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외과의사 아드난 알부르시(왼쪽)가 가자지구의 한 병원에서 부상당한 어린이를 치료하던 모습. 알부르시는 지난달 19일 이스라엘 교도소에서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자지구 보건부 제공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저명한 외과의사가 이스라엘에 붙들린 지 약 4개월 만에 교도소에서 사망한 사실이 전해졌다.

3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팔레스타인수감자협회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산하 수감자위원회는 전날 성명을 통해 고 밝혔다.

알부르시는 지난해 12월 14일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 인근 자발리야 난민촌 알아우다 병원에서 환자를 진료하던 중 다른 의료진 10명과 함께 이스라엘에 체포됐다. 알부르시 조카 모함마드는 그가 가자지구의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일했으나 가는 병원마다 이스라엘군 급습을 받았다고 CNN에 설명했다. 알부르시는 보호소로 피신할 수도 있었지만 계속 환자들을 돌보기로 결정했고, 결국 체포됐다고 모함마드는 말했다.

한 남성이 지난달 3일 가자지구 북부 알시파 병원 앞을 지나고 있다. 알시파 병원은 가자지구 최대 의료시설이었으나 이스라엘 공습으로 폐허가 됐다. AFP 연합뉴스

수감자협회는 고 규탄했다. 팔레스타인 측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전쟁이 시작된 이래 사망한 팔레스타인인 의료진은 496명에 이른다.

알시파 병원 임원인 마르완 아부 사다 박사는 "유족과 알시파 병원 의료진, 아드난 박사가 맡았던 환자들 모두에게 가슴 아픈 소식"이라며 고 주장했다. CNN은 알부르시가 고문을 당했다는 주장을 직접 확인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CNN은 "알부르시에게는 다섯 자녀가 있고 막내가 3살"이라며 "이 아이들은 거의 5개월간 아버지를 만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모함마드는 "어제 애도실에 들어갔는데 그의 아이들 중 두 명이 아버지를 만나기를 기대하며 뛰어다니는 것을 봤다. 아이들은 그가 사망했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눈물을 참으며 말했다고 CNN은 전했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오페르 교도소에 수감됐던 알부르시가 지난달 19일 사망 진단을 받았다고 확인했다. 다만 사인 등 구체적인 사항은 밝히지 않았다.

한국일보

김나연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