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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현지시간) 독일 남부 도나우에싱겐에서 '독일을 위한 대안(AfD)' 소속 극우 정치인 막시밀리안 크라의 마스크를 쓴 시위자가 중국과 러시아 국기를 들고 가슴에 '독재자를 위한 대안'이라는 팻말을 붙이고 서 있다. 오는 6월 유럽의회 선거를 준비하기 위한 AfD 회의가 열린 가운데, AfD의 유력 후보인 막시밀리안 크라는 보좌관이 중국 스파이 혐의로 체포됐고, 스스로도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의심스러운 금품을 받은 혐의로 독일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AFP=연합뉴스

#벨기에 상원의원을 지낸 프랭크 크레옐만은 중국 국가안전부(MSS) 요원인 다니엘 우로부터 3년 넘게 여러 메시지를 받았다. “중국의 홍콩 민주주의 탄압, 신장 위구르족 박해에 대한 유럽 내 논의에 영향을 미쳐라” “유럽의회 의원이 ‘미국과 영국이 유럽의 에너지 안보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말하도록 설득하라” 등이었다. “우리 목적은 미국과 유럽 관계를 분열시키는 것”이란 메시지도 있었다. 벨기에 연방검찰은 크레옐만을 중국 간첩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고 올 1월 밝혔다.

#독일 드레스덴에서 아내, 아이들과 살던 지안 궈(43)는 중국 국가안보부에 고용돼 스파이 활동을 한 혐의로 지난달 22일 독일 연방검찰에 체포됐다.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 소속 유럽의회 의원인 막시밀리아 크라의 보좌관으로 일하며 유럽의회 협상·결정 정보를 중국 측에 넘기고 독일 내 중국 반체제 인사들을 감시한 혐의다. 크라 의원 역시 중국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최근 5개월 새 유럽에서 ‘중국 스파이’로 적발된 이들의 행적이다. 독일은 지난달 4명을 체포했고, 영국도 2명을 붙잡는 등 유럽 각국에 중국 스파이 활동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유럽연합(EU)이 미국에 발맞춰 안보·경제에서 중국 견제 수위를 높이고 있는 데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5~10일 유럽 국가를 순방할 예정이어서 유럽과 중국 간의 정보전과 방첩 활동이 한층 치열해졌다는 분석이다.

김영옥 기자



유럽은 中국가안전부 저장성 지국이 맡아
이런 가운데 파이낸셜타임스(FT), CNN 등 외신들은 중국 국가안전부가 최근 보인 광폭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1983년 중국 공산당 정보부와 경찰 대간첩부서를 통합해 창설된 이 기관이 다른 국가 기술을 훔칠 뿐 아니라 광범위한 간첩활동을 펼치고 있다면서다.

서방은 중국의 국가안전부를 미국의 연방수사국(FBI)과 중앙정보국(CIA)을 합친 듯한 비밀 경찰 기관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중앙집권화된 서방 기관과 달리 국가안전부는 서로 경쟁하는 지국들이 중심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례로 상하이 지국은 미국 첩보 활동에, 저장성 지국은 유럽에 초점을 맞춘다.

중국 국가안전부의 영문 홈페이지(12339.gov.cn). 국가안전기관 신고 접수 플랫폼이라는 표제가 붙어 있다. 인터넷 캡쳐

유럽에서 활동하는 중국 스파이 규모도 크다. 2019년 EU는 브뤼셀에만 250명의 중국 스파이가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달 29일 FT는 서방 정보관계자들이 중국 첩보활동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를 전했다. “수십 만 명의 민간 정보 요원을 보유한 세계 최대 규모인 중국 국가 정보 기관이 우리 기관에 도전 과제를 안겨줬다”(영국 의회 정보보안위원회) “중국은 FBI의 사이버 인력 1인당 최소 50배 많은 해커를 배치할 수 있다”(크리스토퍼 레이 FBI 국장) 등이다.

특히 FT는 “중국과 대비되게, 영국의 해외정보국(MI6)과 국내정보국(M15) 직원 수는 약 9000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영국 런던 중심부 템스강 복스홀 크로스에 있는 영국 비밀정보국(MI6) 본부. 연합뉴스

중국 스파이들이 정보를 빼내는 곳은 유럽의회 뿐 아니라 대학, 기업 등 광범위하다. 지난달 22일 체포된 독일 국적자 3명은 국가안전부의 위장회사를 위해 독일 대학에 해군 선박에 사용되는 특정 기계 부품 상황을 조사하는 연구를 의뢰했다. 중국에 근거지를 둔 해커가 독일 완성차업체 폭스바겐에서 파일 1만9000개를 빼낸 것도 지난달 알려졌다.

이에 각국 정보기관들은 기술 유출 단속에 나서고 있다. MI5는 지난달 26일 옥스퍼드대·케임브리지대 등 주요 24개 대학 부총장을 불러 “중국을 비롯한 적대국이 대학을 민간·군사 병용이 가능한 기술을 훔쳐낼 표적으로 삼고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 정보기관이 주요 대학을 한데 불러 안보 위협을 경고한 것은 처음이라고 텔레그래프 등은 전했다.



“러시아 네트워크 통해 영향 미칠 위험”
더 나아가 최근 서방 정보 관계자들은 중국과 러시아 스파이 네트워크의 교차점에 주목하고 있다. 핀란드 보안정보국(SIS)은 “중국과 러시아는 자신들의 이익에 부합할 때 공동으로 추진하는 공통 목표를 가지고 있다. 둘 다 서방 국가의 지위를 약화시키려 한다”고 진단했다.

싱크탱크인 제임스타운 재단 정보 분석가인 필립 지루는 한 극우 체코 정치인이 러시아가 후원하는 단체와 중국 국가안전부 소속 기관으로 의심되는 중국 싱크탱크 둘 다에 기고한다는 점 등을 들며 “개별 협력자들은 두 권위주의 국가 모두에서 일할 가능성이 커진다”며 “중국 정보기관이 러시아가 구축한 네트워크를 통해 유럽 정치에 영향을 미칠 위험은 계속해서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해 10월 18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타스=연합뉴스



中 “우리 14억 인구는 14억 방어선”
중국은 잇따라 제기된 유럽 내 중국 스파이 혐의에 대해 “과대 선전”이라며 일축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국가안전부는 자국 내에서도 그림자에서 벗어나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과거 국가안전부는 공식 웹사이트 등이 없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위챗(중국판 카카오스토리)과 홈페이지를 개설하며 “당신은 나를 찾을 필요가 없다. 나는 항상 어디에나 있기 때문”이란 영상을 올린 것을 시작으로 홍보전을 강화했다.

지난달 15일에도 외국 스파이가 어디에나 있다는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 속 나레이터는 “그들은 누구로든 변장할 수 있다. 하지만 당신과 나는 함께 국가 안보를 지키고 있다. 우리 14억 인구는 14억 방어선”이라고 말한다. 국가안전부는 앞서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들을 초청한 지난 3월 중국개발포럼 행사 직후 중국 기업 비밀을 훔치는 외국 컨설팅 회사의 모습을 담은 6분 짜리 영상도 공개했다.

중국 국가안전부(MSS)가 지난달 공개한 영상에서 외국 스파이 역을 맡은 배우가 자신의 여러 신분증을 보이고 있다. 사진 중국 MSS 영상 캡처

CNN은 “시진핑 치하에서 중국의 악명 높은 비밀 정보 기관은 대중적 인지도를 대폭 높이고 그 범위를 확대했다”며 “국가안전부의 변혁은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고 국내 과제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국가 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시진핑의 대대적인 전략의 일부”라고 분석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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