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23 한강 멍때리기 대회 참가자들이 지난해 5월 21일 서울 한강 잠수교에서 안정적인 심박수를 유지하며 경연에 열중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지난해 전북 익산시에서 개최됐던 멍때리기 대회가 원작자와의 협의 없이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원작자에게 개최 방식을 문의해 놓고는 계약을 맺거나 양해를 구하지 않고 개최한 것이다. 지자체 축제가 많이 열리는 계절이 돌아오면서 인기 행사나 프로그램이 원작자 허락 없이 도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문화계에서 나온다.

5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익산시 상권활성화사업단’(사업단)이 지난해 10월 익산시 지원을 받아 개최한 축제에 포함된 멍때리기 대회가 원작자의 협의 없이 열린 것으로 나타났다. 멍때리기 대회는 바쁜 현대인에게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은 시간 낭비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참여형 퍼포먼스다. 2014년 서울광장에서 처음 열렸으며 해외에서도 열리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올해도 오는 12일 한강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 행사를 처음 기획한 사람은 웁쓰양(활동명) 작가이며 상표권도 그가 갖고 있다.

웁쓰양컴퍼니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익산청년협동조합 측에서 멍때리기 대회를 개최하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웁쓰양컴퍼니는 대회 진행을 직접 맡는 방식과 저작권료만 받고 대회를 허락하는 방식이 있다고 안내했지만 논의가 진척되지는 않았다.

그리고 사업단은 지난해 10월 ‘멍때리기 페스티벌’을 열었다. ‘대회’를 ‘페스티벌’로 바꿨지만 심박 수를 측정하고 시민 투표를 통해 우승자를 가리는 방식 등은 멍때리기 대회와 판박이였다. 홍보물에 앞서 열린 멍때리기 대회 우승자 사진이 사용됐고, 세부 프로그램 내용과 행사 뒤 유튜브에 올린 영상에 ‘멍때리기 대회’라는 문구가 포함됐다.

전북 익산시 멍때리기 페스티벌 홍보물. 문화연대 제공


웁쓰양컴퍼니는 지난해 11월 익산시와 사업단에 저작권 침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요청하는 내용 증명을 보냈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 이에 문화운동단체 문화연대가 양측에 저작권 침해 공개 사과와 저작권료 등을 요구하는 공개 질의서를 보냈다.

익산시는 지난달 “익산시가 승인한 사업계획에는 ‘멍때리기 페스티벌’이라는 세부 내용이 계획된 적 없고 사업에 관여한 적 없다”는 답변서를 보내왔다. 사업단에게 따질 일이라고 떠넘긴 것이다. 사업단은 “멍때리기 대회가 상표공보 게재된 것은 확인했으나 대회 형식은 찾을 수 없었다”고 답했다. 멍때리기 대회 명칭의 상표권을 인정하면서도 행사 내용은 그렇지 않다는 취지로 답한 것이다.

하희봉 로피드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방송 형식의 저작권이 인정되듯이 멍때리기 대회의 형식도 보호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신현진 미술평론가는 “멍때리기 대회를 만든 원작자를 이미 알고도 상표권으로 보호받는 표현을 쓴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웁쓰양 작가는 “많이 알려진 멍때리기 대회 기획이 이렇게 쉽게 도용된다면 젊은 기획자들은 이 일을 직업으로 삼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이 주관하는 행사나 프로젝트가 민간의 인기 기획을 도용한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공동체 활성화 프로젝트 등을 수행하는 기업 ‘공장공장’은 2018년 행정안전부의 시민 주도 공간 활성화 사업에 청년이 지역에 체류하도록 돕는 ‘괜찮아마을 프로젝트’를 제안해 채택됐고 사업을 수행했다. 이듬해에도 행안부 용역에 지원했지만 이번엔 떨어졌다. 그런데 이 용역 수탁자로 선정된 업체가 괜찮아마을 프로젝트 기획 아이디어를 도용한 사실을 확인했다. 공장공장은 행안부가 2018년 공장공장이 제출한 사업 계획서까지 이 업체에 넘겨준 사실을 확인해 문제를 제기했으나 행안부는 사과 등 아무 조치를 하지 않았다. 2019년 11월 충북 청주시에서 열린 멍때리기 대회도 원작자 측과 협의 없이 진행됐다.

김재상 문화연대 사무처장은 “공공이 민간의 지식재산권을 보장하기는커녕 오히려 도용한 것”이라며 “민간에서 기획한 예술 작품의 지식재산권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어린이날부터 성탄절까지 ‘한강서 즐겨요’연말까지 한강에서 ‘잠 퍼자기’ 같은 이색 이벤트부터 카약과 카누 등 수상레저를 경험할 수 있는 체험 이벤트까지 다채로운 문화행사가 시민을 찾아간다. 서울시는 오는 5월부터 ...https://www.khan.co.kr/local/local-general/article/202404300600045

[정동길 옆 사진관] “멍~멍멍!” 너도나도 ‘멍’의 세계로“흔들림 없이 멍~” 초여름 날씨 속 휴일인 21일 서울 한강 잠수교에선 ‘2023 한강 멍때리기 대회’가 열렸다. ‘멍한 상태’로 안정적인 심박수를 유지하는 것이 규칙인 이...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305211800001

경향신문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15152 윤 지지율 21% 최저치…“거부권 남발” 원인에도 여전히 ‘남 탓’ 랭크뉴스 2024.06.01
15151 트럼프 “매우 불공정한 재판…항소할 것” 랭크뉴스 2024.06.01
15150 유익한 장내 세균 살리고 병원균만 죽이는 똑똑한 항생제 나왔다 랭크뉴스 2024.06.01
15149 대통령실 “징벌적 종부세” 완전 폐지 검토…세제 전반 손보나 랭크뉴스 2024.06.01
15148 [작은영웅] “아이가 장애3급, 수급자 가정입니다” (영상) 랭크뉴스 2024.06.01
15147 트럼프, 유죄 평결에 "매우 불공정한 재판" 랭크뉴스 2024.06.01
15146 약속대로 김흥국 만난 한동훈 “난 싸움 할줄 알아…나라 위해 할것 같으면 한다” 랭크뉴스 2024.06.01
15145 ‘오송 참사’ 유발 임시제방 부실 공사한 현장소장·감리단장 중형 랭크뉴스 2024.06.01
15144 들키자 목격자인 척…전과 19범 소매치기의 기상천외한 연기 랭크뉴스 2024.06.01
15143 김호중 ‘비틀’ 걸음걸이…국과수 “평소와 다르다” 랭크뉴스 2024.06.01
15142 한강에서 놀던 10대 소녀들 유인…유흥업소 업주들 만행 랭크뉴스 2024.06.01
15141 ‘박정훈 항명죄’ 윤 대통령이 지시했나…수사외압 의혹 중대 고비 [논썰] 랭크뉴스 2024.06.01
15140 민희진 대표가 말하는 ‘민희진의 난’, 어디로? 랭크뉴스 2024.06.01
15139 美, 자국 무기로 '러 본토 공격 허용' 공식 확인(종합) 랭크뉴스 2024.06.01
15138 “판결문에 ‘배신’?…말장난 싫다” 조목조목 반박한 민희진 랭크뉴스 2024.06.01
15137 EU, 철강 세이프가드 2년 더 연장… 2026년까지 랭크뉴스 2024.06.01
15136 한일 국방, 오늘 회담 열고 초계기 갈등 재발방지 논의할 듯 랭크뉴스 2024.06.01
15135 일본 당국, '엔저' 막기 위한 시장 개입 인정… 한 달간 86조원 썼다 랭크뉴스 2024.06.01
15134 제주서 60대 관광객 몰던 전기차 식당으로 돌진 랭크뉴스 2024.06.01
15133 [단독] ‘스캠 논란’ 200만 유튜버 오킹… ‘1억원 손배’ 피소 랭크뉴스 2024.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