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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탐지견, 감독망 한축···놀이지만, 20~30분 한 번 교대
X레이 판독에서 특송 물품 하나에 허용된 시간은 단 10초뿐
이상 징후 발견 때는 2차 ‘타기팅’ 검사···24시간·5중 감시망
지난해 하늘길 통한밀수 적발 769㎏···경로는 국제우편 1위
수법도, 과거 방식에서 캡슐 감기약 위장까지 꼼수도 다양해
지난달 26일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국제우편물류센터에서 마약탐지견 ‘아스틴’이 탐지활동을 하고 있다. 영종도=권욱 기자

[서울경제]

지난 달 26일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국제우편물류센터. 컨베이어벨트로 의심 우편 화물이 쏟아지자 마약 탐지견 ‘아스틴(8세·래브라도리트리버종)’이 바쁘게 움직였다. 1분에 수십 개 우편물이 줄을 이었지만, 아스틴은 연신 코를 ‘킁킁’ 거리며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 통상 마약 탐지견의 은퇴 시기는 10세 가량이다. 지금껏 쌓은 경험 만큼 아스틴은 마약 탐지견 가운데서도 ‘최고 숙련견’이자 ‘베테랑’다운 모습을 보였다.

양재우 인천공항본부세관 마약조사1과 주무관(담당 핸들러)은 “마약을 발견하면 (아스틴이) 가만히 멈춰 앉는 등 신호를 보낸다”며 “앞서 이동 중에 갑자기 없어져 찾아보니, 한 우편물에서 마약을 찾아내 알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마약 탐지견에게 있어 마약을 찾는 업무가 놀이의 일종”이라며 “그렇다고 해도 장시간 탐지할 경우 후각이 무뎌지거나 체력이 고갈될 수 있어 20~30분에 한 번 교대한다”고 말했다. 마약 밀수 감독망의 한 축을 담당하는 아스틴은 현재 총 다섯 마리의 마약 탐지견과 함께 일한다. 후각 등 특성에 따라 래브라도리트리버·스프링어스패니얼종을 쓴다는 게 양 주무관의 설명이다.

지난달 26일 영종도 인천공항본부세관 특송물류센터에서 세관 직원들이 X레이 판독업무를 하고 있다. 영종도=권욱 기자


같은 날 인천공항본부세관 특송물류센터 엑스레이 판독실에는 긴장감이 가득했다. 14개 컨베이어벨트로 각종 물량이 줄을 잇자 직원들의 눈이 번뜩였다. 이동하는 특송 상자에 마약 등 불법적인 물품이 있는지 음영으로 구분하는 작업이었다. 이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10초 안팎. 짧은 순간에 이상 징후를 포착해야 하다 보니, 각종 물품의 크기·모양 등에 대한 인지는 기본으로 극도의 집중력도 함께 요구됐다. 엑스레이 판독 결과 이상 징후가 포착된 물건이 향하는 곳은 화물검사장이었다. 정보분석·통관 심사 등에서 마약과 같은 위법 품목이 포함됐다고 의심되는 특송 상자도 함께 모였다.

선행 조사에서 수상한 점이 포착된 특송 물품만 ‘콕’ 짚어 재차 살펴보는 이른바 ‘타기팅’ 검사였다. 직원들은 수상한 점이 포착된 특송 상자는 물론 봉투까지 하나하나 손으로 만지고 뜯어 내용물을 확인했다. 특히 의심이 가는 물품은 이온스캐너, 라만 분광기로 정밀 조사했다. 이온스캐너는 인체·사물에 묻어 있는 입자를 분석해 특정 유무를 판독하는 장치다. 라만 분광기는 마약류가 함유된 것으로 의심되는 물질을 분석해 마약류를 색출한다. 혹여 마약이 있을 수 있는 가능성까지 끝까지 파고드는 것이다.

조주성 인천공항본부세관 특송우편총괄과 정보분석팀장은 “통상 특송 물품으로 유입될 수 있는 물품 가운데 마약인지 아닌지 육안으로 구별하기 쉽지 않은 게 많다”며 “액상대마와 오일, 설탕과 메스암페타민(필로폰)이 대표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이상 징후 발견 시 촉각·시각·후각 등을 통한 직접 조사는 물론 과학기술을 통한 분석까지 한 치의 의심도 남게 하지 않는 것이다.

몸에 숨기는 등 하늘 길을 통한 마약 직접 밀수는 밀리미터파 전신 검색기가 집중 감시한다. 이는 파장의 길이가 짧은 파동을 활용해 이상 물질을 지니고 있는지를 탐지하는 장비다. 검색에 소요되는 시간은 단 3초. 입국자의 체형을 분석해 이상 징후가 없는지 포착한다. 관세청은 감독망을 한층 촘촘히 하기 위해 밀리미터파 전신 검색기를 기존 3대에서 16대로 늘려 인천공항본부세관을 비롯한 전국 공항·항만에 설치할 계획이다.



문제는 출입국 정보 등을 중심으로 한 정보분석·통관 심사는 물론 엑스레이 판독, 2차 타기팅 검사, 마약탐지견, 밀리미터파 전신 검색기까지 동원한 5중 감시망이 24시간 가동되고 있으나 여전히 하늘 길을 통한 마약 밀수가 줄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해 관세청이 단속해 적발한 마약류는 769㎏에 달한다. 이는 2022년 624㎏보다 100㎏이상 급증한 수치다. 마약이 주로 유입되는 통로는 국제우편이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국제우편으로 몰래 들여오다가 적발된 마약류만 327㎏으로 지난 2019년(33㎏)보다 10배 가까이 늘었다. 2019년 28㎏에 불과했던 특송화물을 통한 마약 밀수 물량도 지난해 274㎏을 기록, 6년 연속 증가했다. 지난해 항공 여행자를 통해 국내로 들어온 마약도 148㎏에 달했다. 여행객으로 위장해 몰래 유입되는 마약은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2020년(55㎏)과 2021년(12㎏), 2022년(36㎏)에는 단 두 자릿수에 머물렀다. 하지만 해외여행이 재개되면서 지난해 세 자릿수를 기록하는 등 다시 2019년(181㎏) 수준에 근접했다. 지난해 밀수된 마약 가운데 1위는 단연 메스암페타민으로 437㎏에 달했다. 이는 2022년(437㎏)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필로폰을 제외한 향정신성의약품 등 신종 마약도 171㎏을 기록했다. 신종 마약의 경우 2020년에는 21㎏에 불과했으나 2021년에는 142㎏으로 7배 늘었다. 2022년 266㎏으로 급증했다가 지난해에는 171㎏으로 줄기는 했으나 여전히 100㎏대를 기록했다. 게다가 마약 밀수가 끊이지 않으면서 수법도 한층 교묘해지는 추세다. 이들은 복대에 소량으로 나눠 숨기는가 하면 감기약인 듯 숨겨 반입하기도 했다. 캡슐형 약 안에 마약을 담고 뜯지 않은 듯 재포장하는 방식이다. 일부는 건강기능식품으로 속이거나 구두굽에 숨기는 고전 수법도 여전히 쓰였다. 일부는 통상 지니는 물품처럼 보이면 의심을 받지 않는다는 생각에 말 그대로 ‘대놓고’ 들여오는 대담함도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환’ 모양의 대마를 약인 듯 플라스틱 통에 담아 주머니에 넣고 입국하는 수법이다. 5중 방어망에 24시간 감시를 뚫고자 마약 밀매하려는 꼼수도 다양해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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