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고맙다고 말해주는 환자 한마디가 큰힘"


'의사도 사람입니다'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전국의 의대 교수들이 의료공백 장기화로 한계를 호소하는 가운데 이번 주부터 '빅5'로 불리는 서울시내 대형병원 다섯 곳에 소속된 교수들이 일제히 주 1회 휴진한다.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은 화요일인 이달 30일, 서울아산병원과 서울성모병원은 금요일인 내달 3일에 각각 휴진한다. 사진은 지난 29일 오후 서울 한 대형병원에 붙은 교수협의회 입장문. 2024.4.29 [email protected]


(진주=연합뉴스) 박정헌 기자 = "교수 중 병원을 떠난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의료현장을 지켜야 하는 책임감에 떠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른 분들도 꼭 알아줬으면 합니다."

"의사가 이기적이고 나쁜 사람으로 몰릴 때마다 상실감을 느끼지만 '고맙다. 고생한다'고 말해주는 환자들의 말 한마디 때문에 힘을 냅니다."

경남 한 종합병원 내과에서 근무 중인 A 교수는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에 돌입한 이후 석 달째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

이번 사태 이후 흔히 필수의료라 말하는 내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등이 더 큰 타격을 입었다.

다른 과에 비해 입원환자가 많고 뒤로 미룰 수 없는 수술이 많아 일을 손에서 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초창기만 하더라도 전공의들이 모두 빠져나간 공백을 남은 교수진이 분담해서 맡는다는 게 크게 부담되지 않았다.

그동안 설 일이 없던 당직에 투입돼 밤을 새운 뒤 날이 밝으면 일과가 끝날 때까지 외래환자 진료를 하더라도 조만간 이번 사태가 마무리될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러나 시간만 속절없이 흐르며 A 교수와 동료들은 점점 지치기 시작했다.

40∼60대 교수들이 오후 8시부터 12시간 당직을 선 뒤 곧바로 당일 오후 6시까지 수술과 진료를 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았다.

원칙대로라면 당직 다음 날은 하루 쉬어야 했으나 밀릴 대로 밀린 외래환자 예약을 두 눈 뜨고 지켜볼 수만은 없었다.

당직을 설 때라도 쉬면 다행이지만 응급 호출부터 갑자기 열이 오른 입원환자에게 해열제를 처방하는 등 자잘한 일까지 도맡으니 날이 갈수록 심신만 지칠 뿐이었다.

경상대병원 진료 지연 안내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런 와중에 뉴스 등에서 이번 사태의 원인이 탐욕스러운 의사들에게 있다는 소식을 접할 때면 박탈감만 느꼈다.

'의사는 사람을 살리는 직업'이라는 자부심에 내과를 선택한 A 교수였다.

버는 돈은 개원의만 못하더라도 좋아하는 연구를 하며 환자 생명을 살리는 '진짜 의사'라는 생각으로 살아온 그였다.

그러나 이번 사태 뒤 동료 교수들과 만날 때면 '우리 자식이 의대에 가면 절대 필수의료과에 보내지 않을 거다', '이번 사태로 필수의료과만 고생한다는 게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푸념을 주고받는다.

A 교수는 "동료들 생각도 이제는 지칠 대로 지쳐 끝까지 가야 한다는 의견과 뭐라도 좋으니 빨리 결론이 났으면 좋겠다는 의견으로 갈리고 있다"며 "차라리 전공의 사표라도 수리되면 이들이 일반의로 병원에 재취업해 일손을 거들 수 있다는 생각까지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밖에서 피부 미용하며 큰돈 버는 의사들은 아무 타격 없는데 왜 안에서 묵묵히 일하던 우리가 이런 지경에 처해야 하나 모르겠다"며 "그런데도 진짜 환자들 곁을 떠나는 교수들은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의료진 피로 누적과 함께 전공의 공백으로 인한 병원 경영 상황도 악화하고 있다.

경상국립대병원에 따르면 이번 사태가 발발한 2월 중순부터 3월 말까지 일일 외래환자 수는 2천181명으로 기존 2천371명과 비교해 8% 줄었다.

상황은 더 나빠져 4월 한 달 동안 일일 외래환자 수는 1천991명으로 기존보다 16% 감소했다.

병상 가동률도 기존 74%에서 3월 말까지 54%, 4월 한 달간 51%로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email protected]

연합뉴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19997 '노타이 정장' 법원 나온 김호중, 질문에 반복한 말은‥ [현장영상] 랭크뉴스 2024.05.24
19996 "서울고법 판결, 중대한 오류" 의대 교수들, 대법원에 탄원 랭크뉴스 2024.05.24
19995 대통령실 재취업한 ‘박근혜 문고리’ 정호성…야당 “탄핵 대비냐” 랭크뉴스 2024.05.24
19994 [비즈톡톡] 언론사 콘텐츠에 지갑 여는 AI 업계… 한국은 아직 랭크뉴스 2024.05.24
19993 “700만원 배상하라” 퀴어축제 막아선 홍준표·대구시 무리수 심판 랭크뉴스 2024.05.24
19992 [단독] 서울대 로스쿨생 '졸업앨범 공유폴더 파일'로 음란물 합성 랭크뉴스 2024.05.24
19991 승리가 홍콩에서 클럽 연다고?…홍콩 정부 “비자 신청없어” [이런뉴스] 랭크뉴스 2024.05.24
19990 퀴어축제 막은 홍준표·대구시의 최후…법원 “700만원 배상하라” 랭크뉴스 2024.05.24
19989 [영상] 재수생·대학생 등 시속 200㎞ 심야 레이싱... 수입차 폭주족 26명 검거 랭크뉴스 2024.05.24
19988 [속보] '27년만의 의대 증원' 확정…대교협, 대입시행계획 승인 랭크뉴스 2024.05.24
19987 경찰, '서울역서 50명 죽이겠다' 글 올라온 디시인사이드 압수수색 랭크뉴스 2024.05.24
19986 추경호, 특검법 재표결 앞두고 "힘 모아달라" 당원들에 편지 랭크뉴스 2024.05.24
19985 정부가 키운다는 반도체, 호황 언제까지? 한은 "최소 내년 상반기" 랭크뉴스 2024.05.24
19984 [속보] ‘27년만의 의대 증원’ 확정…대교협, 대입시행계획 승인 랭크뉴스 2024.05.24
19983 [속보] 경증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레켐비’ 국내 허가 랭크뉴스 2024.05.24
19982 [속보] 27년만의 의대 증원 확정…대교협, 대입시행계획 승인 랭크뉴스 2024.05.24
19981 '27년만의' 의대 증원 확정…'3전4기' 끝에 성공했다 랭크뉴스 2024.05.24
19980 [속보]법원, 아내 살해한 대형 로펌 변호사에 징역 25년 선고 랭크뉴스 2024.05.24
19979 ‘VIP 격노설’ 숨긴 김계환, 나머지 증언도 거짓?…위증 처벌 가능성 커져 랭크뉴스 2024.05.24
19978 ‘코인 의혹’ 김남국 “장예찬, 의심만으로 마녀사냥” 랭크뉴스 2024.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