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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조사에선 노후 소득보장 강화안 20대 남성 더 선호
한 달 간 학습·숙의 뒤 3차 조사에선 20대 여성 더 선호
소득보장 강화 측 전문가도 “추후 다시 개혁 필요”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가 선발한 500인 시민대표단이 지난달 14일 연금개혁을 놓고 숙의토론회 2일차를 진행했다. /KBS 캡처

20대의 선택이 주목을 받고 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가 선정한 시민대표단 492명이 한 달 간의 숙의 과정을 거쳐 국민연금을 ‘더 내고 지금처럼 받자’는 안보다 ‘더 내고 더 받자’는 안에 더 많이 찬성했는데, ‘노후에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되어 못 받을 수 있다’는 공포를 느끼는 20대에서도 찬성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한 달 간 생각이 바뀐 것은 ‘숙의 효과’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연금에 대해 깊이 학습하고 전문가들의 견해를 비교하면서 듣고 견해를 바꾼 셈이다.

5일 국회에 따르면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회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시민대표단 49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고했다. 설문조사는 시민대표단으로 선정되어 연금에 대해 스스로 학습하기 전인 3월 22~25일(1차), 4차례 숙의토론회를 하기 전인 4월 13일(2차)과 숙의토론회 후인 4월 21일(3차) 등 세 차례 실시됐다.

설문조사에서 국민연금과 관련한 핵심 질문은 보험료를 얼마나 내고, 노후에 생애 평균 소득과 비교해 어느 정도의 연금액을 받을지(소득대체율)를 정하는 것이었다. 시민대표단은 근로자, 사용자, 청년, 지역가입자, 수급자 등 이해관계자 34명으로 구성된 의제숙의단이 마련한 소득대체율 50%·보험료율 13%의 1안(노후 소득보장 강화안)과 소득대체율 40%·보험료율 12%의 2안(재정안정안) 등 두 가지 대안을 놓고 고민해 답했다. 현 제도는 소득대체율40%(올해는 42%)·보험료율 9%다.

그래픽=정서희

공론화위에 따르면 3차 설문조사에서 노후 소득보장 강화안은 56%, 재정안정안은 42.7%의 찬성을 얻었다. 격차는 13.3%포인트로 오차범위(±4.4%포인트)를 훌쩍 뛰어넘는다. 30대와 60세 이상에서만 재정안정안 찬성률이 소득보장 강화안보다 소폭 높았지만 40대·50대에서는 소득보장 강화안 찬성률이 재정안정안보다 크게 높았다. 의외였던 것은 30대와 달리 20대(18~29세)가 소득보장 강화안의 손을 들어줬다는 점이다.

20대 중에서는 남성보다 여성이 소득보장 강화안에 더 찬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3차 설문조사에서 20대 남성 찬성률은 소득보장 강화안 39.3%·재정안정안 57.2%였고, 20대 여성은 소득보장 강화안 69.0%·재정안정안 31.0%로 집계됐다. 다만 1차 설문조사 때에는 반대였다. 이 조사에서 소득보장 강화안은 남성이 더 선호했고, 여성은 재정안정안을 더 선호했다.

한 달 사이 연금에 대해 학습하고 고민하면서 20대 남녀 모두 소득보장 강화안 쪽으로 의견이 기울었는데, 여성이 더 많이 기운 셈이다. 시민대표단 중 98.6%가 숙의 과정에 참여하면서 연금에 대해 지식이 늘었다고 답했다. 20대·30대 시민대표단은 100%가 지식이 늘었다고 응답했다.

이런 결과에 대해 소득보장 강화 측 전문가는 연금개혁을 둘러싼 세대간 갈등설은 실체가 없다고 분석했다.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난 1일 간담회에서 “(미래 연금 부담) 피해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 20대는 소득보장 강화안 지지가 더 높다. 이것은 20대 여성이 견인한 것”이라며 “서구의 경우 남성보다 여성이 복지국가에 대한 지지가 높게 나온다”고 설명했다. 문유진(32)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대표는 “일부 전문가들이 ‘20대들은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기 때문’이라고 하는 것은 20대를 무시한 발언”이라며 “충분한 학습·숙의 기간이 주어져서 노후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상균 공론화위원장이 보고를 하고 있다. 왼쪽은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 가운데는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 /연합뉴스

숙의토론회에서 소득보장 강화 측 전문가들은 소득대체율을 50%로 높이더라도 현재 노인들이 받는 연금액이 늘어나는 게 아니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제갈현숙 한신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난달 13일 숙의토론회에서 “소득대체율을 50%로 높이기로 결정하고 내년부터 적용을 해도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내년이 아닌 상당 기간이 지난 뒤”라며 “실제로 혜택을 받는 세대는 30~40대부터일 것”이라고 했다.

다만 소득보장 강화안은 기금 소진 후 은퇴자들에게 연금을 더 많이 줘야 해 일하는 세대 부담이 커진다. 소득대체율 50%·보험료율 13%로 제도가 유지되면 국민연금 기금은 2061년에 소진된다. 이후에는 가입자들이 낸 보험료로 은퇴자들에게 연금이 지급되며, 2078년에는 소득의 43.2%를 보험료로 내야 한다.

소득보장 강화 측 전문가도 기금 소진을 우려해 향후 또 개혁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론화위 김연명 위원(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은 지난달 30일 국회 연금특위 전체회의에서 “개인적으로 보험료율을 18%로 올려서 기금 고갈, 재정적자 문제를 완벽히 해소했으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이번 연금개혁은 1차 개혁 정도의 의미를 갖고, 추후 다시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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