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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 ‘고도를 기다리며’ 초연 뒤 1500회 공연
극단·소극장 산울림, 한국 현대극 산실이자 사관학교
‘여성 연극’ 바람 일으키고, 국내 1호 뮤지컬 연출도
극단 산울림과 소극장 산울림을 만든 한국 연극계의 대부 임영웅 연출가의 생전 모습. 극단 산울림 제공

극단 산울림 대표이자, 산울림 소극장을 만든 한국 연극계의 거목 임영웅 연출가가 4일 작고했다. 향년 88. 고인은 이해랑, 차범석의 뒤를 이어 한국 연극계의 기둥 역할을 떠맡았다. 수많은 번역극, 창작극을 무대에 올리며 연극의 저변을 넓히는 데도 기여했다.

서라벌예대를 나온 고인은 1955년 연극 ‘사육신’으로 연출을 시작했다. 1966년 한국 뮤지컬 제1호로 기록된 ‘살짜기 옵서예’를 연출하는 등 뮤지컬에도 족적을 남겼다. 무엇보다 현대극의 새로운 흐름을 연 사무엘 베케트의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와 그를 떼어놓고 생각하기 어렵다. 1969년 아내 오증자(89) 서울여대 불문과 명예교수의 번역으로 이 연극을 국내 초연한 이후 1500회 넘게 공연했다. 이 연극의 대대적인 성공에 힘입어 1970년 극단 산울림을 창단했는데, 창단 공연 역시 ‘고도’였다. 김성옥, 함현진, 김무생, 김인태, 사미자, 윤소정, 윤여정, 손숙, 최선자 등 쟁쟁한 배우들이 창단 단원이었다. 이후 박정자, 윤석화, 오지명, 전무송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도 이 극단에 합류했다.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국내 초연한 임영웅 연출가와 이 작품을 번역한 부인 오증자 서울여대 명예교수. 김태형 기자 [email protected]

1985년 홍대 앞에 문을 연 산울림 소극장은 그의 또 다른 분신이었다. 개인이 연극 전용으로 지은 첫 번째 극장이었다. 그는 극단 산울림과 소극장 산울림을 통해 현대극을 적극적으로 소개하며 연극계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여성 문제를 다룬 일련의 작품들로 이른바 ‘여성 연극’ 바람을 일으킨 점도 그의 공로로 꼽힌다. 1986년 배우 박정자 씨가 주연을 맡았던 시몬 드 보부아르의 '위기의 여자', 드니즈 샬렘의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 등이 대표적이다. 산울림 소극장 개관 이후 1999년까지 60회 정기 공연 가운데 여성연극이 26회를 차지할 정도였다. 극단 산울림과 소극장 산울림은 수많은 스타 배우와 연출가들을 배출하며 ‘연극 사관학교’ 구실도 톡톡히 했다.

고인은 국립극단 이사와 한국연극협회 이사장, 한국연극연출가협회 초대 회장 등 연극 행정가로도 활동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오증자 서울여대 명예교수와 임수진 산울림 소극장 극장장, 임수현 산울림 예술감독(서울여대 교수)이 있다. 빈소는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3호실. 발인 7일 오전 8시, 장지는 서울추모공원. (02)2072-2010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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