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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진 고대안산병원 신경과 교수
불면증 환자 증가세···2022년 진료 인원 46만 명 달해
약물치료 앞서 인지행동치료·생활습관 개선부터 시도
건기식·일반의약품 임의 복용보다는 전문가 상의해야
배우 최우식이 한 리얼리티 예능프로그램에서 “불면증이 없어졌다”고 밝혀 시청자에게 웃음을 안겼다. 사진=tvN ‘여름방학’ 캡처

[서울경제]

“영화 '기생충' 이후 부담감이 컸어요. 미래를 생각하면 잠을 못 잘 때도 있었죠.”

배우 최우식은 언론매체와의 인터뷰 등을 통해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불면증에 시달렸던 경험을 털어놓았다. 최우식 뿐일까. 가수 겸 배우 아이유, 그룹 베이비복스 출신 배우 윤은혜, 에픽하이 타블로 등 많은 연예인들이 불면증의 고충을 털어놓으며 팬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한 때 공황장애와 함께 '연예인병'이라고 불렸던 불면증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꽤 흔한 증상이다. 유병 기간에 따라 간헐적 단기 불면증과 만성 불면증으로 나뉜다. 의학적으로는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잠들기 어렵거나 잠을 유지하기 힘든 경우, 아침에 너무 일찍 기상해서 다시 잠들기 어려운 증상이 주 3회 이상 3개월 넘게 지속될 때 만성 불면증으로 정의한다. 장기간 건강하지 못한 수면 패턴이 이어지면 주간 생활이나 감정 뿐 아니라 심혈관질환·내분비 대사질환·암, 심지어 치매와 같은 퇴행성 뇌질환의 발생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지면서 건강한 수면의 중요성은 점차 강조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2년 한해 동안 불면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46만 명에 달했다. 일반적으로 불면증 발생률은 나이가 들수록 증가한다. 우리나라는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불면증 환자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불면증은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을 기초로 진단이 이뤄진다. 잠을 이룰 수 없는지, 코를 골다 잠을 깨는지, 낮에 너무 졸리운지 등의 증상을 청취하고 다양한 설문도구를 통해 불면증 및 다른 수면질환 동반 여부를 평가하게 된다. 수면 일기를 환자와 함께 검토하거나 다양한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활용해 환자의 일주기 리듬 패턴을 파악하고 진단, 치료 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 단순한 불면증이 아니라 수면무호흡과 하지불안증후군, 기면증 등 다른 수면장애가 의심되는 경우 수면다원검사를 통한 감별 진단이 필요하다.

불면 증상은 대부분 일시적으로 발생했다가 호전된다. 불면에 대한 불안과 걱정이 너무 심하면 인지왜곡으로 불면증이 만성화될 수 있는데 이런 경우 인지행동치료로 교정 가능하다. 인지행동치료는 수면에 대한 잘못된 믿음을 바로잡고 수면 습관과 환경을 개선하는 방법이다. 몸의 긴장을 푸는 이완요법, 졸릴 때만 침실에 들어가는 자극조절요법, 잠자리에서 보내는 시간을 줄이는 수면제한요법 등을 통해 실제로 잠자는 시간에만 침상에 있도록 습관화시킨다. 약물치료와 달리 효과가 지속적이고 의존이나 금단 문제가 없기 때문에 국내외 모든 수면장애 치료 가이드라인에서 인지행동치료를 만성 불면증의 1차 치료로 권고하고 있다.

불면증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오전 시간 햇빛을 보며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낮잠이나 잠들기 전 카페인 섭취, 스마트폰 사용을 삼가는 등 생활 습관을 개선하려는 노력도 중요하다. 스마트폰이나 PC를 장시간 보면 블루라이트가 뇌 구조물에 영향을 미치고 수면 유도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를 방해할 수 있다. 과식도 소화 활동으로 인한 몸의 긴장을 유발하고 생체 리듬에 자극을 줄 수 있으므로 수면 전 3~4시간의 금식 시간을 지키는 게 좋다. 특히 술은 양질의 잠을 자지 못하게 하므로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잠에 대한 강박을 버리고 기상시간을 일정하게 하는 것부터 시작해 수면 패턴을 교정해 나가는 것이 좋다. 뇌내 생체시계에 문제가 생긴 경우 적절한 시간에 밝은 빛을 비춰주는 광치료를 통해 생체시계와 수면시계를 맞춰주기도 한다. 체중감량 후 유지하기 위해 장기간 식습관 개선과 운동이 필요하듯 인지행동치료, 수면습관 개선을 통한 불면증 치료에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약물치료는 불면으로 인해 일상 활동에 지장을 많이 받는 교대 근무자나 만성 불면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스트레스성 급성 불면증 환자 등에 고려된다. 의사의 진단과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은 향정신성 의약품인 벤조디아제핀 계열과 비벤조디아제핀 계열이 대표적이다. 이 약물들은 입면 시간을 줄이고 총 수면시간을 늘리는 데 효과적이지만 개인별 수면장애의 특성을 고려해 처방돼야 한다. 복용 시 부작용 발생 등에도 주의 관찰이 필요하다. 항히스타민제 계열의 일반의약품은 의사의 처방 없이 구할 수 있다 보니 쉽게 복용하는 경향이 있는데 장기간 복용 시 주간 졸림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복용 시 주의해야 한다. 특히 노인은 몽롱한 시야, 녹내장, 부정맥 악화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 만큼 ‘한국판 불면증 임상진료 지침’에서도 권고하지 않는다. 병원 방문이나 수면제 복용이 꺼려진다는 이유로 적잖은 환자들이 건강기능식품을 직접 구매해 복용한다. 감태추출물, 미강주정추출물, 유단백가수분해물(락티움) 등의 건강기능식품 원료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수면 질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표현을 사용할 수 있도록 인정 받은 ‘식품’이다. 의약품과 같이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 효능이 검증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올해 세계 수면의 날 슬로건은 ‘모두가 잘 자는 건강한 사회(Sleep Equity for Global Health)’다. 국내 학회도 이를 바탕으로 수면 건강 선언문을 발표했다. 충분하고 질 좋은 수면은 인간의 생명 유지와 건강한 삶에 필수적이며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보장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 뿐 아니라 사회적인 인식 개선 및 국가적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

김현진 고대안산병원 신경과 교수. 사진 제공=고대안산병원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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