전하게 병원으로 가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했다"며 "아들이 폭력 전과가 있는 것도 아니고 병이 있어서 도움을 요청한 상황인데 혹시 저항했더라도 놀라서 그런 거니 제압을 해줘야지 그걸 못한 것은 프로도 아니고 세금 받을 자격도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당시 상황에 대해 "경찰관 7명이 왔는데 집 안에 들어간 지 불과 몇 분 뒤 총성 네 발이 들렸고, 무슨 일인지 물어도 경찰관들은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고 계속 제지했다"며 "이후 2시간이 지나서야 경찰서장이라는 사람이 와서 아들이 죽었다고 했을 뿐 아무런 정보를 주지 않았다. 우리가 경찰서로 가 심문받는 사이 시신을 싣고 가버리는 바람에 아들 시신을 보지도 못했다"고 비통해했다.
또 경찰의 발표 내용 관련해 "사실이 아닌 게 있다"며 "우리 애가 칼을 들고 있던 적도 없고, 혹시나 해서 다시 확인해 봤는데 집 안에서 없어진 게 없었다. 또 경찰이 총을 쏜 뒤 살리려고 노력했다고 했지만, 총성이 난 뒤 구급차나 구급대가 들어가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