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스스로의 일에 목소리 내는 '참여권' 빈번히 침해…의견 물어봐주세요"

"놀 권리, 아동발달의 중요 권리…학원 가기 싫다는 게 아니에요"


아동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인 박준영씨
[박준영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권지현 기자 = "맛있는 걸 먹으러 가서 '이건 어떻게 만들어 주시는 건가요?'라고 물어보면 대답 대신 '부모님이나 데리고 와라', '부모님한테 물어봐라'라는 말을 많이 들어요."

아동권리보장원에서 운영하는 아동위원회 아동위원으로 활동하는 박준영(10)씨는 "어른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일상 속 어린이 차별이 참 많다"고 말한다. 어린이들은 마트에서 결제를 하거나 식당에서 주문하는 것도, 자유롭게 이동하는 것도 힘들다. 언제나 "부모님을 데리고 와라"는 소리를 듣는다.

아동위원회는 아동의 권리를 이해하고 아동 정책과 사업에 대해 다양한 방향에서 의견을 나누는 모임이다. 7∼17세(초1∼고3) 아동들로 구성됐으며 진행을 돕는 대학생 '조력자'들도 함께한다. 박 아동위원은 학교 수업에서 아동권리라는 개념에 대해 알게 됐고, 어머니의 권유로 위원회에 참여하게 됐다.

위원회는 아동의 4대 권리인 생존·발달·보호·참여권에 대해 회의하고 위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아동권리포럼에서 정책으로 제안하기도 한다. "자기나 친구들 얘기를 하며 어린이들이 왜 무시를 당하고 있는 건지, 필요한 게 무엇인지를 말해요. 직접 그린 아동권리 포스터를 들고 '4대 권리 캠페인'을 하거나 전시를 하기도 했어요."

아동위원회 활동 내용
[아동권리보장원 누리집 화면 캡처]


그는 "아동위원회는 어린이들끼리 모여 그냥 얘기를 하는 게 아니라 어린이로서 일상 속에서 빈번하게 침해당하고 있는 우리들의 권리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활동"이라고 설명했다.

"친구들 얘기를 들어보면, 식당·마트·병원·놀이공원을 갈 때는 항상 부모님들끼리 회의를 하고 우리 의견은 묻지 않고 정하는 경우가 많아요. 부모님은 우리 얘기를 안 듣고 '내 말이 맞아'라고 생각하시고요."

유엔아동권리협약은 '아동은 삶과 관련된 모든 영역에서 주체적으로 표현하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고 정하고 있다.

"어른들은 '어린이보다 일하는 어른들이 더 힘들지'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점심시간에만 봐도 어른들은 먹고 싶은 걸 먹고 싶은 데서 먹잖아요. 아동들은 학교에서 주는 걸 먹어야 하고, 못 먹는 게 나오면 아예 밥을 못 먹기도 해요."

어른들이 설계한 정책에는 '아이들이 유해한 것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또한 빠진 경우도 많다.

"버스나 지하철 손잡이는 다 어른들 키에 맞춰져 있어요. 어린이가 잡을 수 있는 손잡이는 몇 개 안 되는데 흔들려서 어딘가에 부딪히면 오히려 어른들한테 혼나기도 하고요."

아동위원회 활동 내용
[아동권리보장원 누리집 화면 캡처]


정서적·신체적 아동학대는 아동 보호권 침해의 가장 대표적이고 심각한 사례다. 박 위원은 "친구들한테 부모님이 회초리 같은 걸로 때린다거나 집에서 방치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그럴 땐 '그건 하면 안 되는 건데, 하지 말라고 부모님한테 얘기하는 건 어때?'라고 친구들한테 말해 줘요."

아동위원회와 박 위원이 최근 가장 관심갖고 활발하게 논의하고 있는 주제는 '놀 권리'다. 그는 "그냥 학원 가기 싫어서 놀고 싶다고 하는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놀이는 아동 발달에 중요하다고 배웠어요. 창의력하고 상상력, 사회성, 자아정체성 발달에 영향을 미친대요. 그런데 집에 가면 언제나 '학원 가라'는 소리를 듣잖아요. 안전하고 신나게 놀 공간도 별로 없고요. 놀이 공간하고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러한 문제 의식에 따라 위원회에서는 '놀 공간'에 대한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보호 인원과 놀 거리가 있는 안전한 실내 공간이 필요하고요, 어린이들이 하루에 3시간 이상은 놀거나 쉴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어요."

아동위원회는 이러한 '아동의 놀 권리와 중요성'을 알리고 제도화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낼 계획이다.

비눗방울 놀이 즐기는 어린이들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어린이날을 3일 앞둔 2일 오전 서울 송파구 한성백제박물관 앞에서 야외학습을 나온 어린이들이 비눗방울 놀이를 하고 있다. 2024.5.2 [email protected]


박 위원이 아동권리에 대해 알게 되고 위원회 활동을 시작하며 가족들에게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아버지 박정현씨는 "아이들끼리 즐겁게 얘기하고 친해지라고 가볍게 권유했지만 가족 모두 배운 게 참 많다"고 말했다.

"전에는 아이가 학교 끝나고 집에 오면 공부를 해야 하고, 주말에는 운동을 해야 하고…이렇게 해야 되는 게 있다고 생각하고 동의를 구하기보다는 제 계획대로 시켰던 것 같아요. 이제는 뭔가를 하기 전에 항상 설명을 해주고, 여러 가지 선택지를 주죠. 싫다고 하면 왜 싫은지 들어보고요. '회의'하는 게 일상이 됐어요."

박정현씨는 "교육이나 시설 등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많은 관심과 노력을 통해 생겼다는 걸 알게 되면서 아동권 지원이 더 확충돼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아동복지 종사자들의 활동이 더 많이 알려지고 처우도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email protected]

연합뉴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18167 “중학생 때 성범죄 저질렀다” 유서 남겼지만···대법 ‘증거 불인정’, 왜? 랭크뉴스 2024.05.07
18166 “전화 못 받아요” 아파트 주차장 ‘길막 빌런’에 분통 랭크뉴스 2024.05.07
18165 “냄새 이상” 지적 나온 ‘필라이트’…하이트진로, 일부 회수 랭크뉴스 2024.05.07
18164 수천억 빌려주고 이자만 150억…사채업자 뺨치는 신탁사 '갑질' 랭크뉴스 2024.05.07
18163 공수처에 고발 나선 전공의…"의대 증원 결정 '최초' 회의록 공개하라" 랭크뉴스 2024.05.07
18162 경찰 “전 야구선수 오재원 마약 투약 관련 전현직 선수 13명 입건” 랭크뉴스 2024.05.07
18161 '15년 전 집단성폭행' 자백한 유서…대법 "증거능력 없다" 랭크뉴스 2024.05.07
18160 오재원, ‘대리 처방’ 의혹 두산 8명 포함 전·현직 선수 13명 입건 랭크뉴스 2024.05.07
18159 검찰 선배 민정수석 부활은 수사 방어용? 윤 “역대 정권도” 랭크뉴스 2024.05.07
18158 민주당, 수원구치소 이화영 접견 불발…"검찰 조작 중지해야" 랭크뉴스 2024.05.07
18157 ‘금값된 김값’…김밥용김 도매가 80% 올라 첫 1만원 넘어 랭크뉴스 2024.05.07
18156 경찰 “하이브 ‘민희진 고발 사건’, 세밀하게 수사” 랭크뉴스 2024.05.07
18155 홍준표 "별 X이 설친다"…임현택 "너무 깨끗한 시장님께 사과" 랭크뉴스 2024.05.07
18154 자녀 소유 미분양 오피스텔, 직원시켜 사재기한 신탁사 대주주 랭크뉴스 2024.05.07
18153 초여름 같았던 4월 역대 가장 더웠다…낮 기온 몇도였길래 랭크뉴스 2024.05.07
18152 11개월 아이를 발로 '툭', 뇌진탕… 육아도우미 "놀아준 것" 랭크뉴스 2024.05.07
18151 “김정은과 개고기 먹고 싶어서?”…미 하원의원 인종차별 발언 논란에 사과 랭크뉴스 2024.05.07
18150 윤 “사법 리스크 있다면 제가 풀어야지, 민정수석 할 일 아냐” 랭크뉴스 2024.05.07
18149 조해진 "당·대통령실 '채상병 특검' 조건부 도입 검토해야" 랭크뉴스 2024.05.07
18148 남은 임기 20일… 국회의원들 줄줄이 ‘해외 출장’ 시끌 랭크뉴스 2024.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