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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임·경업금지·풋옵션 등 갈등 배경
김앤장-세종 법정 싸움으로
[스페셜 리포트 : 민희진의 난③]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지난 4월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 열린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연합뉴스

민희진 어도어 대표와 하이브의 갈등은 결국 법정에서 판가름나게 됐다. 공방이 길어지면서 둘 사이 갈등의 씨앗이 된 쟁점도 수면 위로 드러났다. 하이브의 목적은 분명하다. 민 대표 사임.

민 대표 해임을 위한 어도어 이사회와 임시주주총회는 5월 중으로 열릴 예정이다. 민 대표 측이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임시주주총회 소집 허가 신청 심문기일에서 5월 10일까지 이사회를 소집하고, 이달 말까지 임시주주총회를 열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하이브가 어도어 지분 80%를 보유하고 있어 민 대표의 해임은 피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짧은 기간 동안 이슈가 폭발적으로 쏟아지면서 양측은 자극적인 단어로 프레임 짜기에 나섰다. ‘경영권 찬탈’, ‘노예 계약’, ‘무당 경영’, ‘개저씨들의 촌극’ 등 서로를 향한 비난 수위가 높아졌다. 하지만 갈등의 핵심은 결국 돈 문제였다.
30배와 5%
지난해 말 기준 민 대표가 보유한 어도어 지분은 18%다. 민 대표 지분이 늘어난 것은 어도어 매출이 급증한 지난해. 민 대표는 어도어 설립 당시(2021년) 약속받은 지분 10%에 현금 특별상여에 해당하는 5% 지분을 추가로 받아내며 15% 보유 주주가 됐다. 이후 측근 지분 2%를 포함한 추가 지분 5%도 받았다.

이 중 15%에 대해서는 풋백옵션이 부여됐다. 풋백옵션은 시장 가격과 무관하게 특정 시기에 지정된 가격에 지분을 되팔 권리다. 민 대표가 풋백옵션을 행사하면 하이브는 어도어의 2년간 영업이익 평균치의 13배에 민 대표 측 지분 비율(15%)를 적용해 지급해야 한다. 약 1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법조계에 따르면 민 대표가 작년 3월 하이브와 체결한 주주 계약상 의무 재직기간은 2026년 11월이다.

나머지 5%는 하이브의 동의 없이 제3자에게 처분할 수 없다. 게다가 민 대표는 어도어 지분을 가지고 있거나 대표이사 또는 사내이사로 재직 중인 상태에서는 같은 업종을 차릴 수도 없다. 민 대표 측이 ‘불공정 계약’이라고 주장한 이유다.

이 때문에 지분 약 5%를 둔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양측 간 갈등은 지난해 말 주주 간 계약 재협상에서 불거진 것으로 전해졌다. 민 대표 측은 풋백옵션상 배수를 30배로 올려줄 것과 추가된 5%에 대해서도 풋백옵션을 적용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이브는 남은 5%에 대해서도 풋백옵션을 적용하는 것은 수용했지만 30배 배수 적용은 과도하다며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30배 배수를 적용하면 풋백옵션 행사가는 기존 1000억원에서 ‘2400억원+α’로 상승한다. 하이브는 “회사가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액수”라고 이를 표현했다.

민 대표 측은 30배 배수 적용에 대해 “차후 보이그룹 제작 가치를 반영한 내용”이라며 “여러 가지 불합리한 요소를 가지고 있던 주주 간 계약을 변경하는 과정에서의 제안 중 하나일 뿐 30배수 적용은 협상 우선순위에 있는 항목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또 협상을 이어오던 과정에서 하이브가 일방적으로 ‘경영권 찬탈’을 문제 삼고 나서며 재협상이 중단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작년 3월 하이브가 성사 불가능한 조건을 민 대표에게 먼저 제안하면서 ‘신뢰관계’가 깨졌다고 밝혔다. 하이브가 작년 3월 주식매매계약과 주주 간 계약 체결 당시 민 대표에게 추가적으로 어도어 지분 10%를 스톡옵션으로 약속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스톡옵션은 상법상 주요주주인 민 대표에게는 부여할 수 없다는 것을 뒤늦게 파악했고, 하이브가 줄 수 없는 스톡옵션을 제안한 것은 기망행위라는 주장이다.

하이브 측은 노예계약이라고 주장한 5% 지분에 대해 입장이 다르다. “5% 지분에 대해 우리는 무조건 묶어두려고 하는 의도가 아니라 제3자에게 팔지 못하게 하고 우리에게 우선매수청구권을 달라는 취지의 주장을 했던 것이다.”

또 다른 문제도 있었다. 민 대표 측이 올해 어도어 이사회를 거치지 않고 대표이사 단독으로 ‘뉴진스의 전속계약을 해지할 수 있게 하는 권한’을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 대표 측 법무법인은 올해 2월 이러한 내용이 담긴 주주 간 계약서 수정안을 하이브 측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어도어가 핵심인 뉴진스와의 계약을 파기한 후 민 대표도 나가서 뉴진스와 함께한다는 전략이라고 하이브 측은 의심하고 있다.

소속 가수의 전속계약권은 엔터 기업의 핵심 자산이다. 이 때문에 통상 주요 엔터사는 전속계약은 이사회 동의를 거치도록 했다. 그런데 민 대표 측 요구가 받아들여지면 뉴진스는 어도어 이사회나 하이브의 관여를 거치지 않고 민 대표의 의지만으로 전속계약을 끝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이브는 거절했다.

민 대표 측은 이런 요구가 “독자적인 레이블 운영을 위한 것”이라며 “하이브의 진실 왜곡”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이브는 왜 경영권 찬탈 과정을 생중계했을까
주주 간 계약 재협상 과정에서 민 대표가 ‘멀티플 30배’, 뉴진스 전속 계약 해지권을 요구했다는 내용이 밝혀지자 민 대표의 욕심이 과했다는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민 대표 측은 “하이브가 왜 배임을 문제 삼고 나서냐”며 반박하고 있다. 민 대표 측은 5월 2일 입장문을 내고 “하이브가 주장하는 경영권 찬탈은 실체가 없는 헛된 주장”이라며 “하이브가 근거로 제시한 자료들은 경영권 탈취를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하이브와의 지속적인 갈등 속에 나온 ‘상상’일 뿐 그와 관련된 어떠한 구체적인 계획도 실행도 없었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하이브가 ‘콜옵션’을 행사해 돈을 주지 않기 위해 민 대표의 배임을 걸고 넘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이브와 민 대표 간 계약에 따르면 민 대표가 계약 사항을 위반할 시 지분 20% 전체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핵심 경영자가 본인의 주식을 모두 팔고 나가 다른 회사를 차릴 경우 기존 회사에는 막대한 손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에 마련한 일종의 보호 장치다.

콜옵션은 시가와 관계없이 시가보다도 통상 훨씬 낮은 가액에 살 수 있는 권리다. 업무상 배임이 아니라는 판결이 나더라도 수사 과정에서 계약을 위반하는 행위가 드러나고 이를 이유로 해임 절차를 밟게 된다면 의무재직기간을 채우지 않았으므로 하이브가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하이브는 “주주 간 계약상 경업금지 조항은 비밀유지 의무가 있지만 민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언급했다. 경업금지는 주주가 보유한 지분을 매각한 뒤 동일한 업종에서 창업함으로써 부당한 경쟁 상황을 막기 위해 매수자 측이 요구하는 조항이다”라고 반박했다.

즉 민 대표가 배임을 실행한 적이 없더라도 계약을 위반한 사실만 있다면 민 대표의 풋옵션 행사를 막고 콜옵션을 행사함으로써 어도어 지분을 대량으로 매수할 수 있는 권한을 보유하게 된다. 하이브가 콜옵션을 행사할 때 가격은 ‘1주당 액면가와 공정가치의 70%에 해당하는 금액 중 더 적은 금액으로 한다’는 내용도 주주 간 계약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브는 ‘멀티플 30배’를 요구하고 뉴진스 전속 계약권 해지를 요구하는 민 대표의 요구가 경영권 독립의 명분쌓기라고 봤다. 이를 막으면서 실질적인 이익을 취하기 위해 경영권 찬탈 과정을 생중계하고 고발을 감행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아직까지 하이브가 언론을 통해 공개한 내용만으로는 배임죄가 성립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우세하다. 업무상 배임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행위자가 재산상의 이득을 취득하고 자신이 속해 있는 회사에 재산상 손해를 가해야 한다.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이나 카톡 대화만으로는 배임을 논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민 대표가 사모펀드 등 다른 투자자의 지원을 받아 하이브가 보유한 주식을 매수함으로써 우호지분을 확보한다 하더라도 이는 어도어에 대한 배임으로 볼 수 없다. 하지만 감사를 진행하고 있는 하이브가 공개하지 않은 내용이 남아 있을 수 있다.

하이브 측은 이와 관련해 “배임의 충분한 사유가 있다는 법률 검토는 이미 완료됐고 다른 위법 행위들도 다수 발견돼 이에 대해서도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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