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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졸중 전문 박태환 서울의료원 신경과 교수
2년 전 강수연 사망 부른 지주막하출혈
“팔다리 힘 빠지고, 어눌한 말투에 극심한 두통”
“전조증상 느끼면 응급센터 곧바로 찾아야”

故 배우 강수연 1주기 공식 추모집 '강수연'에 실린 내지 사진. 구본창 작가가 촬영했다. /강수연 추모사업 추진위원회


오는 7일은 배우 강수연이 56세로 세상을 떠난 지 2년이 되는 날이다. 고인은 지난 2022년 5월 5일 뇌졸중으로 쓰러져 병원 치료를 받다가 이틀 뒤 별세했다. 뇌졸중은 혈관이 막히거나 터져서 생기는 병이다. 뇌 혈관이 막히면 ‘뇌경색’이고 뇌 혈관이 터지면 ‘뇌출혈’로 분류한다. 고인의 사인은 뇌출혈의 하나인 ‘지주막하(蜘蛛膜下)출혈이다. 뇌출혈에는 뇌 혈관이 터져 뇌 속에 피가 고이는 ‘뇌 내 출혈’과 뇌를 둘러싼 지주막 아래 동맥 혈관이 터져서 생기는 지주막하출혈이 있다.

지주막하출혈은 전체 뇌졸중 가운데 1~2%에 그치지만, 치료는 가장 어렵다. 지주막하출혈 환자 10명 중 7명이 사망하고, 살아 남은 3명에도 후유 장애가 남는다. 뇌를 둘러싼 동맥 혈관이 터지면 뇌와 두개골 사이에 엄청난 양의 피가 쏟아져 들어와 뇌압이 일시에 상승한다. 극심한 두통 외에는 특별한 전조증상이 없어서 예측이 어렵다. 이미 혈관이 터져 버린 상황이라면 치료로 죽음을 막을 시간인 ‘골든 타임’도 무의미하다.

최근 젊은 지주막하출혈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대한뇌졸중학회 보험이사인 박태환 서울의료원 신경과 교수는 지난달 21일 제주도에서 열린 대한뇌졸중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조선비즈와 만나 “70세 이상 고령 뇌졸중 환자들은 뇌 혈관이 좁아져서 막히는 뇌경색이 대부분이라면, 동맥류가 파열된 뇌출혈은 젊은 환자의 비율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18세에서 50세 사이에 발생하는 ‘젊은 뇌졸중’ 연령은 낮아지고 있다. 최근 연구에서 뇌졸중 평균 발병 연령이 지난 12년 동안 43.6세에서 42.9세로 낮아졌다. 여성 뇌졸중 환자 중 18~30세 비율은 6.5%에서 10.2%로 대폭 늘었다. 같은 기간 남성 환자는 4.1%에서 5.5%로 증가했다. 젊어 뇌졸중을 겪으면 남은 평생을 후유 장애를 안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질병 부담이 크다.

박태환 대한뇌졸중학회 보험이사가 4월 21일 제주도에서 열린 대한뇌졸중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대한뇌졸중학회 제공

특히 지주막하출혈은 혈압이 높은 상태에서 뇌혈관의 약한 부분이 파열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혈관이 파열되면 병원으로 빨리 가도 손을 쓰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강수연이 사망한 그해 7월 30대 서울아산병원 간호사도 지주막하출혈로 사망했다. 당시 신경외과 의사가 자리를 비웠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의사 부족’ 문제가 도마에 올랐지만, 의사가 있었더라도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의료계의 중론이다.

박태환 교수는 ‘예방’과 ‘빠른 대응’을 강조했다.그는 “젊은 환자들은 뇌졸중을 유발하는 흡연, 고혈압, 당뇨병과 같은 위험 인자를 관리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특히 흡연이나 음주는 남성보다 여성에 더 위험하다”며 “여성은 폐경 이후 혈압이 오르기 때문에, 가족력이 있고 고혈압 진단을 받았다면 더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최근 10여 년 동안 뇌졸중 환자들이 증상 발생 후 병원에 도착하기까지 걸린 시간이 8.0시간(2008년 8.4시간)에 머물러 있는 것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뇌졸중은 빨리 치료할수록 뇌 손상을 줄일 수 있으니, 전조 증상을 미리 감지해 병원을 찾아서 적극적으로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박 교수는 강조했다.

대한뇌졸중학회 제공

박 교수는 “일부 지주막하출혈 환자들은 혈관 파열 1~2주 전에 극심한 두통을 겪는 경우가 있다”며 “평소에 느껴보지 못했던 ‘벼락 두통’이나 어지럼증을 느끼면 뇌졸중 발생을 의심하고 즉시 근처 대학병원 응급센터로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꼬마 뇌졸중’이라고 불리는 증상도 놓치지 않아야 한다. 박 교수는 “한쪽 얼굴이나 팔다리가 마비되는 듯한 멍한 느낌이 들거나 힘이 빠지는 증상, 입술이 한쪽으로 돌아가거나 눈이 갑자기 안 보이며, 말이 어눌해지거나 갑자기 상대방의 말이 잘 이해가 안 되는 증상들도 대표적인 뇌졸중의 징조”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현행 뇌졸중 평가 체계가 허혈성 뇌졸중(뇌경색) 항목에 집중된 것에 대해서는 “전체 뇌졸중 환자에서 출혈성 환자의 비중이 크지 않고, 출혈성 환자 치료는 평가 기준이나 가이드라인을 만들기에 우발적 요소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체 뇌졸중 환자에서 혈관이 막히는 뇌경색은 80%를 차지하고, 뇌출혈은 20% 정도이다. 박 교수는 “뇌졸중 환자 치료에 혈전제거수술도 중요하지만, 수술이 필요한 경우는 많지 않다”며 “무엇보다 신경과 의사의 빠른 판단과 대처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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