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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소개로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SNS에서 화제가 된 차노을 학생과 아버지 차성진씨가 2일 중앙일보와 만났다. 전민규 기자
" 어른들이 자꾸 물어봐, 커서 뭐가 되고 싶은지를 물어봐. 뭐가 됐든 행복하면 됐지. 뭐가 됐든 함께라면 됐지. "
2일 서울의 한 스튜디오. 카메라 앞에 선 차노을(7)군은 야무진 표정으로 비트에 맞춰 랩을 뱉었다. 그는 조회 수가 1300만 회를 넘어선 ‘HAPPY’(행복) 랩 영상의 주인공이다. 이날은 6일 정식 음원 발매를 앞두고 뮤직비디오를 찍는 날이었다.

임다혜 감독은 “메시지가 좋아서 작업하자고 먼저 제안했다. 촬영해보니 노을군의 에너지와 끼가 기대 이상”이라고 말했다. 아들과 함께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아버지 차성진(35)씨는 “예상은 못 했지만, 정말 신기하고 감사한 일”이라고 했다.

노을군은 소셜미디어에서 초등래퍼로 유명하다. 그의 랩 영상은 수많은 네티즌의 마음을 울렸다. “나는 2학년 차노을”이라는 외침으로 시작하는 곡에서 그는 “먹고 싶은 게 많아서 꿈도 너무 많다”고 했다. 래퍼와 경찰, 소방관과 태권도장 관장도 되고 싶지만 노을군은 “사실 내가 진짜 되고 싶은 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6500개가 넘는 댓글에는 ‘눈물이 난다’는 표현이 많다. 취업준비생이나 임산부 등이 저마다의 고충과 다짐을 노래한 패러디 영상도 쏟아지고 있다.



교실 눕던 아이 도우려는 아빠 아이디어
화제의 랩 영상은 학교생활에 적응하기 어려워하던 아들을 도우려는 아빠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차씨는 지난해 노을군의 담임 선생님에게 ‘(노을군이) 수업에 지장을 준다’는 연락을 받았다. 교실 뒤에 눕거나, 갑자기 운동장으로 뛰어나간다는 얘기였다. 차씨는 “노을이가 친구들과 친해지고 싶어 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걸 알았다”며 “영상을 잘 만들면 좋은 계기가 될 것 같았다”고 했다.

차씨 부자는 새 학기 자기소개 숙제를 하면서 ‘HAPPY’(행복)라는 랩을 썼다. 실용음악을 전공한 아버지가 15분 만에 가사를 쓰고, 녹음과 편집까지 직접 했다.

차노을군과 아버지 차성진씨가 뮤직비디오 촬영을 앞두고 포즈를 선보이고 있다. 전민규 기자
노을군은 “처음에는 친구가 적었는데 랩을 보고서 친구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최근 학교 장기자랑에서도 당찬 랩을 선보였다. 노을군은 “아빠, 나 인기 많아지게 해줘서 고마워”라며 작은 손으로 아빠의 어깨를 토닥였다.



목사 아빠 “ADHD 알고 오히려 시원…우린 서로 닮았다”

노을군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차성진씨. 전민규 기자
노을군을 포함해 삼 남매의 아빠인 차씨의 직업은 목사다. 자녀의 자기결정권과 행복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게 그의 양육철학이다. “흘러가는 물을 보듯이 막힌 길만 뚫어줄 뿐, 저의 가치관을 지나치게 주입하지 않도록 경계한다”고 했다. 군대에 있을 때 목사로서 장병들을 상담한 경험이 영향을 미쳤다.

그는 “명문대 학생들도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며 찾아오곤 했다”며 “한국은 아이들 동화책을 고를 때도 ‘EQ 발달에 도움이 된다’는 식으로 부모를 설득한다. 아이들이 결정할 기회는 잘 주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차씨는 학교생활을 힘들어하던 노을군이 ADHD(주의력 결핍·과잉행동 장애) 진단을 받았을 때 ‘오히려 시원했다’고 했다. 인정할 건 인정하고, 대책을 찾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에서다. 차씨는 “제 장단점을 생각해봤을 때 아들과 상당히 비슷하더라. 노을이가 진단을 받았을 때 좌절스럽기보다는 ‘어쩐지! 그럴 것 같았어!’ 싶었다”며 웃었다. 자신과 닮은 아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는 고백이다. 그는 “ADHD는 단점이 아니라 하나의 조건”이라고 했다.

2일 차노을군이 뮤직비디오를 촬영하는 모습. 서지원 기자
이날 뮤직비디오 촬영을 무사히 마친 노을군에게 행복이 무엇이냐고 묻자 한참을 고민하더니 “즐거움, 신남, 뿌듯함”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랩을 하고 아버지와 시간을 보내는 요즘이 행복하다고 했다. 차씨 역시 “노을이가 즐겁게 할 수 있는 선에서 랩 작업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했다. 부자는 현재 후속곡 ‘안녕’을 작업 중이다. 노을군은 후렴구를 불러주면서 ‘선공개’했다.

" 내가 ‘안녕’하면 너도 ‘안녕’이라고 말하면 좋겠어. 어색한 내 인사를 받아줘.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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