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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은평구에서 자녀 두 명을 키우는 주부 김모(37)씨는 “요즘 같이 물가가 뛰면 달력에서 5월을 지웠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어린이날부터 어버이날, 스승의 날 등 주요 기념일이 몰려 있어 가계 지출이 늘어나는 까닭이다.

그런데 올해는 상황이 더 복잡해졌다. 최근 고물가‧고금리 기조 속에서 가정의 달을 맞은 소비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비용을 줄이면서 가족과 시간을 즐기기 위해 절약법을 실천하는 이들도 눈에 띈다.

가장 두드러지는 건 ‘선물 또는 이벤트 생략’ 트렌드다. 어린이날이면 대도시 근교의 놀이동산이나 테마파크에서 외식을 하고, 값비싼 선물을 주는 것이 연례행사였다면 올해는 ‘씀씀이 줄이기’가 대세다.
서울 한 장난감 가게를 찾은 시민이 장난감을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김씨는 “유명 테마파크를 다녀오고 나면, 선물은 생략해서 다른 씀씀이라도 줄이는 게 기본”이라고 말했다. 외식비나 의류‧장난감 등 선물 가격이 다같이 올라서다. 그는 “고깃집이라도 가면 한끼에 30만원이 순식간에 사라져서 외식하기가 겁 난다”라고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외식 물가는 5년 만에 20.3% 올랐다. 같은 기간 전체 물가 상승률(13.6%)을 크게 웃돈다.

어버이날을 앞두고 부부 싸움이 잦아지기도 한다. 주로 선물이나 용돈 때문이다. 경기도 고양에 사는 워킹맘 정모(여‧39)씨는 “올해 양가 부모님 용돈을 건너뛰자고 했다가 남편과 결혼 10년만에 다퉜다”며 “외식이나 간편가정식(HMR)으로 식사를 해결하는데 최근엔 그런 식비만 월 100만원이 넘었다”고 말했다.

어린이날을 앞두고 예년보다 자녀 선물을 두고 고민하는 부모들도 늘었다. 서울 마포구에서 5살 아이를 키우는 정모(35)씨는 “올해는 회사에서 희망퇴직 얘기도 나오고, 물가가 워낙 올라 백화점 가는 것이 망설여진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가격이 저렴한 알리‧테무 등 ‘C커머스’(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자녀나 부모 선물을 구매하는 건 꺼리는 분위기다. 유해물질 범벅이거나 쉽게 고장 나는 제품 투성이어서다. 최근 서울시는 “C커머스에서 판매한 어린이용 완구 일부 제품에서 기준치의 100배가 넘는 유해물질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어린이용 완구인 ‘활동보드’ 제품 중 일부에서는 납 함유량이 기준치의 158배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30대 박모씨는 “최근 테무에서 조카 장난감을 사려다 ‘저렴한 중국산 장난감=위험하다’는 걱정 때문에 용돈을 주기로 계획을 바꿨다”고 말했다. 고물가 ‘습격’에 C커머스 ‘근심’이 겹친 것이다.
서울시내 한 음식점 앞에 메뉴 안내문이 놓여 있다. 고물가에 외식 품목 가격이 줄줄이 인상되며 5월 가정의 달 외식비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뉴스1
중고거래 플랫폼을 활용해 알뜰하게 자녀 선물 고민을 해결하려는 사람들도 있다. 비용을 아끼면서도 안심할 수 있다는 이유다. 박씨는 “아이에겐 조금 미안하지만 소독 후 사용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며 “아이들은 금세 흥미를 잃어 중고거래도 괜찮은 듯하다. 대신 가족과 좋은 음식을 사먹었다”고 말했다. 맘카페에선 공동구매도 활발하다. HMR이나 여행 프로그램을 할인받는 식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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