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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성공회대 캠퍼스 전경. 성공회대 제공

성공회대 총학생회장 당선자가 “총학생회 활동을 할 생각이 없다”며 당선 직후 지인을 통해 선거 결과에 이의를 제기해 스스로 당선을 무산시킨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학생회장 출마자가 없어 학생회가 꾸려지지 못하는 대학이 속출하는 등 힘을 잃고 있는 학생 자치의 단면을 드러낸 헤프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성공회대 쪽의 설명을 3일 들어보면, 지난 22∼24일 치러진 제58대 총학생회 보궐선거에 단독 출마해 당선된 ‘혜성’ 선거운동본부(선본)의 회장 후보 김아무개씨와 부회장 후보 송아무개씨는 지난달 25일 후보자 자격이 박탈돼 당선이 무효 처리 됐다. 학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규정에 따라 개표 결과 발표 직후 24시간 동안 접수된 6명의 ‘이의 신청’을 심의한 결과, 이들 선본이 선거시행세칙을 위반한 사실이 인정돼 내려진 조처다.

헌데 당선자인 김씨가 지인을 통해 이의제기를 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셀프 당선 무효 요청’이었던 것이다. 김씨는 지난 2일 학교에 게시한 입장문을 통해 “투표가 시작됐을 때부터 총학생회 활동을 할 생각이 없었다. 선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미 지쳐 있었고, 총학생회장을 하기에 스스로 너무 부족하다고 느꼈다”며 선거 직후 직접 작성한 이의신청 의견서를 지인에게 전달해 선관위에 접수토록 했다고 밝혔다. 해당 이의신청에는 선본 내부 관계자들만 알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됐고, 결과적으로 이들의 당선이 취소되는 데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김씨는 애초 이의신청으로 재선거가 치러지면 송씨와 함께 자진사퇴할 요량이었다. 하지만 선관위가 후보자 자격을 박탈하고 피선거권까지 제한하는 등 예상보다 강도 높은 조처를 내놓자, 부학생회장 후보였던 송씨가 선관위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서려 하는 등 갈등이 깊어졌다. 이에 결국 김씨가 스스로 이의신청을 했다는 실제 내막을 공개하는 데 이르렀다. 김씨는 입장문에서 “본인(부학생회장)의 명예를 실추시킨 것, 감정을 상하게 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법적인 절차까지 동원해 같은 (선관위)학우를 공격하는 것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어 진실을 밝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대학 사회 안팎에선 이번 일을 두고 경쟁적인 스펙 쌓기의 어려움, 개인주의 확산 등으로 입지를 잃은 학생 자치의 초라한 단면이 드러난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성공회대는 2019년부터 총학생회를 하겠다는 학생이 없거나, 투표율이 개표 기준에 못 미쳐 연거푸 선거가 무산돼 5년째 총학생회가 공석인 상태다. 다음 보궐 선거는 올해 말에나 치러질 것으로 보여, 6년째 총학생회 없는 학교가 될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엔 총학생회를 대신해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가 간부들의 사퇴로 해체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다른 대학들도 총학생회를 꾸리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서울대는 지난해 투표율이 낮아 총학생회 선거가 무산됐고, 지난 3월에 연 보궐선거에서도 입후보자가 나오지 않아 단과대학학생회장연석회의가 총학생회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고려대, 국민대, 동국대, 한양대도 총학생회를 꾸리지 못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 중이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대학에서의 배움은 강의뿐만 아니라 학생자치 활동을 통해 이뤄지고, 특히 총학생회가 학생운동 시절부터 민주시민 육성에 적잖은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 비춰보면, 청년들의 각자도생 풍토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아닌가 싶다”며 “무척이나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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