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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평창 인공강우 실험 현장 가보니>
건조한 기후변화로 산불 위험 급증
인공 비로 습도 높여 산불 예방 목표
실험성공률 86%... "3년 내 기술완성"
지난 2일 강원도 평창 국립기상과학원 구름물리선도관측소에서 인공강우 실험용 드론이 구름씨앗을 뿌리고 있다. 기상청 제공


“점화!” 신호가 떨어지자마자 약 20m 상공에 뜬 드론에서 불꽃이 튀며 하얀 연기를 내뿜기 시작했다. 지난 2일 강원 평창군의 구름물리선도관측소. 기상청 소속 국립기상과학원 연구자들이 인공강우 실험을 하는 곳이다. 드론에 장착된 연소탄이 폭발하면서 나오는 연기에는 구름 씨앗 역할을 하는 화학물질 미세입자가 담겨 있다. 이 씨앗이 구름을 만나면 구름 속 수증기가 응결하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이날 인공강우 시연에선 아쉽게도 비가 내리는 것은 볼 수 없었다. 날씨가 너무 맑아 씨앗을 뿌릴만한 구름이 없었기 때문. 인공강우를 “구름에 씨를 뿌려 빗방울을 수확하는 작업”(이용희 국립기상과학원 기상응용연구부장)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다. 이 부장은 “관측소가 대관령에 있는 이유도 구름과 안개가 많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상청은 지난해부터 산불 예방을 위한 항공기 인공강우 실험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메마른 산에 인공 비를 뿌려 습도를 높여서 산불 위험을 낮추는 기술을 2027년까지 완성하는 게 목표다. 2022년 봄 울진 삼척 강릉 등 동해안 일대를 초토화한 대형 산불을 비롯, 최근 한반도는 잦은 산불로 몸살을 앓고 있다. 기후변화로 건조한 날이 많아지면서 작은 불씨도 쉽게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경북 지역의 산불 발생 위험도는 2000년 이전보다 30~50% 더 커졌다.

지난 3일 오전 양양공항에 있는 기상항공기에 구름 씨앗을 담은 연소탄이 장착돼 있다. 기상청 제공


현재는 공군 수송기를 이용해 군 작전 공역을 위주로 인공강우 실험을 하고 있다. 제주에 있는 국립기상과학원 내 구름물리실험체임버 안에서 모의 실험을 한 뒤 그 결괏값을 대기에 적용하는 것이다. 수송기에서 염화나트륨 약 1톤을 구름 씨앗으로 뿌린 뒤 비가 오기 시작하면, 이를 받아 한국환경공단에서 성분 분석을 한다. 인공 비인지 자연적으로 내린 것인지 확인해 실험 성공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실험 성공률은 86%에 달한다. 기상항공기 ‘나라호’를 띄워 구름 속에 강수 입자가 성장하는 과정을 분석하기도 한다.

인공 비를 만드는 구름 씨앗으로는 주로 염화나트륨이나 염화칼슘이 쓰인다. 미립자가 떠다니면서 구름 속 수증기가 물방울로 맺히는 걸 돕는 것이다. 인체에 유해하진 않지만 화학물질을 공중에 뿌리는 것인 만큼 과학원에서도 염소 농도 등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이 부장은 “인공 비를 받아 측정한 결과 수돗물에서 검출되는 것보다 염소 농도가 낮았다”며 “넓은 지역으로 뿌리는 만큼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점토나 셀룰로오스 등 친환경 씨앗 개발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인공강우 원리. 기상청 제공


인공강우 기술 개발은 37개국에서 이뤄지고 있다. 비를 뿌려 미세먼지를 씻어내는 등 대기질을 개선하거나 가뭄과 산불을 예방하는 등 목적이 다양하다. 최근 폭염 피해가 계속되고 있는 태국에서도 가뭄을 줄이고 농업용수를 확보하기 위해 지난달 항공기 30대를 투입해 인공강우를 시행했다.

‘인공강우 실험이 너무 성공적이라 폭우가 오면 어쩌나’라는 우려도 있다. 지난달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는 하루 동안 2년 치 폭우가 쏟아지면서 ‘인공강우 탓’이라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근거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인공강우로 내리는 비의 양은 땅을 촉촉이 적실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기상청이 산불 진화가 아닌 예방에 초점을 맞춰 연구하는 이유다.

기상청은 다음 달부터 인공강우 전용 항공기 2대를 도입해 실증 실험을 강화할 예정이다. 수송기 한 대로 해오던 실험을 여러 대로 진행하면 구름 씨를 연쇄적으로 뿌려 더 높은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유희동 기상청장은 “기존의 기상학적 목표는 예측을 정확히 하는 것이었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날씨를 인공 조절하는 것 역시 중요해졌다”며 “인공강우 역시 재난 발생을 예방하는 핵심 기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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