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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S] 쩜형의 까칠한 갑질상담소
선출되지 않은 근로자대표
게티이미지뱅크

Q. 회사에서 공장을 휴무한다고 연차를 내라고 합니다. 근로자대표와 합의했으면 휴업수당을 청구하지 못하나요? 근로자대표는 본사 소속입니다. 본사는 근무하고 공장만 휴무인데 그래도 합의가 유효한가요? 다른 근로자의 의견을 취합하지 않고 근로자대표 의견대로만 합의해도 되나요?(2024년 4월, 닉네임 ‘아이스크림 든 네오’)

A. 내 소중한 연차를 누구 맘대로 쓰게 하냐고 열받겠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근로기준법 62조에 “사용자는 근로자대표와의 서면 합의에 따라 연차유급휴가일을 갈음하여 특정한 근로일에 근로자를 휴무시킬 수 있다”고 되어 있거든요.

원래는 회사의 귀책 사유로 공장이 쉬는 거니까 근로기준법 46조에 따라 평균 임금의 70% 이상을 휴업수당으로 줘야 합니다. 하지만 근로자대표가 도장만 찍으면 끝입니다. 일당이 10만원이라면 7만원이 날아가버리는 거죠. 본사 소속인 근로자대표가 공장 노동자들의 연차 대체를 합의할 수 있냐고요? 있어요. 근로자대표의 소속은 상관없고 회사의 과반수를 대표하는지가 중요합니다. 다른 사람 의견 무시하고 근로자대표가 ‘제 맘대로’ 합의해도 됩니다. 법에 그런 내용이 없거든요.

근로기준법에 자주 등장하는 근로자대표가 누구냐고요? 법에는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노조가 없을 경우)라고 되어 있어요. 노조는 알겠는데, 노조 없는 회사의 근로자대표는 누가 언제 어떻게 선출했냐고요? 하느님도 모릅니다. 법에 아무런 규정도 없거든요.

그래서 사장의 배우자·동생·친구·자녀 누가 하든 문제가 안 됩니다. 심지어 오래전 퇴사한 직원, 아무도 모르는 유령 직원이 근로자대표로 서명한 종이를 내미는 회사도 있어요. 황당하죠? 물론 고용노동부는 근로자 과반 참여로 선출하지 않았거나 직원이 다수 바뀌어서 대표성이 없다면 근로자대표의 자격이 없다고 해석하고 있지만 대표를 거수로 뽑아도 되니 말장난이죠. 누가 문제를 제기하겠어요?

이런 ‘유령 대표’가 얼마나 큰 권한이 있는지 볼까요? ①탄력근로시간제 ②선택근로시간제 ③연장근로 제한 예외 ④유급공휴일 대체 ⑤보상휴가제 ⑥근로시간 계산 특례 ⑦휴게시간 특례 ⑧연차유급휴가 대체 ⑨경영상 해고 ⑩임산부·연소자 야간·휴일근로까지 마음대로 할 수 있어요. 이게 말이 되냐고요? 그렇다니까요!

노동자들이 자신의 대표를 직접 뽑도록 근로기준법에 대표의 자격, 임기, 선출 방법, 탄핵, 의견 수렴 방법, 합의 효력 등 근로자대표 선출 조항을 만들어야 합니다. 초등학교 반장도 학생들이 직접 뽑는데, 노동자 대표는 왜 직접 뽑지 못하나요?

윤석열 대통령이 “노조에 가입되지 않은 미조직 노동자의 권익 증진은 국가가 관심 가지고 직접 챙겨야 한다”며 노동부에 ‘미조직 근로자 지원과’를 만든다면서요. 이름도 괴상한 부서에서 뭘 하나요? 노조 만드는 걸 도와준다? 설마! 회사에 ‘꼰지르지’ 않으면 다행이죠.

아무도 관심 없고 누구도 필요 없는 일로 생색내지 말고 노동자들이 무기명 비밀투표로 대표를 뽑도록 근로기준법을 개정하세요, 이재명·조국 대표님. 당신네 문재인 정부 때 공약이에요.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일 때만 개혁적이니 새 국회에선 뭐라도 하려나요.

직장갑질119 운영위원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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