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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질 바이든 여사와 함께 ‘올해의 교사’ 만찬 행사를 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폭력적인 시위는 보호받지 못한다. 평화적인 시위만 보호받는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각지의 대학 캠퍼스에서 확산 중인 ‘가자전쟁 반대’ 시위와 관련해 내놓은 사실상의 첫 공식 입장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한 3분 남짓의 연설을 통해 ‘표현의 자유 및 평화로운 집회 권리’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도 폭력 시위에는 ‘법치 존중’ 원칙에 따라 강력 대응할 것을 시사했다. 그는 “우리는 사람들을 침묵시키거나 반대 의견을 억압하는 권위주의 국가가 아니다”라면서도 “우리는 무법국가가 아닌 문명 사회이며 질서는 꼭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민주주의에서 반대 의견은 필수적”라면서도 “반대 의견이 무질서로 이어지거나 학생들이 학기와 대학 교육을 마치지 못하도록 다른 사람의 권리를 부정해서는 결코 안 된다”고도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날 연설 일정은 백악관의 사전 공지에는 빠져 있었던 것을 볼 때 전격적으로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NBC방송은 시위 사태 확산으로 바이든 대통령이 더 이상 침묵을 지킬 수 없다는 인식이 연설을 결정한 배경이라고 전했다. 대학가 ‘친팔레스타인’ 시위의 진앙인 뉴욕 컬럼비아대에서 지난달 30일 뉴욕경찰(NYPD)이 해밀턴홀을 점거한 시위대를 강제 해산·대거 체포한 것을 비롯해. 미 대학 곳곳에서 시위대의 건물 점거와 경찰의 강제 진압으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18일 뉴욕 컬럼비아대에서 처음으로 시위대가 캠퍼스 안에 진입한 경찰에 의해 체포된 이후 2일 현재까지 41개 대학에서 2000명 이상이 체포됐다(뉴욕타임스 자료).

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캠퍼스에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설치한 텐트 농성장에 경찰이 진입해 해산시키고 있다. AP연합뉴스


갈수록 격렬해지는 미 대학가 반전 시위는 오는 11월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바이든 대통령의 최대 고민거리로 부상했다. 미국의 일방적인 이스라엘 지원에 반발하는 청년 등 민주당 지지층의 민심 이반이 대학 캠퍼스 시위 확산을 계기로 극적으로 표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시위 대응을 둘러싼 딜레마도 커지는 양상이다. 학내 혼란이나 반유대주의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건물 점거 등 일부 시위대의 과격 행위에 적극 대응하는 것이 불가피하지만, 경찰의 강경 진압이 오히려 학생들의 불만을 부추겨 시위 확산의 기폭제가 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1968년 미 대학가를 휩쓴 베트남전 반대운동을 연상시키는 이번 시위가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 생명에 미칠 영향도 주목되고 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이날 CNN과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그의 이스라엘과 전쟁에 관한 관점으로 인해 청년들을 포함해 많은 민주당 유권자들을 소외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매우 우려한다”며 “(대학 시위가) 바이든의 베트남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전 여론이 고조되면서 린든 존슨 당시 대통령이 결국 1968년 대선 출마를 포기해야 했던 점을 상기시킨 것이다.

공화당은 바이든 대통령이 대외적으로는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 ‘두 개의 전쟁’을, 대내적으로는 대학가 혼란을 초래했다면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 책임론도 제기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대학 시위에는 보수 진영이 공격의 표적으로 선호하는 엘리트 대학들과 진보 성향 활동가, 워크(Woke·진보 어젠다를 통칭) 등이 모두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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