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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비밀 요건 못갖췄다고 본 2심 깨고 부정경쟁방지법 유죄취지 환송


대법원 전경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기존에 알려진 정보들을 조합한 내용이라 해도 업계에 잘 알려져 있지 않고 입수하기도 어렵다면 영업비밀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누설,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A씨 등 5명과 이들이 설립한 회사에 일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전부 유죄 취지로 사건을 환송했다.

A씨 등은 전자기기 제조업체인 B사에서 근무하다 2016년 퇴사해 경쟁사를 차리고, B사에서 빼낸 자료를 토대로 가정용 맥주 제조기기를 개발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검찰은 이들이 B사에서 개발 중이던 가정용 맥주 제조기와 관련한 고객 조사결과, 손잡이 부분 도면, 공정 흐름도 등 영업비밀을 유출해 B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판단했다.

재판에선 맥주 제조기의 공정 흐름도를 영업비밀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1·2심은 "이 사건 공정 흐름도에 담긴 정보는 통상적인 맥주 제조 순서 혹은 기존에 출시된 타사 제품의 공정 순서를 종합한 정도로, 영업비밀의 요건인 '비공지성'을 갖추지 못했다"며 관련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에 해당하려면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은 내용이어야 하는데, A씨 등이 유출한 공정 흐름도에는 이미 알려진 정보만 담겼다는 취지다.

하지만 대법원은 "공정 흐름도가 공지된 정보를 조합해 이뤄졌다 하더라도 그런 조합 자체가 업계에 일반적으로 알려지지 않았고 피해 회사를 통하지 않고선 통상적으로 입수하기 어려운 만큼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다고 할 수 없다"며 다르게 판단했다.

대법원은 "공정 흐름도에는 타사 제품에 관한 공지된 정보가 단순히 나열된 게 아니라 이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한 기계에서 맥주 제조의 전 과정을 자동 수행할 수 있게 하는 구성·구조가 나타나 있다"며 "비록 B사의 맥주 제조기를 구성하는 개별적 부분이 기존의 타사 제품에 포함됐다 해도 이를 조합한 전체 구성과 구조는 업계에 일반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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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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